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LG 트윈스가 요니 치리노스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영입한 약셀 리오스의 활약에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LG는 6월 3일 오른쪽 팔꿈치 통증으로 고전한 요니 치리노스와 결별하고 우완 불펜 투수 약셀 리오스와 총액 45만 달러(약 6억 8000만 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약셀 리오스는 푸에르토리코 유니폼을 입고 지난 2026 WBC에 등판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32살, 푸에르토리코 국적인 리오스는 한국 혼혈인 아내와 결혼해 평소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었다. 메이저리그(MLB) 통산 93경기에 등판해 8승 2패 5홀드, 평균자책점 6.21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선 344경기 등판 36승 32패, 평균자책점 4.11을 올렸고, 올해 마이너리그 트리플A 11경기 3패, 평균자책점 4.24의 성적을 거뒀다.
LG 유니폼을 입은 리오스는 10일 SSG전에서 158km/h의 초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1이닝 무실점), 13일 롯데전에서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때 전광판에 찍힌 최고 구속이 160.8km/h. 리오스의 강속구에 KBO리그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17일 KIA전에 등판했다가 8회 160km/h의 강속구에도 아웃카운트 1개만 잡은 채 3피안타(1피홈런) 3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그럼에도 LG 마운드에 리오스의 합류는 굉장한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누구보다 동료 선수들은 리오스의 활약에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광주 KIA전에서 KBO리그 역대 7번째 통산 800경기 등판 기록을 세운 LG 베테랑 불펜 투수 김진성은 새로 합류한 외국인 투수가 선발이 아닌 불펜 투수라서 흥미로웠다고 말한다.
“처음 두 차례의 등판만 봤을 때는 불펜 투수로 KBO리그를 씹어 먹을 듯했다. 그만큼 160km/h가 넘는 강속구가 인상적이었다. 속으로 저 구속에서 내게 3, 4km/h만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리오스한테는 그 정도 구속이 떨어져도 여전히 강속구를 던지겠지만 나한테 3, 4km/h의 증속은 엄청난 힘이 되기 때문에 불가능한 희망사항을 떠올려봤다.”
김진성은 얼마 전 리오스가 휴대폰 번역기를 들고 통역없이 자신을 찾아왔다고 말한다. 리오스는 번역기로 김진성이 어떻게 회복 운동을 하는지, 회복을 빠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물었다고 한다.
“그래서 월요일 쉬는 날 빼고 매일 일찍 출근해 두세 시간씩 보강 운동하고 러닝한다고 설명했더니 리오스가 자신도 일찍 출근해 그 루틴대로 해보겠다고 말하고선 다음 날부터 일찍 출근하더라. 그런 점이 다른 외국인 선수한테 보지 못했던 모습이다. 아내가 한국계 혼혈이라고 들었는데 한국 문화나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 리오스가 자신은 자장면을 먹고 소주도 마실 줄 안다고 하더라. 새로운 리그와 팀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나 마인드, 투수로서의 장점 등을 고려했을 때 KBO리그 무대에서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 LG 마무리 투수 유영찬의 부상으로 선발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옮긴 손주영은 18일 기준 15경기에 등판해 1승 13세이브 평균자책점 1.04를 기록 중이다.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했을 경우 100%의 세이브 성공률을 보일 정도로 강력한 구위를 뽐내고 있다.
손주영은 리오스의 등장으로 LG의 뒷문이 더 강해진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외국인 투수로 선발이 아닌 불펜을 보강한다고 해서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었을 텐데 리오스가 마운드에서 공 던지는 걸 보고 충분히 이해되는 선택이란 생각이 들었다. 강속구를 던지면서 위력적인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갖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불펜의 부담을 나눠가질 수 있는 선수가 합류했다는 점이 정말 좋았다. 메이저리그나 트리플 A를 경험한 불펜 투수가 이런 공을 던지는구나 싶었다.”
손주영은 최근 리오스가 자신에게 영양제를 선물했다면서 남다른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LG 김광삼 투수코치가 보는 약셀 리오스는 어떤 투수일까. 김 코치는 시즌 중 합류하는 외국인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적응인데 리오스가 문제없이 잘 적응하고 있고, 동료 선수들도 리오스가 팀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리오스를 경험한 상대 팀 타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대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겠지만 단점이 노출되면 강속구 투수라고 해도 쉽게 맞아 나갈 수 있다. 그래서 리오스의 단점이 무엇인지, 왜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했는지를 분석 중이고 선수에게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 중이다.”
리오스는 LG 입단 이전까지 필라델피아, 피츠버그, 오클랜드 등에서 메이저리그 경험을 쌓았다. 사진=연합뉴스김광삼 코치는 리오스의 친근한 성격에 높은 점수를 줬다.
