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연간 AI 자본 지출 상향 전망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악재로서의 영향력이 약화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란 전쟁 종전이 아직 합의는 안 되고 있지만 확전되는 양상은 아니다”며 “국제 유가도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10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피크(정점)를 찍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뉴욕 증시의 훈풍이 코스피로 이어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4월 들어(4월 1일~4월 29일) S&P 500지수는 9%, 나스닥지수는 13% 올랐다. 뉴욕 증시에선 주요 기술주가 인공지능(AI)에 힘입어 호실적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강세를 보였다. 정다운 LS증권 수석연구원은 “미국에서도 테크주나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였다. 미국 증시를 따라 우리나라 증시도 주가가 상승한 그림”이라고 분석했다.
빅테크의 실적 발표가 몰린 슈퍼위크도 무난히 넘겼다는 평가다. 4월 29일(현지시각) 구글 모회사 알파벳,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각각 22%, 33%와 17%, 18%씩 늘면서 시장 기대를 웃도는 성적을 냈다. 실적 발표 이후 이들 빅테크 기업의 올해 AI 자본 지출(CAPEX)이 기존 6500억 달러에서 최대 7250억 달러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AI 수요가 늘어나고 투자 사이클이 지속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1분기 실적 시즌을 맞아 반도체 업종뿐 아니라 주도주의 실적 모멘텀이 이어진 점도 코스피 강세를 뒷받침했다. 최근 2주간 주가(4월 20일 종가와 비교한 4월 29일 종가)는 조선 3사(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가 각각 3%, 32%, 16% 올랐다. 전력기기 3사(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LS일렉트릭)도 16%, 32%, 48% 상승했다. 방산주도 전반적으로 강세를 띠는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이어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옛 LIG넥스원)는 4월 22일 종가 기준 황제주(1주당 100만 원 이상인 주식)에 이름을 올렸다.
조선 업종은 저가 선박 대신 고부가가치 선종 위주의 수주 전략을 펼치면서 역대급 호실적을 예고했다. 조선 3사 중 가장 먼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한화오션은 연결 기준 매출 3조 2099억 원, 영업이익은 4411억 원을 기록했다고 4월 27일 공시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2%, 영업이익은 71% 증가했으며 증권가 컨센서스(3750억 원)를 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5월 7일에 실적을 발표하는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수주잔고가 100%를 넘어선 상태다.
전력기기 업종 역시 AI 데이터센터발 수요가 급증하면서 빅테크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 365억 원, 영업이익 2583억 원을 기록했다고 4월 28일 밝혔다. 지난해 1분기 대비 매출은 2%, 영업이익은 18% 늘었다. HD현대일렉트릭에 앞서 실적을 발표한 효성중공업과 LS일렉트릭도 호실적을 기록했다. 효성중공업은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 3582억 원, 영업이익 1523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26%, 영업이익은 49% 증가했다. LS일렉트릭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 3766억 원, 영업이익 1266억 원으로 1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썼다.
#5월 단기 조정 가능성

증권가는 하반기에 코스피가 8000선을 넘길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책임연구원은 “이익 개선세가 다른 업종보다 우위에 있는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7000p대 이상으로 레벨업(지수 상승)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며 “코스피 실적 개선이 가속화되고 있는 구간이며, 미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증시와 비교해 봐도 한국의 이익 개선세가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허재환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의 호실적이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연내 8000p 달성도 불가능하지 않아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다만 4월에 코스피 지수가 폭등한 만큼 5월엔 단기 조정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5월엔 반도체 업종의 상승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평가다. 반도체 업종의 실적 상향 속도가 실적 발표 이후 일시적 소강상태에 진입했고, 국내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의 수급도 약해지고 있다.
5월 중순 케빈 워시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보자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낮아진 점도 코스피가 숨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는 요인이다. 정다운 연구원은 “AI 버블과 관련된 잡음은 계속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코스피 지수가 출렁거리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5월 코스피에 실적주 찾기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본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5월에는 1분기 실적 리뷰 이후 향후 이익 추정치 상향폭이 가장 크고 계절성 측면에서 유리한 거래대금 상위 및 거래량 증가 종목군이 로테이션 장세의 핵심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