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의원은 “증인을 44명 요구했고, 참고인 4명 요구를 했다. 한 명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양 아무개 씨(브로커), 강 아무개 씨(제넨셀 창립자), 식약처장 등등 10여 명 정도의 증인은 꼭 필요하다고 (여당 간사에게) 미리 말씀도 드렸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앞세워 증인·참고인 채택을 거부해 청문회를 ‘맹탕’으로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증인·참고인은 재적 위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의결할 수 있다.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증인 없이 치러졌다. 이는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증인 0명 청문회’였다. 당시 김 후보자는 재산 형성 문제, 스폰서 논란 등 여러 의혹에 휩싸인 상태였다. 그러나 민주당 반대로 관련자들에 대한 증인·참고인 채택이 불발됐다. 한성숙 국무총리, 최교진 교육부 장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인사청문회도 증인과 참고인 없이 진행됐다.

민주당은 후보자 검증과 무관한 흠집내기식 증인·참고인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이 무분별하게 증인·참고인을 신청해 후보자 가족을 청문회장에 불러 세우는 등 인사청문회가 ‘진흙탕 공방’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이유다.
‘증인 0명 인사청문회’가 이례적인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9월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은 “국정감사도 아니고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을 그렇게 많이 채택한 적도 없고, 증인 없이 가는 게 보통 인사청문회”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 위원장 발언은 대체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SBS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내각 인선 관련 인사청문회 가운데 증인·참고인이 한 명 이상 출석한 청문회 비율은 26.3%로, 윤석열 정부(36.4%)보다 10.1%포인트 낮았다. 출석 인원 규모에서는 차이가 더 컸다. 윤석열 정부 시절에는 총 130명(증인 55명·참고인 75명)이 출석해 청문회 1회당 평균 2.0명꼴이었다. 반면 이재명 정부에서는 19명(증인 11명·참고인 8명)으로 청문회 1회당 평균 0.5명 수준이었다.
국민의힘은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야당 시절에는 증인·참고인 채택을 무분별하게 요구해 놓고, 정작 여당이 된 뒤에는 야당의 요구를 거부하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과 주가조작 의혹 등 규명해야 할 사안이 꼬리를 무는데 진실을 물을 증인석은 비워두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 의석수보다 지켜보는 국민의 눈이 더 많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9월 15일 “자당 출신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을 방어하기 위한 민주당의 무리한 행태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 능력을 검증하는 자리인 만큼 참고인과 증인을 채택해 제기된 의혹을 철저히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증인과 참고인 없는 인사청문회를 강행하고 있다.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외면하고 소명기회만 제공하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학계에서는 인사청문회가 여야 간 정쟁의 장으로 변질된 게 ‘증인 0명 청문회’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야당은 정책이나 자질보다는 후보자의 도덕성 논란을 부각하는 경향이 높다. 역대 정부 후보자의 주요 낙마 사유 역시 도덕적 결함이 대부분이다. 엄호를 해야 할 여당으로선 증인 채택을 부담스러워할 수밖에 없다.

윤왕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지금처럼 여야 간 적대적인 상황에서 후보자 도덕성이나, 국민들 이목을 끌 만한 것을 내세워서 계속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게 최고 목표가 됐다. 양 진영이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적대적 대립을 하고, 양극화가 심화된 상태다. (합리적 검증의) 선이라는 게 거의 없어졌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책보다 정쟁이 주목받는 정치 구조에 대한 정치권 내부의 자성도 나온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정치와 정책은 별로 상관이 없더라. 정책에 대해 이야기해도, 정치부에 있는 수백 명의 기자들이 기사 한 줄 안 쓴다”며 “누가 누구를 싫어하고, 누가 누구를 미워하고, 누가 누구를 밀어내고. 이 정치의 과정에 대해 (국민의) 관심이 너무 높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의원도)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국민이 나를 기억하려면 정책적인 것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의원들이 알게 되니까 점점 더 정쟁 위주로 흐르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학계와 정치권에선 도덕성 검증과 정책 및 직무능력 검증을 따로 진행하는 청문회 이원화, 미국 수준의 사전 검증 절차 강화, 청문 기간 확대 및 외부 전문가 참여를 통한 검증 강화, 여야 협치 관례 조성 등을 개선 방안으로 제시한다(관련기사 ‘증인 0명’ 이럴 거면 뭐하러…인사청문회 무용론 커지는데 대안 없나).
이 같은 방안은 이미 여러 인사 청문법 개정안에 반영된 상태다. 윤리청문회·공직역량 청문회로 이원화 및 청문회 기한 20→30일 증가(권칠승 의원), 자료 제출 늦어진 만큼 청문 기간 연장(허영 의원), 후보자 사생활 등 민감정보 심사를 담당할 인사청문 소위원회 설치(김병기 의원), 개인정보를 포함한다는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 신설(유상범 의원) 등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그러나 모두 계류 중이다.
윤왕희 교수는 “(도덕성 검증은) 공개적으로 하면 망신주기일 수도 있고, 민감한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다. 최대한 비공개적으로 검증하고, 정책 역량이나 전문성은 공개적으로 해야 된다”며 “지금은 주객이 전도됐다. 전문성이나 총 역량은 검증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도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방향이 잘못된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