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먼저 불이 난 신명빌딩에서는 창문 밖으로 몸을 내민 사람들이 "살려주세요"라고 외쳤다. 일부는 소방 사다리차를 통해 구조됐으며, 건물 반대편에서는 한 남성이 유리창을 깨고 몸을 밖으로 내밀기도 했다.
불길과 검은 연기가 순식간에 사무실을 뒤덮으면서 출입구를 이용하지 못한 직원들이 유리창을 깨고 탈출했다. 이 과정에서 깨진 유리에 찔리거나 긁혀 다친 사람들도 발생했다. 한양빌딩에서도 긴박한 탈출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신명빌딩 4층에서 근무하던 한 40대 남성은 "11시 40분쯤 사이렌이 울려 계단을 통해 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폭발음 등은 듣지 못했다"면서 "재가 조금 쌓이고 냄새가 나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인근 직장인들도 처음에는 두 건물에서 잇따라 불이 났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신명빌딩 주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한 30대 여성은 "점심을 먹으러 나왔는데 검은 연기가 보이고 도로가 통제돼 있었다"면서 "처음에는 카페가 있는 건물 한 곳에서만 불이 난 줄 알았다. 나중에 두 군데에서 불이 났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갑자기 구급차들이 엄청나게 몰려와 사람이 많이 다쳤나 싶었다"면서 "화재가 진압된 이후에도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감식 작업을 벌였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화재가 발생한 신명빌딩에서 약 40m 떨어진 거리에는 주유소가 있어 자칫 불길이 번졌을 경우 추가로 인명피해가 발생할 우려도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교통 통제로 인근 도로가 마비됐는데, 주유소까지 불이 옮겨갈까 조마조마했다"고 말했다.
화재가 진압된 뒤에도 현장에는 피해 흔적이 남아 있었다. 신명빌딩 외벽 곳곳에는 검게 그을린 자국이 남았고 건물 아래에는 깨진 유리 조각이 흩어져 있었다. 한양빌딩 후문에서 큰길로 이어지는 바닥에는 핏자국도 발견됐다. 한양빌딩 내 입점한 카페는 시설 점검과 복구 작업을 위해 영업을 중단했다.

이 불로 30대 여성 A 씨가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병원에 이송되는 등 2명이 중상을 입고 9명이 경상을 입었다. 신명빌딩 3층에서 근무하는 변리사 A 씨는 병원 이송 과정에서 자가호흡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중상자 1명은 심한 화상을 입고 화상 전문병원으로 옮겨졌다. 건물에 있던 60여 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이후 약 7분 만인 낮 12시 1분쯤 신명빌딩에서 200m가량 떨어진 한양빌딩 4층에서도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건물에도 특허법인 등 특허 관련 사무실이 입주해 있다. 이 화재로 8명이 다쳤으며 이 가운데 3명은 심한 호흡곤란 증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건물에서 발생한 부상자는 중상 5명, 경상 14명 등 총 19명이다. 소방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인력 291명과 장비 56대를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한양빌딩 화재는 낮 12시 35분쯤, 신명빌딩 화재는 오후 2시 20분쯤 완전히 진압됐다.
경찰은 짧은 시간 간격으로 화재가 발생한 두 건물 모두 특허법인 사무실이 입주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주변에서는 70대 남성이 시너 등 인화성 물질을 들고 건물에 들어갔다는 목격자 진술도 나왔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서울 혜화경찰서는 이날 오후 4시 16분쯤 동묘앞역 인근에서 방화 용의자인 70대 남성 B 씨를 체포했다. B 씨는 화재 이후 지하철을 이용해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2022년에도 이번 화재가 발생한 건물 중 한 곳에 방화를 시도한 혐의로 구속된 인물과 동일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적용된 혐의는 방화예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 씨가 특허 관련 문제로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포함해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소방당국과 함께 화재 원인과 스프링클러 정상 작동 여부 등도 확인할 방침이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