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지나던 시민 A 씨(22)는 “보통 국내 주요 정당의 현수막을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구별하게 되는데 국민의힘 정치인이 내건 현수막에 민주당 계열 상징색인 파란색이 많이 쓰인 것은 좀 의아하게 느껴진다”며 “전체적 색깔만으론 언뜻 여당의 누군가가 내부 비판 목적으로 내건 현수막인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6·3 지방선거를 50일 앞두고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파란색 계열을 전면에 내세운 정치 현수막을 잇달아 내걸고 있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 등이 주로 사용해온 색채·디자인과 유사한 형태의 국민의힘 현수막이 곳곳에 등장하면서, 유권자 입장에서 정당 식별이나 메시지 인식에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요신문i’가 최근 서울 강남·노원·도봉·동대문·용산구, 경기 성남·용인 등 수도권 일대를 둘러본 결과, 상당수 지역에서 파란색 계열로 디자인 된 국민의힘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현수막에 담긴 문구는 대체로 경제·부동산 분야의 현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색상 구성도 비슷했다. 파란색 배경 위에 흰색이나 노란색 문구를 배치하고, 당명이나 로고는 상대적으로 작게 넣는 구성이 대부분이었다.

또는 민주당 계열 현수막과의 색채 차이를 좁혀 상대 진영 현수막의 주목도와 가독성을 함께 낮추려는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이 경우 자당 현수막의 식별력과 선명성까지 함께 희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역효과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민들 사이에선 이런 시도가 현수막을 게시한 정당 식별과 문구 내용 인지에 대해 전반적 혼선을 초래해 유권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 강남구 거리에서 만난 시민 C 씨(26)는 “거리에 함께 걸려 있는 정치권 현수막 2개의 전반적 구도와 색상이 비슷해 민주당이 현수막을 2개 걸어 놓은 줄 알았다”며 “정당마다 스스로 정한 상징색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구분을 흐리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 정당이 다른 정당의 상징색을 게시물에 전면적으로 사용할 경우 유권자의 정치 메시지 인식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진단한다. 신동진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장은 “정당 상징색은 유권자의 주목을 끄는 중요한 정치적 장치로 작용한다”며 “색상 선택 자체가 무의식적으로 유권자의 주의와 인식에 끼치는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자당과 다른 정당의 상징 색상을 사용할 경우 유권자가 다른 정당이 내건 현수막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일부 정치인들이 다른 정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 상황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러한 전략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 정당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도발적인 전략을 사용할 경우 지지층 결집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동시에 불쾌감을 느끼고 거부감을 갖는 유권자도 적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의 현수막 디자인 변화에 특정한 정치적 의도를 단정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취지의 반론도 있다. 당 내부에서 현수막 게시 업무를 수행한 이력이 있는 한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보면 (푸른 바다색 테마인) ‘서해수호의 날’과 같이 특정 이미지가 고정된 일부 기념일 등을 제외하면, 다른 정당 현수막과 배경 색상을 일부러 겹치게 해 현수막을 만든 사례는 거의 없다”며 “만약 국민의힘 정치인이 민주당이 내건 것과 비슷한 현수막을 게시해 정치적으로 이로운 효과를 얻으려 한다는 해석은 억측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민주당 중앙당 관계자는 “별도로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윤채현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