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서 ‘무임승차’ 꼬리표 단 곽빈, 직접 금메달 사냥…월드컵 신데렐라 이기혁, 병역 특례 걸린 마지막 기회
[일요신문]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막이 임박했다. 9월 19일 막을 올리는 아시안게임에서 많은 관심이 쏠리는 종목은 야구와 축구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대거 출전하는 다른 종목과 달리 야구와 축구는 팬들 앞에 자주 나서는 프로 선수들이 출전한다. 이들은 최근까지 각각 4연패, 3연패라는 호성적으로 기대에 화답했다.
곽빈은 이번 2026시즌을 통해 KBO리그 최고의 투수로 거듭났다. 사진=연합뉴스이번 아시안게임 역시 야구·축구 국가대표팀의 목표는 금메달이다. 병역 특례 혜택 등을 고려해 선수들의 메달 의지가 남다르다. 대회 특성상 어린 선수 위주로 꾸려지는 대표팀에서 예외적으로 경험 많은 자원인 '와일드카드'가 팀당 3명씩 포함될 수 있다. 각각 24세 이하와 23세 이하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을 이끌어갈 핵심 자원으로는 곽빈과 이기혁이 꼽힌다. 이들은 모두 각 팀에서 최연장자이기도 하다.
#국내 최고 투수 반열 오른 곽빈
곽빈은 현시점 KBO리그에서 국내외 선수를 통틀어 최고의 투수로 꼽힌다. 25일 기준 23경기를 치르며 10승 5패 161삼진 평균자책점 2.33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탈삼진 부문 리그 1위다.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07도 1위,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4.9의 기록 역시 리그 투수 중 최고다.
체력 문제에서도 자유로워 보인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더 좋은 기록을 내고 있다. 8월 등판한 4경기에서 단 4실점(3자책)만을 기록해 월간 평균자책점은 1.04에 불과하다. 최근의 흐름을 아시안게임에서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활약에 곽빈은 미국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시선마저 사로잡고 있다. 앞서 지난 2024년 15승 9패로 다승왕을 차지하며 빅리그의 관심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평균자책점 4.24로 현재와 같은 압도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이번 시즌 곽빈은 기존 빼어난 구위에 제구력까지 더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연스레 그는 아시안게임에 나설 국가대표팀의 1선발 후보로 점쳐진다. 대표팀 금메달 레이스의 최대 경쟁국은 대만으로 꼽힌다. 에이스 곽빈이 대만전을 책임져줘야 한다. 대만은 이번 대회 한국, 미국, 일본 등 해외 무대에서 활약 중인 주요 전력들을 대거 투입할 예정이다. 2026시즌 메이저리그 출전 기록이 있는 내야수(정쭝저)까지 출전을 타진하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곽빈 개인에게도 이번 아시안게임은 '한풀이' 무대가 될 수 있다. 그간 다수의 국제 대회마다 마운드에 올라왔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 프리미어12 등 주요 대회마다 등판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만큼은 등판 기회가 없었다.
대회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2023년 개최) 당시 대회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중요 경기 등판이 예정됐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등에 담 증세를 보여 출전이 무산됐다. 이후 몸 상태를 회복했으나 등판 기회는 없었다. 결국 출전 기록 없이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일부에서 '무임승차'라는 지적이 나왔고 곽빈은 "죄송하고 감사하다"라고 반응했다. 3년이 지난 현재, 곽빈은 묵혀둔 마음의 짐을 덜어낼 기회를 잡았다.
2026년 초까지 A매치 1경기 출전에 불과하던 이기혁은 단숨에 월드컵 본선 주전 자리에 이어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까지 꿰찼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수비·중원 오가는 만능카드 이기혁
곽빈이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받는 등 어린 시절부터 특급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다면 이기혁은 엘리트 코스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던 선수다. 명문으로 불리는 울산 HD 산하 유스팀을 거쳤으나 연령별 대표팀 출전 기록은 없다. 프로 데뷔 팀 또한 울산이 아닌 수원 FC였다.
다만 가능성만큼은 일찌감치 인정을 받고 있었다. 프로 2년 차였던 2022년, 소속팀에서 경기당 불과 20분 안팎의 출전 시간을 소화하던 그에게 뜻밖의 A대표팀 발탁 기회가 찾아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그를 소집해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홍콩전에서 출전시킨 것이다.
이후 이기혁이 A매치에 다시 출전하기까지는 약 4년이 걸렸다. 2024년 강원 FC 이적과 동시에 빛을 보기 시작해 연말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출전은 불발됐다. 이후로도 강원에서의 활약이 지속됐고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임박한 시점, 기존 자원의 부상으로 공백이 생긴 대표팀은 이기혁을 다시 한 번 불러들였다. 대체 자원격으로 대표팀에 승선했으나 기회는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결국 월드컵 본선 3경기에서 백3 한 축을 담당한 이는 이기혁이었다.
