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의 모발 전문 클리닉 ‘더 한나 가보아디 클리닉’의 설립자이자 유명 모발학자인 한나 가보아디가 여성 탈모의 가장 흔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는 것은 ‘불량한 두피 위생’이다. 이에 대해 그는 “탈모로 고민하는 많은 여성들은 머리를 감을 때마다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것을 보면 머리 감기를 두려워한다. 그래서 머리 감는 횟수를 줄이기도 한다. 머리를 자주 감지 않으면 탈모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더 해로울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주기적으로 머리를 감으면 두피의 유분을 씻어내기 때문에 두피 염증이 예방되고, 모발 성장을 위한 건강한 환경이 조성된다. 반대로 머리를 감지 않으면 피지, 땀, 죽은 각질이 두피에 쌓이게 되고, 이로 인해 피부 표면에 상주하는 말라세지아 효모균(곰팡이균)이 과도하게 증식될 수 있다. 그 결과 염증 및 지루성 피부염 같은 두피 질환이 생기고, 결국은 건강한 모발 성장을 방해하게 된다.
피부과 전문의와 모발 전문가들은 샴푸를 전혀 쓰지 않고 물로만 머리를 감는 ‘노푸’나, 머리를 자주 감지 않음으로써 두피의 유분을 줄인다는 이른바 ‘헤어 트레이닝’ 같은 유행은 소셜미디어(SNS)에서 떠도는 근거 없는 믿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가보아디는 “모발은 길들일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건강한 두피를 위해 가장 이상적인 머리 감는 횟수는 주 2~3회다”라고 조언했다.
많은 여성들이 주기적으로 머리를 감는 것을 주저하는 이유는 샴푸 성분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거품을 내는 기포제 역할을 하는 계면활성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계면활성제가 민감성 두피를 가진 사람들에게 건조함이나 자극을 유발할 수는 있지만, 이 성분이 영구적인 탈모를 일으킨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는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 전문 학술지 ‘피부과 클리닉’에 실린 한 리뷰 논문은 계면활성제와 기타 세정 성분은 주로 모발 줄기의 바깥층인 큐티클과 두피 장벽 기능에 영향을 미칠 뿐, 모낭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가보아디는 머리를 주기적으로 감는 것만큼이나 제대로 말리는 것도 탈모 예방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머리카락은 젖어 있을 때 가장 취약한 상태가 된다. 따라서 어떻게 말리고, 어떻게 스타일링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샤워 후에는 일반 수건으로 거칠게 문지르기보다는 극세사 수건으로 물기를 꾹꾹 눌러 제거한 후 부드럽게 짜내는 것이 좋다. 극세사 수건은 표면이 부드럽기 때문에 젖은 모발의 마찰을 최소화하며, 이로써 모발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의외로 자연 건조보다 헤어드라이어 사용이 모발을 덜 손상시킨다. 젖어있는 상태로 머리카락을 장시간 방치하면 모발이 부풀고 취약해진 상태가 수시간 지속되고, 이런 경우 모발 내부의 단백질 구조가 약해지면서 쉽게 끊어질 수 있다.
다만 헤어드라이어를 잘못된 방법으로 사용할 경우에도 역시 모발 손상은 일어난다. 심지어 원형탈모로 이어질 수도 있다. 요컨대 머리를 감은 직후 강한 열을 가하면 모발 줄기 내부의 수분이 팽창하면서 큐티클이 갈라지고 손상된다. 또한 두피를 장시간 고열에 노출시키면 건조해지면서 자극이나 각질(비듬)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건강한 모발 성장 환경을 무너뜨리게 된다.

여성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탈모 유형 가운데 하나는 이른바 ‘견인성 탈모’다. 모근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잡아당길 때 발생하는 탈모 유형이다. 대개 머리카락을 항상 같은 방향으로 강하게 뒤로 잡아당겨서 꽉 묶는 헤어스타일이 원인이 된다. 이렇게 잡아당길 경우 특정 모발에 지속적인 충격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가보아디는 “발레리나들처럼 머리를 뒤로 당겨서 꽉 묶으면 헤어라인에 장력이 발생한다. 모낭에 마찰이 생기고, 이로 인해 염증이 발생하면서 결국 흉터까지 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는 벨라 하디드, 헤일리 비버, 카다시안 자매 등 유명 셀럽들이 유행시킨 이른바 ‘슬릭백 헤어(올백 헤어)’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또한 모근에 접착테이프를 붙여서 만드는 붙임머리는 6~8주 이상 유지할 경우 모발이 손상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즉, 자연 모발이 자라면서 테이프 위치가 아래로 내려앉게 되고, 그 과정에서 모근이 당겨지고 모발이 엉키면서 영구적인 모발 손상과 견인성 탈모가 유발될 수 있다.

가보아디는 최근 오젬픽이나 위고비, 마운자로 같은 GLP-1 계열의 체중 감량 약물을 사용하는 여성들 사이에서 탈모 사례가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 “많은 경우 이는 약물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급격한 체중 감소와 지나치게 적은 식사량 때문”이라고 말한 가보아디는 “영양소들, 특히 철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으면 모발이 ‘휴지기(탈락기)’ 상태로 들어가면서 머리카락이 빠지고 가늘어지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몸은 혈액과 근육에 산소를 운반하고 저장하는 단백질인 헤모글로빈과 미오글로빈을 만들기 위해 철분을 필요로 한다. 철분이 부족하면 빈혈이 생길 수 있고, 이 경우 두피와 모낭을 포함한 신체 곳곳으로 전달되는 산소량이 줄어든다. 그리고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면 모발 성장이 멈추고 탈모가 발생할 수 있다.
가보아디는 GLP-1 약물을 복용하고 있거나 무리한 다이어트 후 탈모를 겪는 사람들에게 무작정 영양제를 사먹기보다는 먼저 혈액검사를 통해 영양 결핍 여부를 확인하라고 권고한다. 이와 관련, 가보아디는 “페리틴 수치(체내 철분 저장량), 갑상선 호르몬, 비타민 D, 엽산 수치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혈액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라고 충고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경우에는 식단을 통해 모발 유지에 필요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모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들로는 붉은 고기, 레몬즙을 뿌린 시금치(철분 흡수 촉진 효과), 연어나 호박씨 같은 건강한 지방 등이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