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345킬로볼트(kV)의 신정읍-신계룡(선로거리 약 115km) 간 송전선로 건설 사업을 2029년 12월까지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번 송전탑·선로 건설 사업은 전북 정읍, 김제, 임실, 완주 등 5곳, 충남 금산, 논산, 계룡 등 3곳, 대전 서구 등 모두 15개 지자체가 해당 지역이다.

사건의 발단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전은 제9차 송전선로 사업을 추진하며 15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광역 입지선정위원회(입지선정위)’를 구성했다. 입지선정위는 같은 해 12월, 제5차 회의를 통해 완주군 소양면 일대를 포함하는 최적 경과대역을 확정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작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철저히 소외됐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소양면 일대를 포함하는 최적 송전선로 경과대역이 확정된 지 5개월이 지난 2024년 5월에서야 면사무소 회의에서 이 사실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 주민들 삶의 터전을 관통하는 초고압 송전선로 계획이 ‘깜깜이’ 절차로 진행됐던 셈이다.
이에 주민들은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2024년 12월 “입지선정위 위원 구성에 하자가 있어 보이므로 결정을 재검토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한전은 권익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주민들은 사법부 판단을 구하기 위해 소송이라는 마지막 수단을 선택했다.

또한 주민대표 자격의 부적절성을 지적한다. 한전의 자체 기준에 따르면 입지선정위의 3분의 2 이상이 주민대표여야 한다. 하지만 실제론 이에 미달했다는 것이다. 특히 주민을 대변해야 할 주민대표 위원에 지방의회 의원 19명이 포함됐다. 심지어 전북 진안군에선 면장과 부면장이 주민대표로 위촉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선출직 공무원이나 집행부 공무원을 주민대표로 간주하는 것은 주민 목소리를 직접 반영하겠다는 제도의 본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역설한다.
입지선정위 운영 역시 불공정하다고 주민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회의 진행을 돕는 간사인 용역회사 직원이 특정 지역을 경과대역에서 제외하는 안건을 직접 제안했다는 것이다. “독립적 심의를 방해하고 특정 지역에 유·불리한 결과를 유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전선로 건설 사업 때마다 불거지는 주민들의 전자파 공포와 해당 지역 땅값 하락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구는 고압선 자기장을 잠재적 발암물질로 분류한 바 있다. 완주군 소양면의 한 주민은 “초고압 송전선로가 설치되면 우리는 평생 전자파에 노출돼 암 덩어리는 안고 사는 거나 마찬가지다”라며 “기자 양반이 잘 (기사를) 써서 우리 좀 여기 그냥 살게 해달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박성래 전북 완주군 송전탑백지화 추진위원장은 “한전 측은 송전선로 경과지역을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현재 결정된 송전선로 경과지역은 알지도 듣지도 못한 입지선정위원들이 결정했다. 한전 측은 입지선정위원들이 주민대표라고 하지만 우리는 누군지도 몰랐다. 우리 주민들이 우리 지역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송전선로 피해가 없는 지역으로 경과지역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전 측은 “송전선로 경과지역을 재검토할 의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관심이 쏠린다. “법원 판결 이후에도 주민과 한전 간 마찰과 갈등이 해결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주민과 한전 측의 공통된 전망이다.
여기에 제9차 송전선로 건설 사업 예정지인 전북 순창군 등 다른 지역 주민들도 완주군이 승소할 경우 소송을 제기할 태세다. 송전선로 사업을 위한 첫 삽을 뜨기까지 난항에 난항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완주=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