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청문회 전 제기된 의혹과 해명을 다시 확인하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제넨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민원과 가족 사회적협동조합 등을 둘러싼 질의가 이어졌지만 김 후보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승인을 청탁한 것이 아니라 고충 민원을 전달했고 가족 협동조합에도 특혜는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야당 의원들도 이미 공개된 의혹을 토대로 해명을 재차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오히려 청문회장 밖에 있던 한 의원이 더 바쁘게 움직였다. 청문위원 선임이 불발된 한 의원은 오전부터 김 후보자의 답변을 지켜보며 SNS에 반박 글을 잇달아 올렸고 오후에는 직접 기자들 앞에 섰다. 김 후보자가 청문회장에서 답하면 한 의원이 밖에서 곧바로 받아치는 장면이 이어지면서 본 청문회와 별도의 장외 청문회가 동시에 진행되는 모양새가 됐다.
장외전은 청문회 초반부터 시작됐다. 김 후보자가 한 의원이 공개한 제넨셀 사건 관련 자료를 문제 삼으며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답하자 한 의원은 SNS에서 “피의사실공표죄는 해당 수사기관 공무원에만 해당되는 겁니다. 수사기관 종사자 아니면 누구에게도 전혀 해당 안 됩니다”라고 반박했다.
김 후보자가 제넨셀 측이 식약처에 제출한 동물실험 자료의 문제점을 알기 어려웠다고 해명하자 한 의원은 다시 글을 올렸다. 김 후보자는 자신이 문과 출신이라 치료제 성능을 알 수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 의원은 “문과라 모르는데도 여동생 브로커 시키는 대로 로비한 게 더 나쁘다”고 했다.
한 의원의 이름은 청문회장 안에서도 계속 등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 의원이 공개한 검찰 기소계획서와 수사자료가 어떻게 외부로 전달됐는지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한 의원은 청문회장 밖에서 “나는 지금 국회에 있어요. 비겁하게 ‘뒷담화’하지 말고 나를 부르는 건 어때요?”라고 맞받았다. 이어 “공익제보자들이 누구인지 밝힌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오후에는 김 후보자와 한 의원이 서로를 직접 겨냥했다. 김 후보자는 김용민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면서 한 의원이 검찰 내부자료를 이용해 사실을 왜곡하고 짜깁기해 여론을 호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자료를 이용해서 왜곡, 짜깁기 등을 통해 국민의 여론을 호도시키는 것은 더 나아가서 민주주의의 큰 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의원도 곧바로 기자들 앞에 섰다. 그는 “안녕하세요. 민주주의의 적 한동훈입니다. 오늘 김승원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저 한동훈을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했습니다”라고 운을 뗀 뒤 “그래서 민주주의의 적이 된다면 제가 백 번, 천 번 민주주의의 적이 되겠습니다”라고 맞받았다. 김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하려는 이들도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지목했다.
한 의원은 자신이 벌여온 공세를 장외 청문회라고 규정했다. 그는 청문위원 참여가 무산된 데 대해 “김승원에 대한 장외 청문회는 지난 15일간 충실하게 국민과 진행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의 장외전이 커지면서 범여권의 대응도 한 의원에게 집중됐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청문회장에서 김 후보자의 제넨셀 관련 의혹과 함께 한 의원의 자료 입수 경위를 거론했다. 김 후보자도 자신조차 받지 못한 수사기록이 한 의원에게 전달됐다며 유출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청문회장 밖에서는 민주당 지도부가 가세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한 의원의 자료 취득과 공개 방식을 문제 삼았고,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 등 원내지도부도 과거 검찰 수사가 김 후보자를 고리로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대변인단도 한 의원의 자료 공개를 겨냥한 논평을 잇달아 냈다. 조계원 대변인은 자료 출처를 밝히라고 요구하며 “캐비닛 정치의 종착지는 경찰 수사실”이라고 비판했다. 박성준 수석대변인도 공개돼서는 안 될 수사 내용을 외부에 공개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자료 취득 경위를 문제 삼았다.
한 의원을 향한 공세는 민주당을 넘어 범여권으로 확장됐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은 한 의원이 공개한 사건 처리계획 보고서를 열람할 수 있었던 사람이 제한적이라며 수사 필요성을 주장했다.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지난 13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자에 대한 과거 검찰 수사가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표적수사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번 청문회는 여야가 기존 의혹과 해명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끌어내지 못한 데다 한 의원의 장외전 역시 후보자 검증보다 정치적 존재감 부각에 무게가 실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16일 ‘일요신문i’와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기존에 제기됐던 의혹을 반복했고 민주당은 김승원 후보자를 방어하는 데 집중하면서 청문회에서 새로운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검찰개혁이 시행되는 시기에 정책 검증은 거의 이뤄진 게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동훈 의원은 무소속 의원으로서 가만히 있을 경우 존재감이 약해질 수 있어 장외에서 계속 반박하며 자신을 부각했을 뿐, 이 역시 새로운 내용이나 특별히 주목될 내용은 없었다”고 진단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