2026년 4월까지 A매치 출전 1경기에 불과하던 선수가 6월 열린 대회에서 풀타임을 소화하게 됐다. 단숨에 많은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월드컵에서 팀의 결과는 좋지 않았으나 이기혁의 활발한 활약은 이목을 이끌기에 충분했다. 이어 결국 와일드카드를 찾는 이민성 감독의 선택까지 받았다.
이기혁은 프로 생활 초기 미드필드에서 주로 활약했다. 현 소속팀 강원에서는 수비수로 뛰며 주목을 받았고 월드컵에서도 중앙 수비수로 경기를 소화했다. 이처럼 다양한 포지션에서 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측면과 중앙도 가리지 않는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이번 대표팀에서도 미드필더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단기 토너먼트 대회일수록 유틸리티 자원의 중요성은 강조된다. 이기혁은 대표팀의 핵심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앞서 아시안게임 명단에 들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곽빈과 달리 이기혁에게는 이번 대회 병역 특례 혜택이 걸려 있다. 2000년생으로 26세인 그에게는 다시 오기 어려운 기회다. 대표팀 최연장자이기도 한 이기혁에게는 개인적으로도, 팀적으로도 무게가 큰 무대다.
김도영·배준호·양민혁도 노린다…AG ‘병역 특례’ 주인공은
프로 선수들이 대거 참가하는 국가대항전은 팬들의 관심을 받기 마련이다. 그중에서도 아시안게임이 많은 흥미를 끄는 이유는 선수들의 병역 특례 혜택 여부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영준은 일찌감치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쳤다. 사진=KFA 제공박찬호, 추신수, 손흥민 등 슈퍼스타들 또한 이 같은 혜택을 누린 바 있다. 제도 자체를 둘러싼 평가는 엇갈리지만 선수들에게 금메달의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군 공백기 없이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 덕분이다. 팬들 또한 선수들의 금메달 획득과 안정적인 선수 생활에 환호한다.
야구는 지난 4개 대회, 축구는 3개 대회 연속 금메달 획득을 이어왔다. 이에 수십 명의 선수들이 예술체육요원 혜택을 받았다. 이번 대회 역시 다수의 선수들이 선배들의 기록을 이어가려 한다.
아시안게임은 어린 선수들을 위주로 참가하는 대회다. 야구는 '드림팀'을 구성하기도 했던 과거와 달리,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연령 제한을 두기로 했다. 이번 대회는 25세 이하 선수들을 주축으로 한다. 축구는 2002년 부산 대회부터 23세 이하 선수들이 나서게 됐다. 와일드카드는 각각 3명씩 선발할 수 있다. 야구의 경우 와일드카드의 경우에도 29세의 제한이 있다.
저연령, 저연차 선수들을 위주로 선발하기에 야구, 축구 대표팀은 주로 군미필 선수들로 채워진다. 야구는 24명 중 16명이, 축구는 23명 중 20명이 미필이다. 야구는 '슈퍼스타' 김도영이, 축구는 월드컵 대표 배준호, '신성' 양민혁 등이 금메달로 병역 특례를 노린다.
야구는 와일드카드로 선발된 곽빈, 노시환, 문보경 이외에도 박영현, 김주원, 김지찬, 윤동희 등 예술체육요원 혜택을 받은 이들이 다시 한 번 동료들을 위해 나선다. 이들은 선발과 불펜, 내야와 외야까지 곳곳에서 핵심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병역 혜택 여부와 무관하게 전력 강화를 위해 선발한 결과다.
축구는 와일드카드인 양현준, 엄지성, 이기혁이 모두 미필 자원이다. 다만 23세 이하 선수 중 이영준, 이승원, 김준홍이 이미 군 복무를 마쳤다. 병역 특례를 받은 것이 아니라 어린 나이에 입대를 선택, 상무에서 복무를 했다. 이민성 감독은 특히 어린 자원을 찾기 힘든 최전방 공격수(이영준)와 골키퍼(김준홍) 포지션에서 미필 선수에게 기회를 주기보다 금메달을 위한 안정적인 선택을 내렸다.
이영준의 경우 합류가 이례적인 상황이다. 비교적 선수 차출 협조가 용이한 국내 구단이 아닌 해외(스위스 그라스호퍼)에서 활약하고 있다. 아시안게임은 월드컵 등과 달리 소집 요구에 협조할 의무가 있는 대회가 아니다. 과거 손흥민, 이강인 등은 소속 구단이 선수의 병역 문제가 차출 협의의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와 달리 이영준은 이미 군 복무를 마친 상태다. 이번 9~10월 A매치 기간이 통합돼 예년보다 길어졌다. 아시안게임 대회 일정 상당 부분이 이와 겹쳐 소속팀이 부담할 선수의 공백이 크지 않다고 판단, 차출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