“벌써 내년 시즌 이야기를 꺼내더라. 자신은 내년에 선발도 가능하다고. 그래서 일단 올 시즌 잘 마무리하자고 말했다. 보통 외국인 선수를 볼 때 노력형인지, 루틴이 확실한 선수인지, 또 재능을 믿고 가는 선수인지를 보는데 리오스는 상당히 루틴이 잘 만들어진 성실한 선수더라. 일찍 출근하고, 경기 준비하는데 정성을 들이는 모습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리오스의 합류로 LG 불펜은 여유가 생겼지만 선발진 운영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송승기마저 담 증세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며 장현식과 이정용이 선발 로테이션을 맡고 있는 터라 지난 시즌 11승을 거둔 손주영이 다시 선발투수로 돌아갈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김 코치는 이와 관련해 “상당히 예민한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 시즌 투수의 포지션 변경이 결코 쉽게 이뤄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선발과 마무리는 경기를 준비하는 루틴부터 다르고 빌드업에도 차이가 있는 터라 자칫 잘못하면 부상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그래서 시즌 중 보직 변경은 예민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선발 로테이션에 엄청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손주영은 리오스의 존재로 후반기에는 보직 변경이 가능할 수도 있을 거란 예상과 관련해 팀을 먼저 생각하는 속마음을 전했다.
“아직 구단이나 감독님으로부터 그 문제와 관련해 이야기를 들은 건 전혀 없다. 그러나 혼자 생각은 해봤다. 지금 선발 로테이션이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만 어떤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과연 마무리를 고집할 수 있을까 싶다. 지금 세이브 경쟁도 하고 있고, 시즌 중 보직 변경 자체가 부담스러워도 만약 팀이 우승하는데 내가 선발로 가는 게 도움이 된다면 그 선택을 따를 것 같다. 세이브 경쟁보다 팀 우승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주영에게 “혹시 7월 이후 고우석이 LG로 복귀한다면?”이라고 물었다. 손주영은 “(고)우석이가 온다면 그냥 바로 선발로 가야죠”라며 활짝 웃는다.
이정후-김하성 첫 맞대결에 쏠린 관심
6월 17일부터 19일까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2026 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정규 시즌은 이정후와 김하성이 올 시즌 처음으로 맞대결을 펼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정후와 김하성의 빅리그 맞대결은 김하성이 탬파베이 레이스 소속이었던 지난해 8월 16일~19일 이후 약 10개월 만이었다.
김하성과 이정후가 올시즌 첫 맞대결을 가졌다. 사진=홍주애 통신원절친 선후배의 방망이 대결은 두 선수가 처한 상황만큼 다른 결과가 나왔다. 17일 첫 경기가 비 때문에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고, 샌프란시스코는 18일 펼쳐진 2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머쥐었다. 최근 한국인 빅리거 18경기 연속 안타 신기록을 세웠던 이정후는 서스펜디드로 치른 낮 경기에서 시즌 4호 홈런을 터트리며 팀 승리에 일조한 반면 김하성은 볼넷은 얻었지만 무안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정확히는 3타수 무안타 2삼진 1볼넷이었다. 이후 저녁에 시작된 2차전에서 이정후는 5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는데 김하성은 7회초 대수비로 투입됐다가 8회말 대타로 교체되는 굴욕을 떠안았다. 김하성은 손가락 부상에서 복귀 후 19경기에서 타율 0.085(59타수 5안타)를 기록하며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김하성을 ‘일요신문’ 통신원이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 전 홈 팀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김하성은 지금의 어려움을 긍정적인 마인드로 극복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출전 기회가 많지 않은데 그 또한 내가 못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부주의해서 부상이 있었고, 그 부상으로 오래 자리를 비운 터라 누구 탓을 할 수가 없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도 정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서 더 떨어지기도 어렵고 그때 이겨낸 기억을 떠올리며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선수가 성적을 못 내면 욕먹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이런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하진 않을 것이다.”
김하성은 부진한 성적으로 트레이드 소문이 돌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아예 그런 말들에 귀 기울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면서 “지금은 타격감을 되찾는데 집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경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진 월트 와이스 애틀랜타 감독은 김하성의 부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선수와 꽤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하성은 스프링 트레이닝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고, 지난해에도 (부상 등으로) 많은 시간을 놓쳤다. 그래서 경기 감각을 끌어 올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경기를 이겨야 하고, 몸 상태가 가장 좋은 선수들을 경기에 기용해야 한다. 감독 입장에선 그 두 가지 사이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김하성이 어떤 선수인지, 그동안 어떤 선수였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의 계획은 김하성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도록 돕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는 분명 우리 팀을 더 좋은 팀으로 만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