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종합 스포츠 이벤트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가장 장기간 꾸준히 강력한 모습을 자랑한 종목은 다름 아닌 양궁이다. 1984 LA 올림픽부터 2024 파리 올림픽까지 올림픽에서만 50개(금 32, 은 10, 동 8)의 메달을 따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그보다 많은 94개(금 46, 은 29, 동 19)였다.
이처럼 한국 양궁은 세계 최고 자리를 지켜왔다. 특히 리커브 종목에서의 성적은 압도적이다. '시대의 지배자'가 한 차례 활약한 이후에도 새로운 스타는 끊임없이 탄생했다.
남자팀은 익숙한 얼굴들이 대거 나선다. 김우진과 김제덕은 2020 도쿄 올림픽부터 주요 국제 대회마다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이우석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 함께했다. 이들은 이미 합계 10개(금 6, 은 3, 동 1)의 아시안게임 메달을 따낸 바 있다.
여자팀은 강채영, 오예진, 이윤지가 나선다. 강채영은 치열한 국가대표 경쟁에 밀려 지난 대회에는 나서지 못했다. 그에 앞서 2018년 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동메달을 따낸 경험이 있다. 오예진과 이윤지는 이번이 첫 출전이다.
아시안게임에서는 2010년부터 컴파운드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한국 대표팀은 컴파운드에서는 기존 리커브만큼의 압도적인 성적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3년 전 아시안게임 당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로 금메달 5개를 쓸어간 인도에 밀렸다. 남자팀에서는 김종호, 최용희, 최은규가, 여자팀에서는 강연서, 박예린, 박정윤이 출전한다.

양궁 대표팀 외에도 대한민국 선수단은 다수의 '월드 클래스'를 보유했다. 첫손에 꼽히는 인물은 안세영이다.
배드민턴 여제로 불리는 안세영은 직전 아시안게임이 열린 2023년부터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서며 전성기를 열었다. 연초부터 열린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연달아 차지하던 그는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이후로도 탄탄대로는 계속됐다. 세계랭킹 1위 자리를 97주째(8월 21일 기준) 지키고 있다. 2026시즌에도 9개 대회 가운데 7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인공 역시 안세영이 될 전망이다.
종목 역사는 짧지만 e스포츠의 리그오브레전드(LoL) 역시 대한민국이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종목이다. 정식 종목 채택 이후 첫선을 보인 지난 대회에서 대표팀은 그룹 스테이지부터 녹아웃 스테이지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역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6인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전 대회 금메달리스트 3명이 합류했다. '페이커' 이상혁, '제우스' 최우제, '케리아' 류민석이 그 주인공이다. '캐니언' 김건부, '제카' 김건우, '구마유시' 이민형은 아시안게임 첫 출전이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리그오브레전드 강국으로 통한다. '롤드컵'으로 불리는 월드챔피언십에서 T1이 3연패를 달성했다. 또 다른 국제 대회인 MSI(미드시즌인비테이셔널) 역시 젠지와 한화생명 등 국내 팀이 3년 연속 우승컵을 가져갔다. 국가대표팀 6명은 모두 이들 세 팀 소속이다.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는 중국이 꼽힌다. 결국은 중국과의 맞대결이 사실상의 결승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척박한 땅에서 싹트는 희망
양궁 대표팀과 같은 전통, 안세영과 같은 실적도 없으나 기대를 모으는 종목도 있다. 다름 아닌 남자 육상 단거리다. 한국은 그동안 육상 단거리 무대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이에 '육상 불모지'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이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젊은 선수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기대를 받고 있는 자원은 나마디 조엘진과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다. 2006년생 조엘진은 나이지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한국 단거리의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았다. 2026년에 들어서는 남자 100m에서 한국기록에 근접하는 기록을 잇달아 작성했다. 지난 9일 일본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10초07을 기록했다. 김국영이 보유한 한국신기록과 동률이었다. 다만 초속 3.2m의 뒷바람 탓에 공인 기록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부모를 둔 비웨사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단거리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2026시즌에는 100m 개인 최고기록(10초13)을 경신하며 조엘진과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두 선수는 개인 종목뿐 아니라 계주에서도 한국의 기록 단축을 이끄는 핵심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기대를 모으는 아시안게임 남자 400m 계주에는 조엘진과 비웨사를 비롯해 이재성, 서민준, 김시온 등이 출전할 예정이다. 조엘진과 비웨사는 100m 개인전에도 나서고, 이재성은 200m에도 출전한다.
최근 성과도 뚜렷하다. 2025년 38초51(세계릴레이선수권), 38초49(구미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로 한국신기록을 연이어 새로 썼다. 구미에서는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한국이 아시아선수권 남자 400m 계주에서 우승한 것은 처음이었다.
아직까지 한국 남자 400m 계주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적이 없다. 여전히 경쟁국의 벽도 높다. 다만 한국신기록을 작성해 나가는 최근 분위기는 분명 다르다. 상승세를 보이는 단거리 선수들이 나고야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