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레일테크는 지난 10월 15일 이사회를 열고 ‘김해복합스포츠레저시설 조성사업 보유 지분 매각 승인의 건’을 원안 의결했다. 이사회 자료에는 공공기관으로서 철도 분야 외 외부사업 참여를 지양하고 외부사업에 대한 관리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보유 지분을 매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 지분 매각이 성사되려면 인수자 확보와 주주 간 협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코레일테크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자회사로 철도시설 유지보수와 정비 등을 담당한다. 2013년 공공 출자자로 김해복합스포츠레저시설 조성 사업에 참여한 지 13년 만에 지분 정리에 나섰다. 앞서 김해시와 군인공제회, 코레일테크는 2024년 7월 주주협약을 변경해 사업 기간을 2024년 말에서 2026년 말로 연장하고 사업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당시 합의에 참여했던 공공 주주가 2년여 만에 철수를 추진하는 셈이다.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록인김해레스포타운의 지분은 군인공제회 46.37%, 김해시 37.86%, 코레일테크 15.77%로 구성돼 있다. 김해시와 코레일테크를 합한 공공 지분율은 53.63%다. 이 사업은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따른 공영개발사업으로 공공 출자비율 과반을 유지해야 한다. 이에 따라 코레일테크가 보유한 지분은 민간에 매각할 수 없어 김해시나 다른 공공기관에서 인수자를 찾아야 한다.
김해시는 코레일테크의 지분 매각 의결 사실을 사전에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10월 22일 김해시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그 내용은 저희도 처음 듣는 내용”이라며 “민간에 지분을 매각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코레일테크가 이후 김해시 등 다른 주주들과 매각 관련 협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해시가 코레일테크 지분을 인수하면 공공 지분 과반을 유지할 수 있지만 추가 출자 부담이 생긴다. 다른 공공기관도 김해 복합스포츠레저시설 사업 지연과 시행사의 자금난을 고려하면 신규 출자 명분을 찾기 쉽지 않다.
코레일테크 측은 “철도 분야 유지 관리 업무에 집중하고 내부적으로 보유 지분을 정리하고자 결정한 사안”이라며 “이사회 내부에서 의결하긴 했으나 지분 매각은 주주협약서상 록인김해레스포타운 이사회 승인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김해 복합스포츠레저시설 조성사업은 2005년 6월 민간투자사업 공모로 시작됐다. 김해시 진례면 일대 약 375만㎡에 1조 62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6300가구 규모의 주택단지와 골프장, 운동장, 진입도로 등을 조성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다. 그러나 군인공제회와 대우건설 등 참여 업체들이 시공권을 놓고 대립하면서 일정이 지연됐다. 김해시는 2015년 사업시행자 지정과 실시계획인가를 취소했지만 시행사인 록인김해레스포타운이 소송을 제기해 2017년 5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이후 2019년에야 진례면 내 시례지구 도시개발사업이 본격화했다.
시례지구는 지난해 8월 부분 준공됐지만 운동장과 연결도로 등 후속 시설은 자금난으로 완공이 지연되고 있다. 2024년 주주협약 변경 당시 시행사가 외부도로 건설비 472억 원을 전액 부담하고 운동장은 조성원가 620억 원을 기준으로 김해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례지구 미분양과 건설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사업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영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장기간 사업이 지연되는 사이 공사비와 금리가 상승해 수익성이 악화됐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신 단장은 “20년 전과 비교하면 건축비는 최소 두 배 이상 올랐다”며 “지금 금리가 다 올라서 이런 레저타운 도시개발사업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코레일테크가 보유한 시행사 지분 매각에 대해서도 “마땅히 사려고 할 곳이 없는데 매각이 성사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사업비 마련을 위한 골프장 부지와 사업권 매각도 두 차례 유찰됐다. 록인김해레스포타운은 올해 8월 진례면 일대에 조성 중인 27홀 골프장 부지와 사업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 전자자산처분시스템 온비드에 내놨다. 그러나 9월 3일과 17일 공개입찰에서 매수자를 찾지 못해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고 매각 예정가격을 2514억 9500만 원에서 2245억 9100만 원으로 약 269억 원 낮췄다. 11월 6일 개찰이 예정돼 있다. 시행사는 골프장 매각 대금으로 남은 공사비를 충당하고 차입금 부담을 줄일 계획이지만 매각이 지연되고 예정가격까지 낮아지면서 후속 사업비 확보에도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사업이 장기화하면서 군인공제회의 고금리 자금 대여도 논란이 됐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군인공제회가 2006년부터 시행사에 총 2665억 원을 최고 연 9%의 금리로 대여했으며 누적 이자만 3221억 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군인공제회가 시행사 지분 46.37%를 보유하면서도 이사회 구성원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주요 경영진까지 파견해 사업 운영을 주도해 왔다며 대여 조건의 적정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김해시는 지난해 “금리 변경 시 복리이자 4248억 원이 발생할 수 있어 조정이 불가능했다”고 해명했다. 군인공제회와 협의해 지연손해금을 조정했으며 실질 이자율은 3.14% 수준이라는 것이 김해시의 입장이다.
김해시는 대여금 조건과 시행사 운영 등을 검토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 법률·회계 컨설팅을 추진했다. 당초 6월께 결과가 나올 예정이었지만 아직까지 최종 보고서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의 김해시 관계자는 “여러 가지 검토할 사항들이 있어 일정이 지연됐다. 연말쯤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코레일테크도 사업 참여 과정에서 공사비 횡령 의혹을 겪었다. 골프장 27홀 전기공사를 66억 원에 수의계약으로 수주했지만 올해 3월 현장소장 등 관계자들이 공사비를 빼돌렸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자체 감사에서는 허위 근로자를 등록해 인건비를 지급하고 자재비·중장비 사용료를 부풀린 정황이 확인됐다.
김정호 의원은 일요신문에 “코레일테크가 전문 전기 시공업체가 아닌데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수주해 관리도 제대로 안 되고 횡령과 부실시공 문제도 불거진 바가 있다. 공공 출자자로서 군인공제회의 독자적 경영 행위를 적절히 견제하지 못한 측면도 있어 출자 지분 정리로 이어진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김해에 종합 스포츠레저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은 시민들의 생활체육과 건강을 위한 것인 만큼 김해시가 지분을 모두 인수하는 게 맞다”고 제언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