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간 캐피탈 업계는 고금리·경기둔화·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부실 등의 여파로 침체를 겪었다가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리스·할부사 총 51개사의 2025년 당기순이익은 1조 8001억 원으로 전년(6058억 원) 대비 3배가량 늘었다.
다만 자산건전성 관련 지표는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연체율은 2022년 말 기준 2.49%에서 2023년 말 5.29%, 2024년 말 10.01%, 2025년 말 10.30%로 상승했다. 2025년 말 기준 연체율이 10% 넘는 곳은 9개사로 집계됐다. 9개사 중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무궁화캐피탈은 97.27%까지 치솟았다.
캐피탈업계 한 관계자는 “캐피탈사마다 비즈니스 모델이 조금씩 다른데 자동차금융 등 개인금융을 주력으로 하는 곳이 있는 반면, 기업금융만 영위하는 곳도 있다”며 “부동산 PF 비중이 큰 캐피탈사의 경우 부실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해 어려움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월 진행된 웨비나(온라인 세미나)를 통해 올해 캐피탈업계의 산업 전망을 ‘중립적’으로 내다봤다. △시중금리 변동성 확대에 따른 여신전문금융회사채 수요 감소 및 발행금리 상승 가능성 △비주거, 지방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한 건전성 회복 지연 △할부·리스 부문의 경쟁 심화 △차주 상환 능력 저하로 개인·개인사업자의 연체율 상승세 등을 업계 리스크로 꼽았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상위권에 있거나 금융지주의 자회사로 존속돼 있는 캐피탈사들의 경우 여건이 괜찮지만, 소규모 캐피탈사들은 자금조달 경쟁력 열세 때문에 고위험·고수익 사업인 기업금융 위주로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금융 비중이 높은 캐피탈사 입장에서 기업금융 대출이 부실해지면 영업 실적이나 자산 건전성에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소형급 캐피탈사가 잇따라 M&A 시장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매각이 진행 중인 애큐온캐피탈을 포함해 무궁화캐피탈·마스턴캐피탈·에이캐피탈 등이 잠재적인 후보로 꼽힌다. 서지용 교수는 “캐피탈업계는 M&A를 통해 소위 ‘합종연횡’ 방식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캐피탈 계열사가 없는 금융사가 자본 여력이 충분한 경우 인수를 적극 추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애큐온캐피탈 인수 본입찰 적격 후보(숏리스트)에 메리츠금융지주, 한화생명, 다우키움그룹, 바이칼인베스트먼트 등이 선정됐다. 매각 대상은 EQT파트너스가 보유한 애큐온캐피탈 지분 96.06%이며, 애큐온캐피탈의 100% 자회사인 애큐온저축은행까지 포함한 패키지 딜 형태다.
애큐온캐피탈 인수 후보자 중 한화그룹과 메리츠금융이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화그룹은 생명보험, 손해보험, 증권, 자산운용, 저축은행 등 금융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캐피탈사가 없다. 반면 메리츠금융은 자산 10조 6000억 원 규모의 메리츠캐피탈을 보유하고 있지만, 저축은행 계열사가 없다. 양사 모두 기존 계열사의 자산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금융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노리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SH수협은행 등 은행권도 애큐온캐피탈에 관심을 보였지만, 예비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카카오뱅크는 캐피탈업 진출을 포기하지 않았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4월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26 프레스톡’에서 “카카오뱅크는 캐피탈사를 살 수도 있고 캐피탈업 라이선스를 신청해 직접 진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들의 비은행 확장 수요와 금융당국의 정책·규제 기조가 맞물리면서 캐피탈사 인수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금리 대출, 오토·리스·렌탈 등 취급 상품을 넓힐 수 있는 동시에 벤처기업·중소기업 등 ‘생산적 금융’ 확대라는 정부 기조에 발맞출 수 있다.
이와 관련,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권 특히 은행과 저축은행의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는 자기자본 확충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투자 여력과 손실흡수 능력을 키우기 위한 조치”라며 “타 그룹과 컨소시엄을 형성한 뒤 자금조달을 해주는 것보다 같은 그룹 내 금융 계열사끼리 뭉쳐서 자금조달을 할 경우 신용도 관리나 리스크 통제 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캐피탈사는 자동차, 가전 등 물품을 렌탈해주는 서비스도 영위하고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며 “산업 구조가 서비스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인데, 캐피탈사가 기업과 고객 사이의 중간 다리로서 역할을 하면서 소비 행동에 관한 데이터도 얻어낼 수 있는 점도 인수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