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한국과 달리 IPO 시 일반 투자자 대상 의무 배정 규정이 없다. 공모 물량의 대부분이 기관투자자에게 집중되는 구조다. 다만 최근 스페이스X와 오픈AI(챗GPT 개발사)가 상장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공모 물량 일부를 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통상 미국 IPO 개인 배정 비율은 5~10% 수준에 그치지만, 스페이스X는 이를 최대 30%까지 늘릴 계획이다.
NH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 국내 일부 증권사는 미국 현지 IPO 중개사와 연계해 ‘미국 공모주 청약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개인 투자자에게 실제 배정이 이뤄진 사례는 드물다. 2024년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온라인 커뮤니티 플랫폼 레딧의 개인 투자자 배정 비중은 약 8%이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청약 대행을 통해 물량을 받은 투자자는 극소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2025년 7월 ‘주요 분쟁사례로 알아보는 소비자 유의사항’을 통해 미국 공모주 청약 대행 서비스 관련 민원 사례를 소개했다. 해당 서비스로 청약을 접수한 투자자가 단 1주도 배정받지 못했고, 청약증거금 반환 시 환차손 등을 입게 돼 조치를 요청했던 건이다. 금감원은 “미국의 공모주 배정은 현지 IPO 주관사의 재량”이라며 “청약증거금에 비례해 물량을 나누는 국내 배정 방식이 미국 현지와는 다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청약 대행 방식 대신, 직접 해외 현지 IPO 물량을 확보해 국내에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스페이스X는 오는 6월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공모 규모는 750억 달러(약 113조 원)다. 스페이스X 주주이자 IPO 참가자인 미래에셋증권은 50억 달러(약 7조 5000억 원)의 물량을 확보할 예정이다. 기관투자가와 사모펀드 등이 1차 모집 대상이며 개인투자자의 청약도 받을 방침이다.
해외 공모주를 국내에서 일반 공모 방식으로 배정한 전례는 없다. 미국, 홍콩, 영국 등 해외 주요 시장에서도 타 국가에서 상장하는 공모주를 자국에 일반 공모 방식으로 배정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주식에 대한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다 보니 결국엔 해외 IPO 공모주 청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 같다”며 “선례가 없더라도 투자자들의 요구가 있다 보니 증권사가 시도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의 모집 또는 매출을 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공모주 청약도 증권의 모집 또는 매출 행위에 포함된다. 이준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해외 증권 모집 또는 매출에 대한 신고 자체가 안 된다는 내용이 자본시장법상에는 없다”며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해외 공모주 청약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미래에셋증권이 금융당국에 유권해석을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스페이스X가 IPO를 위해 미국 금융당국에 증권신고서(Form S-1)를 제출할 예정인데, 한국에서도 증권신고서를 접수할 경우 양국의 IPO 제도 차이에 따른 허용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며 “상장 절차나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와 인허가 의지도 변수로 꼽힌다. 증권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해외 주식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당사자 간 합의가 잘 되고 규제 상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금융당국의 기조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에게 글로벌 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를 넓혀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투자자들이 스페이스X나 오픈AI 같은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상장 직후 시장에서 매수하거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며 “국내 금융사들의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와 더불어,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 환경에 맞춘 유연한 규제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서 교수는 “투자 시장이 글로벌화 되고 국가 간 장벽이 사라지는 추세이다 보니 국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도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해야 하는 분위기이며, 외화 유출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해외 투자를 금지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면서도 “해외 법인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금융당국이 감시할 수가 없고,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정보 비대칭 문제를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증권 발행 시장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