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점식 신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선출된 6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원 구성 협상이 시작됐다. 정 원내대표는 6월 12일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원 구성 원칙은 국회 정상화, 견제와 균형의 복원이다. 법사위는 야당 몫으로 돌려놔야 한다”며 “경제, 부동산 정책 기조 전환을 주도하기 위해 경제 관련 상임위 4곳도 야당이 맡아야 한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 발언대로 법사위,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정무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매번 법사위를 놓고 원 구성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는 이유는 막강한 권한 때문이다. 법사위는 법무부·법제처·감사원 소관 업무, 헌법재판소 사무, 법원·군사법원의 사법행정, 탄핵 소추, 체계·자구 심사 등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 법안의 위헌 소지나 다른 법률과의 충돌 여부 등을 살피는 절차인 ‘체계 심사’와 법률 용어를 다듬는 ‘자구 심사권’을 가지고 있다.
이 체계·자구 심사 권한 때문에 법사위는 ‘사실상의 상원’이라고도 불린다. 국회는 국회법 제36조·37조에 따라 ‘상임위 중심주의’로 운영되고 있다. 원칙적으로 다른 상임위가 해당 상임위 결정을 뒤집을 수 없는 구조다. 그러나 법사위는 체계·자구 심사권을 통해 다른 상임위 법안 통과 과정에 개입할 수 있다. 체계·자구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법안은 국회 본회의에 오를 수 없다. 위원회 중심주의와 충돌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자리에 대해서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며 일축했다. 이 같은 기조는 21대 후반기 국회 이후 굳어졌다. 민주당은 21대 때 국민의힘이 이른바 ‘법맥경화’를 일으켰다고 본다. 노란봉투법, 간호법, 방송법, 양곡관리법 등 민주당 추진 법안이 모두 김도읍 법사위에서 막혀 처리가 지연됐다는 것이다(관련기사 ‘체계·자구 심사권’이 얼마나 대단하길래…막 오른 법사위원장 쟁탈전).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6월 15일 “거듭 말하나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민주당이 맡겠다. 이재명 정부 2년 차 국정운영과 민생안정을 위해 책임 있는 여당이 법사위를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원내대표는 “중동 위기 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법안 신속 처리를 위해서도 정부와 손발을 맞춰 실제 성과를 낼 민주당이 (법사위를)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재경위, 정무위, 산자위, 국토위 등 경제 관련 상임위도 민주당이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한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지난 1년 동안 상임위를 정쟁의 도구로 전락시켰다. 엉터리 필리버스터와 무차별 보이콧으로 국회를 파행시켰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무위원장 자리를 가져와야 한다는 기류도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무위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공정거래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국가보훈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국무조정실, 주요 금융기관 등을 담당한다. 상법 개정안, 상속세법, 자본시장법 등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개혁 법안을 다룬다. 스테이블 코인 도입을 골자로 한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서민금융안정기금 설치를 골자로 한 서민금융법 개정안도 쟁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3월 17일 “정무위가 지금 문제다. 야당이 위원장(윤한홍 위원장)이라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 다수 의석이 있으면 의석대로 토론을 해보고 안 되면 의결해야지 아예 안 하는 게 어디 있느냐”며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상반기 국회 정무위 법안 가결률(본회의에서 원안 또는 수정 가결된 법안)은 4.57%로 집계됐다.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맡는다고 해서 입법 속도가 빨라질 것인지에 대해선 회의적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 가결률이 대부분 한 자릿수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운영위원회(한병도 위원장) 3.6%, 법사위(서영교 위원장) 5.33%, 행정안전위원회(권칠승 위원장) 5.51%, 국토교통위원회(맹성규 위원장) 7.06%, 보건복지위원회(소병훈 위원장) 7.33%,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김정호 위원장) 7.51% 등이다.

상임위원장 후보군에도 눈길이 모아진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법사위원장으로 송기헌 박범계 전현희 의원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각각 검사, 판사, 변호사 출신이다. 그러나 셋 모두 법사위원장직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법사위원장을 기피하는 기류가 흐른다. 법사위원장은 검찰개혁 후속 입법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법안을 총괄해야 한다. 검찰개혁에 관심이 높은 강성 지지층의 기대에 부합해야 한다. 정치적 부담이 큰 자리다. 한 민주당 의원은 “어려운 자리라 다들 안 하려고 하는 (분위기는) 맞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다른 여당 몫 상임위원장 자리에는 주로 상임위원장 이력이 없는 3선 의원들이 거론된다. 김정호 김영진 이언주 진성준 의원 등이다. 국민의힘에서 상임위원장을 맡지 않은 3선으로는 김성원 김정재 김희정 송석준 송언석 이만희 이양수 의원이 있다. 4선 유의동 의원의 위원장직 선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원 구성 협상은 차일피일 미뤄질 전망이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한 관계자는 법사위와 경제 관련 상임위는 반드시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법사위, 산자위, 기재위 등 (쟁점 상임위가) 많다”며 “그래서 아직 (협상까지) 멀었다. 이번 달(6월)까지 해야 하는데, (타결 여부를)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협상이 결렬될 경우 민주당이 본회의 단독 소집 후 민주당 몫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앞서 민주당은 상반기 국회 원 구성 때 법사위를 비롯한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국회 일정에 보이콧하며 반발했지만, 결국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가져갔다.
이번에도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선출 강행을 밀어붙이기엔 부담이 따른다는 분석도 있다. 6·3 지방선거 서울시장 패배, 일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주당·국민의힘 지지율 데드 크로스,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신중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 법사위 희망하는 거 아니었어?
민주당 지역구였던 부산 북갑에서 생환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상임위 배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의원은 여야 최전선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아닌 경제 관련 상임위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6월 16일 중앙일보 유튜브 채널 ‘황현희의 불편한 여의도’에서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정무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등을 희망 상임위라고 밝혔다.
당초 예상과 달리 법사위를 언급하진 않았다. 한 의원은 검찰 요직과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엘리트 법조인’이다. 법사위는 이 대통령을 견제하며 존재감을 부각하면서 전문성까지 발휘할 수 있는 상임위로 꼽힌다. 한 대표는 다른 상임위에서도 법사위원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회법 제48조에 따르면 무소속 의원의 상임위원회는 국회의장이 정한다. 희망 상임위를 의장실에 전달하면 의장이 교섭단체와 협의 끝에 상임위를 배정하는 구조다. 정보위원회는 무소속 의원에 배정할 수 없다.
‘견원지간’인 김의겸 민주당 의원과의 재회 여부도 눈길을 끌고 있다. 두 사람은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으로 공방을 주고받았다. 2022년 김 의원은 한 의원이 김앤장 변호사 30여 명과 함께 강남 고급 술집에서 술자리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이는 허위 사실로 밝혀졌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