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진열대에는 ‘수급 지연으로 입고량이 많지 않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주류 제품 박스를 정리하던 한 직원은 “소주는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코너에 없는 물건은 현재 재고가 없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 고객은 “이렇게 판매 상품이 부실해지니 더욱 영업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납품업체들 가운데 일부는 홈플러스의 재정 상황을 고려해 납품 대금 미회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통상 물건을 먼저 납품받아 판매한 뒤 대금을 정산하지만, 홈플러스와의 거래에서는 선지급을 요구하거나 납품 자체를 미루는 사례가 늘면서 상품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 매장에서 빈 매대를 홈플러스 자체 브랜드(PB)인 ‘심플러스’ 제품으로 메우고 있다. 다만 PB 상품만으로는 품목 다양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소비자 입장에서 필요한 제품을 찾지 못하거나 결국 다른 마트·쇼핑시설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홈플러스 고객 이탈이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 판매 부진이 심해질수록 협력업체의 납품 축소와 점포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어, 매대 공백은 단순한 진열 문제가 아니라 기업 회생 가능성 자체를 흔드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홈플러스 본사가 있는 강서구 강서점 2층 식품매장의 경우 일부 매대는 앞줄에만 상품이 진열됐고, 아예 비어 있어 가림막으로 가린 곳도 눈에 띄었다. 치즈·햄 가공품이 놓이던 자리에는 심플러스 옥수수수염차가, 계란이 있던 매대에는 프라이팬이 놓여 있었다.
소비자들은 필요한 상품을 구하지 못해 다른 쇼핑시설로 이동해야 한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40대 남성 A 씨는 “비치된 제품의 선택 폭이 좁아서 필요한 물건을 제대로 사기 어렵다”며 “계란도 비치돼 있지 않아 집에 돌아가는 길에 다른 마트에 들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물량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주변 다른 대형마트를 적극 이용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여성 B 씨(33)는 “보통 장을 보기 위해 이마트를 가는 편인데, 오늘은 멀리 걷기도 귀찮고 구매할 물건이 적은 편이어서 이곳(홈플러스)에 온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현재 수익성이 낮은 점포 41곳의 정리를 추진 중으로, 이 가운데 일부 점포는 이미 폐점 또는 영업중단이 확정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상품 공급 차질과 소비자 이탈이 계속될 경우 추가 점포 구조조정 압박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홈플러스의 회생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는 자금 확보와 자산 매각 성사 여부다. 법원은 당초 지난 3월 4일까지였던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오는 5월 4일까지로 2개월 연장했고, 현재는 슈퍼마켓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지난달 말 인수의향서(LOI)를 낸 복수의 업체를 대상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작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매각 성사와 자금 유입 규모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계획안이 기한 내 가결되지 않거나, 회생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법원이 낮게 판단할 경우 회생절차가 더 어려운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에는 임금 및 납품 대금 정산 지연, 점포 폐점 등이 이어지면서 현장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마트는 통상 3만 개 수준의 재고를 유지해야 하는데 상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대형마트라는 장점도 기능하지 못하고 경쟁력을 상실했다”며 “홈플러스가 정상화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선제적 기업회생 신청을 하면서 브랜드 신뢰 훼손과 인수 부담이 발생해 골든타임을 놓쳤고, 현 상태에서는 청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홈플러스가 회생하려면 단순히 부채를 줄이는 것뿐 아니라 새로운 수익 모델이 필요하다”며 “대형마트 산업 전반적으로 주도권이 이미 쿠팡 등으로 넘어간 상황이어서 배송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경쟁력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납품 대금 지급 여부에 따라 납품이 이뤄지기 때문에 대금 지급이 지연될 경우 일부 상품 공급이 일시적으로 늦어질 수 있다. 특정 카테고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향후 기업 경쟁력 회복 계획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채현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