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 대표는 4월 1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 평택을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조 대표는 “백척간두에서 몸을 던지겠다는 저의 결심을 국민들께서 뜨겁게 받아주셨고, 그 힘으로 ‘3년은 너무 길다’를 실현했다”며 “이제 ‘국민의힘 제로’와 ‘부패 제로’를 실현하기 위해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내딛는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혁신당 13번째 국회의원이 돼 집권 민주당 소속 의원보다 뜨거운 마음으로 ‘내란 완전 종식, 진짜 개혁 완수’라는 시대적 과제를 책임지고 실천하겠다”며 “검찰개혁 법안이 제대로 만들어지는데 조국혁신당이 큰 역할을 했던 것처럼 개혁의 강도가 약해지는 것을 막고, 내란 이후의 대한민국을 위한 입법과 정책으로 국민주권정부(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더 강력하게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이어 조 대표는 “지난 19·20·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내리 승리한 곳으로 민주개혁 진영에게 험지 중의 험지”라고 강조했다. 이는 출마 지역 확정이 늦어지면서 불거졌던 ‘지역구 쇼핑’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발언으로 읽힌다. 조 대표는 4월 8일에도 “보통 국민의 시각에서 봤을 때 쉬워 보이는 곳은 택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출마 지역 확정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원래 계획은 한 달 반 전에 선언을 하려 했다”며 “민주당에서 합당 제안을 하면서 저희 당 모든 스케줄이 어그러졌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합당 제안 뒤) 민주당 내부에서 분란이 나고,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저와 조국혁신당을 공격한 일이 일어난 다음에 (합당이) 무산되지 않았나”며 “그 여파가 조국혁신당에 컸다. 한 달 이상 정당 활동이 사실상 정지된 상황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조 대표는 평택을에서 ‘국힘 제로’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3년은 너무 길다’라는 구호에서부터 이어져 온 혁신당의 ‘내란청산론’을 앞세웠다. 평택을에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앞세운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출마한 상태다. 국민의힘에서는 평택을에서 내리 3선을 한 유의동 전 의원이 경선을 치르고 있다.
조 대표는 “저 조국만이 유일하게 이러한 극우 내란 정치세력을 모두 격퇴하고, 민주개혁 진영의 확실한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며 “반드시 승리해서 평택의 정치를 바로 세우고 민주개혁 진영의 지평을 넓히겠다”고 약속했다.
평택을에 대해서는 ‘교통-주거-돌봄’ 세 가지 핵심 민생을 해결해 ‘경기도 내 삶의 질 1위 도시 평택’의 기반을 닦겠다고 했다. 조 대표는 “저 조국 평택에 연고가 없다”면서도 “평택을 도약시킬 비전과 정책, 그리고 이를 실행할 능력만큼은 누구보다 앞선다고 감히 자부한다. 연고를 넘어선 실력으로, 지연을 넘어선 가치로, 평택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 평택의 현안이 곧 국가적 과제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차기 대권주자’라는 자신의 체급을 강조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양지를 찾아갔다’는 비판도 계속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 평택을은 더 이상 진보 진영 험지가 아니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평택병을 지역구로 둔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그곳이 지난 총선에서도 압승했고, 대선에서도 압승했다”며 “신도시에서 젊은 층이 많이 유입되고 삼성전자 옆에 고덕국제신도시 인구가 유입돼 험지는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하남이 훨씬 더 험지”라고 꼬집었다.
평택 지역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미군 기지가 있는 팽성읍 등 농촌 지역은 보수세가 ‘6 대 4’ 수준으로 강하다. 그러나 농촌 지역 인구는 자연 감소하고 있지만, 청북읍·고덕면 등은 청년층 유입으로 진보 지지세가 강해지는 추세다. 이 관계자는 “보수적인 지역은 맞았다. 그러나 약 8년 전부터 인구가 증가하면서 상황이 변했다”며 “여가기 무슨 험지인가. 결격 사유 있는 사람 빼고 (진보 진영에서) 누가 나와도 된다”고 말했다.
#시작된 단일화 기싸움
평택을 선거 최대 변수는 ‘진보 진영 단일화 여부’다. 앞서의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 스펙트럼이 넓다. 진보적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민주당이면서도 조국혁신당을 지지하는 분들이 있다. 투표할 때 민주당 지지자이면서도 조국혁신당을 찍을 수 있다”며 “그런 성향이 나타나면 (민주당·혁신당·진보당 후보) 3명이 그대로 마지막까지 단일화를 안 하고 간다면 위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 대표 출마로 평택을 진보 진영 단일화 셈법은 복잡해졌다. 진보당은 울산시장 단일화 카드를 평택을 협상 카드로 사용하고 있었다. 현재 울산에선 김상욱 민주당 후보와 김종훈 진보당 후보가 단일화를 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조 대표가 참전하면서 진보당의 전략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평택을에 출마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불쾌감을 표했다. 김 대표는 소셜미디어(SNS)에 “언론인들이 사실 여부를 물어올 때마다 저는 ‘절대로 그럴 일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조국이라는 정치인의 상식과 양당이 맺어온 신의를 믿었기 때문”이라며 “정치는 원래 이토록 비정하게 신의를 밟고 올라서는 아수라장이어야 하나”라고 되물었다.
김 대표는 다자구도를 만드는 것은 평택을을 험지로 만드는 악수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명분 없는 출마를 이런저런 말로 포장한다 한들 옹색함은 가려지지 않는다”며 “지금이라도 평택 출마 결정을 철회하길 바란다”고 적었다.

민주당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미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전 지역구 공천’을 밝힌 상태다. 정 대표는 “지방선거 공천이 마무리되면 신속하게 공천하겠다”며 “시간도 부족하고 여러 가지 관계상 경선을 하기 어렵다. 전략 공천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발언이 차기 대권 경쟁자인 조 대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보수 진영에서는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유의동 전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 “민주당을 위한 의석은 이미 충분하다. 평택을 위한 의석을 만드는 데 집중할 때”라며 “조국 대표도 오늘 평택 출마를 결정했다. 함께 좋은 경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조국 대표는 2022년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이재명 지도부의 결정을 거론하며 “무공천 원칙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평택을은 이병진 전 민주당 의원이 재산 신고 누락 혐의로 당선 무효형을 받으면서 공석이 된 곳이다. 조 대표는 “(공천은) 우리가 결정할 것은 아니다”며 “원칙에서 당시 이재명 대표가 맞다는 것이고, 그것이 책임정치 원칙 아닌가”라고 말했다.
표 분산 우려에 대해서는 “5파전·4파전 이렇게 되면 평택 주민표가 나눠지니까 국민의힘 혹은 극우가 될 것이다 하는 공학적 계산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당 사이 연대가 이뤄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유권자 스스로의 평가와 판단으로 저에게 (표를) 주실 것으로 생각한다. 어부지리로 당선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마지막에 3표 차로 이길 각오”라고 덧붙였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