
공정위에 따르면 HDC는 2006년 아이파크몰 일부 매장을 보증금 360억 원에 임차한 뒤 운영·관리 권한을 다시 아이파크몰에 위임하고 사용 수익을 배분받는 계약을 맺었다. 공정위는 이는 형식상 임대차 거래일 뿐 실질적으로는 HDC가 임대보증금 명목으로 자금을 빌려주고 아이파크몰이 사용 수익 명목으로 이자를 지급한 우회적 자금 대여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러한 거래 구조가 2023년 7월까지 이어지며 아이파크몰이 17년 넘게 333억~360억 원 상당 자금을 사실상 저금리로 사용한 결과 총 458억 원의 이자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봤다. 2006년 3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아이파크몰이 HDC에 지급한 사용 수익은 연평균 1억 500만 원으로, 이자율로 환산하면 연 0.3% 수준에 불과했다.
공정위는 이러한 지원에 힘입어 아이파크몰이 2011년 처음 영업이익을 내고 2014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2022년에는 고척점(서울 구로구)을 개점하는 등 복합쇼핑몰 시장에서 지위를 유지·강화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아이파크몰은 지난해(2025년) 매출 1579억 원, 영업이익 626억 원을 기록했으며, 2020년 이후 6년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이 상승하고 있다.
아이파크몰은 지난해 무상감자를 통해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났다. 이로써 자본금은 1819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감소했으며, 마이너스(-)75억 원이던 자본 총계는 189억 원으로 늘었다. 또 IPARK현대산업개발(구 HDC현대산업개발)이 서울 노원구 광운대역 인근에 개발 중인 ‘서울원 아이파크’에 아이파크몰 3호점을 계획하고 있다. 개장 목표는 이르면 2028년이다.
HDC는 공정위의 제재 결정에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HDC는 “당시 공실로 어려움을 겪던 용산민자역사 상가 수분양자들의 생존을 위해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용산민자역사는 애초 진출입이 자유로운 경쟁시장이 아닌 만큼 타 사업자의 진입을 부당하게 막아 거래 질서를 훼손했다는 공정위의 주장도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아이파크몰은 1999년 설립됐지만 본격 영업은 2004년 용산점 준공과 함께 시작됐다. 이후 장기간 당기순손실 기록이 이어졌고, 2005년부터 시작된 자본잠식은 2020년까지 계속됐다.
HDC그룹은 장기간 적자와 자본잠식이 이어진 아이파크몰에 유상증자로 자금을 투입했다. HDC그룹은 계열사를 통해 아이파크몰에 1999~2002년 총 6차례 유상증자와 2008년 2차례 유상증자로 설립 초기 자본금을 포함해 약 1200억 원을 투자했다.
HDC그룹은 2011년 아이파크몰의 차환 과정에서 자금 보충 및 조건부 채무 인수 약정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이파크몰은 당시 2006년 발행한 ABS(자산유동화증권) 잔액(2250억 원) 상환 만기가 다가오자 SPC(특수목적법인)에서 2400억 원을 빌려 상환했다. 아이파크몰 재무구조로는 상환이 어려웠으나 HDC그룹이 SPC와 자금 보충 및 조건부 채무 인수 약정을 제공하며 대출이 이뤄졌다. 자금 보충은 사업 주체가 자금 부족에 빠지면 계열사가 부족분을 메워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이고, 조건부 채무 인수 약정은 채무불이행 시 그 빚을 함께 부담하겠다는 약정이다. 해당 약정은 만기마다 금액이나 기간이 조정돼 갱신됐고, 아이파크몰은 2022년 상환을 마친 것으로 추정된다.
2호점(고척점) 개점 과정에서도 HDC그룹이 아이파크몰에 입점 기회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IPARK현대산업개발이 서울 구로 뉴스테이 사업 수주 과정에서 중견 쇼핑몰업체 엔터식스를 상대로 상가 임차인 입점 협상을 이어오다, 사업계획 인가 직후 재무구조 문제 등을 이유로 계약을 철회했다. 이후 자본잠식 상태였던 아이파크몰이 상가 임차인으로 최종 선정되면서 당초 엔터식스를 배제할 때 적용한 기준이 자회사에는 느슨하게 적용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관련기사. 자회사 선정 위한 꼼수? 현산, 고척 아이파크 상가 임차인 아이파크몰 선정 뒷말)
전문가들은 HDC의 아이파크몰 지원 행위가 상장사 주주가치 훼손과 이사회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한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아이파크몰을 지원한 주체인 HDC는 상장사인 만큼 자본잠식 상태의 계열사를 지원한 것은 HDC 주주들의 권익을 훼손하는 문제로 볼 수 있다”며 “상법 개정 이전이라도 이사회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런 지원이 과연 지원 주체 회사의 기업 가치에 부합하는 판단이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