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조 원 안팎의 대규모 주주환원 발표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공시 다음 거래일 큰 폭으로 하락했다. 24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전 영업일(21일) 종가(28만 1500원) 대비 8.7% 하락한 25만 7000원에 장을 마쳤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 가능성만 제시한 채 구체적 규모와 시점을 내년 1월 이사회로 미루며 불확실성을 키운 것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이 주가 하락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주주환원 규모와 주주환원의 구체적인 방식 관련 불확실성에 따른 실망 매물이 출회됐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현금배당을 우선한 배경으로는 그룹 보험 계열사인 삼성생명·삼성화재가 얽힌 지배구조상 요인이 거론된다. 현행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은 동일계열 금융기관이 비금융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일정 수준 이상 보유하면서 사실상 지배하는 경우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보통주 합산 지분율은 현재 10%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어 삼성전자가 보통주 자사주를 추가 소각할 경우 현재 지분율을 유지하려면 삼성전자 주식을 추가 처분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그룹의 자사주 소각에 따른 금융계열사 지분율 상승 문제는 지난 3월 이미 현실화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지난 3월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으로 합산 지분율이 10%를 넘어설 가능성이 생기자 각각 624만여 주와 109만여 주를 약 1조 3020억 원, 2275억 원에 처분했다. 양사는 금산법 위반 위험을 선제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금산법 문제가 향후에도 삼성전자의 배당 비중을 높이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생명·삼성화재의 삼성전자 보통주 지분율이 10%로 맞춰져 있고, 보통주 추가 소각 시 양사 지분율이 금산법 한도인 10%를 초과하게 된다”며 “잔여 주주환원 약 70조 원 중 상당 부분은 배당으로 집행될 전망이며, 자사주 매입·소각 금액은 약 10조~20조 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손자회사인 솔리다임 상장 논란이 불거진 직후 4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했다는 점을 두고 두 사안의 연관성을 주목하는 해석이 나온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1년 인텔의 낸드·SSD 사업부를 88억 달러에 인수하며 세운 미국 법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9일 40조 원 규모 자사주 취득·소각 계획을 공시했다. 약 2407만 주로 전체 발행주식의 3.3%에 해당하며 다음 날인 20일부터 약 3개월간 매입해 전량 소각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2025~2027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이상도 주주환원에 활용하기로 했다. 20일 주가는 전날 종가(150만 원) 대비 12.73% 상승한 169만 1000원에 마감했다.
두 사안의 연관성이 거론되는 까닭은 자사주 소각 발표 약 2주 전 솔리다임의 상장 가능성을 둘러싸고 주주가치 희석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솔리다임이 약 5조 원 규모의 프리 IPO(기업공개 전 투자유치)와 향후 미국 나스닥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제기됐다. SK하이닉스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결정된 사항은 없다.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양사의 대규모 주주환원이 지배구조 문제 해소와 예측 가능한 환원 원칙 마련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삼성전자에 대해 “지분 유동화로 얼마든지 규제를 준수하면서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소각을 확대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현재 같은 주가 저평가 국면에서는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소각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경우 SK(주)→SK스퀘어→SK하이닉스→미국 중간 지주사(AI 컴퍼니)→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다층적 지배구조가 더욱 복잡해지는 만큼, 솔리다임 상장 논의를 재검토하고 지배구조 단순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남우 회장은 “4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은 기존 주주 입장에서 지난 7월 미국 ADR(주식예탁증서) 발행으로 유입된 금액과 유사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며 “회사가 보유해야 할 적정 현금 수준을 이사회가 정해 주주들에게 공개한 뒤 초과 자본을 환원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