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 진영 표심이 분열하더라도 민주당이 낙관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부산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배경으론 ‘개인기’가 꼽힌다. 전 의원만한 경쟁력을 갖춘 후보를 내지 못할 경우 민주당의 유일한 부산 지역구를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부산 북구갑 판세를 가늠할 만한 대표적 표본은 제22대 총선이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부산에서 북구갑 한 곳에서만 간신히 깃발을 꽂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에 도전하는 전재수 의원은 부산시장 출신의 서병수 전 국민의힘 의원을 꺾고 3선 고지를 밟았다.
당시 국민의힘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건 한동훈 전 대표였다. 하지만 2년 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2024년 총선 때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정치권 중심부에 서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개인의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동안 한 전 대표는 부산과 대구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4월 10일 KBS라디오에 출연한 한 전 대표는 부산 북구갑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저는 노래 가사처럼 ‘읽기 쉬운 마음’”이라면서 “어차피 제 마음은 다 읽으시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사실상 부산 북구갑 출마 의사를 굳혔다는 해석이 나오기 시작한 시점이다.
4월 11일 한 전 대표는 경기도 수원에서 지지자들에게 “부산에서 보자”고 말했다. 이튿날인 4월 12일엔 한 전 대표가 부산 만덕동에 집을 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4월 14일 한 전 대표는 직접 전입신고에 나서며 부산 북구갑 출마를 공식화했다. 한 전 대표는 “당내 대형 선거는 많이 했지만, 국민과 하는 선거는 처음”이라면서 “정치인 한동훈의 선거 시작이자 끝은 여기서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 의원은 “(부산 북구갑 3자 구도가) 부산시장 선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아 걱정”이라면서 “민주당이 이기는 것보다는 우리가 후보를 내지 않고 보수 세력인 한 전 대표가 선거에 임하는 게 (해결) 방법”이라고 했다.
친한계 인사들 역시 비슷한 목소리를 낸다. 박정훈 의원은 4월 15일 소셜미디어(SNS)에 “‘당으로 돌아오겠다’고 선언한 한 전 대표가 승리하면 의석 1석을 빼앗는 성과다. 그런데도 무공천을 반대하는 건 명백한 해당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무공천 반대는 ‘선거 승리가 아니라 한동훈 복귀를 막는 게 목표’라는 세간의 비아냥을 인정하는 꼴”이라도 했다.
그러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방미 직전 “다른 당 인사나 우리 당 인사가 아닌 정치인에 대해 지지 발언을 하거나 공천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은 해당행위”라고 했다. 무소속인 한 전 대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됐다. 장 대표는 여러 차례 보궐선거 전지역 공천을 얘기하기도 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김도읍 의원 기자회견 직후 “부산 북구갑 자리가 비면 국민의힘 후보를 낼 것”이라고 무공천 가능성을 일축했다. 북구갑 공천을 두고 계파 간 내홍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점쳐지는 대목이다.
부산 북구갑에 나설 수 있는 국민의힘 주자로는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 등이 거론된다. 박 전 장관은 부산 토박이로 선거 완주 의사를 피력하고 있고, 김 최고위원은 당내 ‘전략공천 카드’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윤석열 정부 장관 출신에 ‘부산 토박이’인 박 전 장관과 장동혁 대표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 최고위원 중 누가 후보로 낙점되는지에 따라 3자 구도의 디테일이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다.
‘수성전’에 나서야 하는 민주당에선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 출마를 원하고 있다. 그동안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적극적으로 하 수석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4월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하 수석에게 “할 일도 많은데, 작업 들어온다고 넘어가고 그러면 안 된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이러한 장면들이 결국 하 수석의 몸값을 올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시각이 많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사실 일반 국민들은 하정우 수석을 잘 모른다. 그런데 당 대표가 삼고초려하고, 이를 대통령이 붙잡으면서 순식간에 화제의 인물이 됐다. 오죽하면 이재명-정청래의 약속대련이라는 말까지 나오겠느냐”라고 했다.
부산 북구갑 판세와 관련해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부산은 전통적으로 현역인지 아닌지보다 선거 구도를 중요시하는 지역”이라면서 “이번 선거 구도는 ‘내란 세력 심판’인데, 한동훈 전 대표는 ‘내란 세력’으로 불리는 이들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보수진영 선두주자”라고 짚었다.
신 교수는 “국민의힘에서 어떤 후보를 내느냐에 따라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한 전 대표에 대항할 강성 인사를 내세운다면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내란 심판’과 관련한 부산 민심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고, 부산 토박이인 인사가 나온다면 선거 구도와 연고 인사의 대결에서 누가 이길지가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민주당 입장에선 ‘내란 세력 심판’ 구도 선거에서 한 전 대표가 출마하면서 셈법이 모호하고 복잡해질 여지가 있다”면서 “만약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출마한다면 ‘이재명 대 한동훈’ 구도가 성립될 수 있지만, 하 수석 출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으로 본다”고 점쳤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