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시 광주제일고 코치진은 심판진에게 항의했고, 심판은 배재고에 주의를 줬다. 경기가 끝난 뒤 배재고 감독과 코치들은 상대 더그아웃을 찾아가 사과했지만 비판 여론은 확산됐다. 이에 배재고는 경기가 끝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사과문 이미지에 구글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에서 생성한 이미지에 삽입되는 워터마크가 남아 있어 AI로 작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과문 내용도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사과문에는 “일부 학생 선수의 부적절한 응원 구호”, “해당 학생 선수에 대해서는 학칙과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경기 영상을 보면 더그아웃에 있던 여러 배재고 선수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율동을 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또 학교는 “해당 학생 선수를 즉시 제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지만, 광주제일고 코치진이 심판진에 항의하기 전까지 이를 제지하는 모습은 영상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논란이 확산하자 배재고는 이날 오후 사과문을 다시 게시하면서 논란이 된 일부 표현을 수정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7월 1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개최해 배재고 선수단에 대한 징계 여부를 심의할 계획이다.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체육인의 품위를 훼손한 경우를 징계 사유로 규정하고 있으며, 징계 수위에 따라 출전 정지와 감봉, 강등, 견책 등의 처분이 가능하다. 공정위에서는 오는 7월 2일 예정된 배재고와 순천 효천고의 청룡기 경기 진행 여부도 함께 논의할 방침이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정치·역사 비하 표현이 청소년 사이에서 놀이처럼 소비되는 현상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비하와 혐오 표현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밈(meme)’ 형태로 확산되면서 젊은 세대가 이를 재미나 놀이 문화처럼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논란 당시 온라인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합성물, 스타벅스를 ‘빨갱이 없는 청정지역’으로 규정한 포스터 등 게시물이 잇따라 퍼지며 논란이 된 바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극우 성향의 조롱과 혐오 표현이 청소년들의 공적 공간과 스포츠 현장에까지 침투해 일상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며 “더 이상 일부 청소년의 철없는 장난이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허창덕 영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SNS를 주로 이용하는 10대들이 혐오 콘텐츠를 여과 없이 접한 뒤 이를 재미나 놀이 문화처럼 소비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온라인에서 형성된 혐오 문화가 현실 공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더 이상 일부 학생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인 사회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