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12월 5일 나온 재단 임원 후보자 공개 모집 공고에 따르면 후보자는 지원서 및 자기소개서, 직무수행계획서, 최종학력증명서, 경력증명서, 관련 자격증 사본 등 증빙자료, 개인정보제공동의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임원추천위원회는 제출된 서류를 바탕으로 후보자 30명을 선발한다. 이 중에서 5~6명을 이사로 채용한다. 이사 임기는 2년이다. 1회만 연임할 수 있다.
평가를 위해서는 자기소개서와 직무수행계획서 제출이 필수다. 그러나 서류심사평가 집계결과를 보면 A·B 이사는 이를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점수를 받았다. A 이사는 57.60점(만점 60점)으로 30명 중 2등을, B 이사는 55.60점으로 10등을 기록했다.
재단이 가지고 있는 A·B 이사 관련 자료는 인사혁신처 자료가 전부다. A 이사는 정치학, 외교정책, 한일관계, 일본 정치 관련 전문가로 기재돼 있다. 현재 서울 소재 대학에서 교수로 재임 중이다. B 이사는 종합일간지 출신으로 미디어 전문가로 기재돼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국가보훈처 국가보훈위원회 위원, 독립기념관 비상임이사 등을 역임한 것으로 나와 있다. 역시 서울 소재 한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일요신문은 두 이사에게 이메일을 통해 이력서 및 직무수행계획서 제출 여부 등을 질의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재단 관계자는 “이력서라든지 직무기술서라든지 자기소개서는 그 두 분(A·B 이사)에 대한 것은 찾지 못했다. 다만 (당시 담당자인) 전임자는 요청을 했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사자들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요청을 했다면 제출을 했을 텐데 요청했던 기억이 없다고 했다”며 “(당사자들은) 본인들이 요청해서 공개 모집에 응한 것도 아니고 인사혁신처 DB로 추출이 돼서 연락을 받은 것이다. 만약에 그런 것(자소서 등)을 요청했다면 어느 정도 기억이 날 텐데, 그런 기억은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재단 안팎에선 시스템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재단은 행안부 경영평가에서 2016~2023년까지 ‘미흡’을 6차례, ‘아주 미흡’을 2차례 받았다. 2023년 평가에서는 조직 및 인적자원관리, 경영정보관리, 국민소통 및 참여, 경영혁신, 보수 및 복리후생 관리 등에서는 D+ 등급을 받았다. 전략 및 리더십 등에 대해서는 C 등급을 받았다.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의 ‘2024년도 공공기관 통합공시 점검 결과 및 후속 조치’에서는 ‘기관주의’ 조치를 받았다. ‘기관주의’는 연간 벌점이 20점이 넘을 때 받는다. 지금은 재정경제부 장관이 통합공시 의무 이행 여부를 감독한다.
#재단 신임 이사장, ‘제3자 변제’ 정부와 물밑 교감?
재단은 ‘피해자 위조 인감’ 의혹에도 휩싸인 상태다. 재단이 윤석열 정부 때 마련된 ‘제3자 변제안’에 동의하지 않거나 연락이 어려운 강제동원 피해자의 ‘위조 인감’을 만들어 도장을 찍은 정황이 행안부 감사에서 드러났다.
미수령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하는 과정에서도 위조 인감이 사용됐고, 심규선 이사장이 이 문제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현재 경찰은 이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는지 여부를 수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3자 변제안’은 일본 전범기업을 대신해 ‘1965년 한일기본조약’ 혜택을 받은 한국 기업이 출연한 기금으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금을 대납하는 방안이다. 한일 과거사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으로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다.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의 배상 및 사죄가 빠져 있어 ‘굴욕외교’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한겨레는 심 이사장이 윤석열 정부와 사전 교감을 거친 뒤 지원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혹을 보도했다. 당시 재단은 이사장 후보를 단수 추천했다가 추가 공모를 통해 심 이사장을 추가 추천했다. 이때 ‘제3자 변제안’을 공식화하려는 윤석열 정부와 심 이사장 사이의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것이다. 심 이사장은 공모 서류에 강제동원 해법에 대해 주장했던 평상시 생각을 썼을 뿐이라는 입장이었다.
심 이사장은 이사장직 공모 전 이뤄진 이사 채용에도 지원했지만 떨어졌다. 일요신문이 확보한 심 이사장의 이사 지원서에는 ‘제3자 변제안’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이사 지원서는 이사장 지원 약 두 달 전인 2022년 7월 제출됐다.
자기소개서에는 언론사 편집국장 이력을 강조하며 조직 통솔력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직무수행계획서에도 재단 홍보 강화, 언론 관심 증대, 한일 현안 해결을 위한 정부 노력 뒷받침 등의 내용만 있었다. ‘제3자 변제’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사 지원과 이사장 지원 사이의 두 달여 기간 동안 윤석열 정부와 사전교감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일요신문은 심 이사장에게 문자와 전화로 사전교감 여부를 문의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김 의원은 “제대로 된 이사회 채용 절차는 사라졌고, 채용 프로세스는 무너진 것으로 드러났다. 정관도 엉망이며, 운영도 엉망이다. 행정안전부 산하의 조직이라고 하기에 부끄러울 정도”라며 “이는 단순히 재단의 문제가 아닌, 이를 운영하는 행안부의 책임도 적지 않아 보인다. 재단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