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항공은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162억 원, 영업이익 690억 원, 순이익 167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영업손실 326억 원에서 흑자로 돌아서며 최근 5개 분기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냈다. 여객 수요 회복과 더불어 지난해부터 이어진 기단 현대화가 비용 구조 개선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항공은 노후 기재를 줄이고 B737-8 중심으로 기단을 바꾸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지난 2~3월 B737-8 기재를 각각 1대씩 구매 도입했고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에는 기령 20년 이상의 B737-800 리스 기재 2대를 반납했다. 3~4월에는 오래된 B737-800NG 기 3대도 매각 결정했다. B737-8은 기존 B737-800보다 연료 효율이 15% 이상 높은 기종으로 평가되는 만큼 고유가 국면에서 유류비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기대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구매기의 경우, 반납 때 원상복구 정비비 등이 소요되는 리스기와 달리 항공사에서 비용 관리하기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기령을 낮출수록 기재를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정비비와 운항비도 확실히 낮아진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오래된 기재보다는 신규 기재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신형기 도입은 운항 안정성 어필과 서비스 이미지 제고 측면에서 홍보 효과가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노선 수요를 빠르게 흡수한 전략도 수익성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항공정보포털 주요국·노선 여객 운송 통계에 따르면 2026년 4월 기준 일본 노선 이용객은 1081만 3154명으로 중국 609만 4770명, 베트남 375만 1500명, 대만 227만 6024명을 크게 웃돌았다. 일본 여행 수요가 국제선 회복을 주도한 가운데 제주항공은 이 흐름에 맞춰 일본 노선 공급을 적극적으로 늘렸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올해 1~4월 일본 노선 이용객은 162만 900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0만 1000여 명보다 약 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항공사의 일본 노선 전체 이용객 증가율이 약 21%였던 점을 고려하면 제주항공이 일본 여행 수요 확대분을 상대적으로 크게 흡수한 셈이다. 제주항공은 5~6월에도 도쿄·후쿠오카·나고야 증편과 인천~고베 신규 취항을 추진하며 일본 노선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동남아 노선은 고유가·고환율 부담 속에서 감편 대상이 됐다. 제주항공은 5~6월 인천~하노이·방콕·싱가포르 3개 노선에서 총 110편을 줄이기로 했다. 이후 비엔티안 운항 중단과 푸꾸옥·다낭·나트랑 등 베트남 노선 감편까지 포함해 310편 규모의 추가 감편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가 강한 일본 노선에는 공급을 늘리고 유가 부담이 큰 중거리 동남아 노선은 줄이는 식으로 노선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셈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1분기에는 일본 수요가 워낙 좋았고 제주항공이 이 흐름에 가장 빠르게 대응했다. 영업 비중을 보면 일본 쪽에 공급을 집중한 흐름이 뚜렷하다”며 “통상 항공사들은 수요 불확실성을 감안해 동남아 등 다른 노선으로 공급을 분산하거나 기존 노선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주항공은 수요가 약하다고 판단한 노선은 비교적 과감하게 줄였다”고 말했다. 이어 “동남아 노선은 2분기 비수기 성격이 큰 데다 제주항공이 이미 대대적인 감편에 나선 만큼 향후 실적에 미치는 부담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분기 흑자전환에도 증권가의 제주항공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미래에셋증권은 제주항공 목표주가를 낮추고 2분기 적자 전환을 전망했다. iM증권도 1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지만 2분기에는 유류비 부담이 본격화되며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봤다. 하나증권 역시 “2분기부터가 걱정”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1분기 반등에도 고유가와 고환율에 따른 비용 압박이 실적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류비 부담은 이미 5월에 정점을 찍었다. 5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현행 거리비례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최고 단계인 33단계까지 올랐다. 6월 발권분부터는 27단계로 낮아지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유류할증료는 유가 상승분을 보전하는 장치지만 33단계를 넘어선 항공유 가격 초과분까지 모두 흡수해주지는 못한다. 5월에 항공사들이 떠안은 부담이 6월 단계 하락으로 소급 보전되는 것도 아니다.
환율도 부담이다. 원·달러 환율은 5월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509원에 출발한 뒤 장 초반 1510원을 넘어섰다. 전날 주간거래 종가도 1507.8원으로 이미 1500원대를 웃돌았다. 항공유 결제와 기재 리스료, 정비비 등 주요 비용이 달러 기반인 항공사 입장에서는 환율 방어가 되지 않을수록 비용 부담이 오를 수밖에 없다.
비용 부담이 늘어도 운임으로 곧바로 메우기는 어렵다. 저비용 항공사의 주력인 일본·동남아 등 중단거리 노선은 가격 민감도가 높아 유류할증료가 오른 상태에서 운임까지 올리면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항공사는 국토교통부에 신고한 공시 운임 체계 안에서 운임을 운용해야 해 비용 상승분을 항공권 가격에 전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
고효율 신규 기재 도입을 이어가기 위한 자금 부담도 남아 있다. 제주항공은 올해 말까지 B737-8 기재 5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1분기 유형자산 취득에만 2369억 원의 현금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된다. 제주항공이 들여오는 신규 기재는 금융리스 방식이다. 운용리스처럼 일정 기간 빌려 쓰고 반납하는 구조라기보다 리스 기간 동안 기재 취득 대금을 나눠 부담하고 이후 회사 자산으로 가져오는 방식에 가깝다. 이 기간에는 리스료와 금융비용, 감가상각 부담이 함께 발생한다.
제주항공이 최근 자산 매각에 나선 것도 이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제주항공은 최근 B737-800NG 기재 3대를 1447억 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IT 자회사 AKIS 지분 매각으로 433억 원을 확보했고 호텔사업 관련 자산과 계약·권리 일체도 계열사 마포애경타운에 540억 원에 넘기기로 했다.
증권사 다른 관계자는 “신규 기재 도입으로 인한 단기 현금 부담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 좋은 조건으로 결정한 기 도입 계약은 취소하기 아까운 측면이 있고 제주항공도 현금 흐름이 빠듯한 상황에서 예정된 기재 도입을 이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자체 현금흐름만으로는 부담이 있는 만큼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선 흐름”이라며 “당분간 비용 부담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항공 관계자는 “1분기에는 항공 여객 수요 자체가 양호했고 대부분의 상장 항공사들이 흑자를 낸 환경이었다”며 “그중에서도 제주항공은 구매기 도입을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와 유류비 절감 효과, 일본·중국 등 중단거리 노선의 탄력적 운용이 맞물리면서 비교적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2분기 이후에도 큰 전략 변화보다는 구매기 도입을 지속하고 일본·중국 등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공급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비용 부담과 시장 변동성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