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호남을 대표하는 ‘달빛시리즈’가 포스트시즌에서는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까. 이택근(티빙), 정민철(MBC스포츠플러스), 장성호(KBSN스포츠) 해설위원을 통해 PO 전망을 살펴본다.
LG 트윈스와의 준PO에서 3연승으로 PO에 직행한 KIA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인터뷰에 응한 3명의 해설위원들은 충분히 휴식을 취한 삼성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PO지만 남다른 기세를 안고 PO에 오른 KIA의 상승세가 삼성을 뒤흔들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택근 해설위원의 설명을 들어보자.
“KIA가 준PO를 치렀지만 체력적인 부담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PO를 치르게 됐다. 거기다 경기 감각까지 회복한 상태에서 올라갔고, KIA 구단이 원했던 시나리오인 외국인 투수 원투 펀치를 PO 1, 2차전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런 KIA의 분위기에 오히려 삼성이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다. 부상을 당했던 핵심 선수 구자욱이 어느 정도의 몸 상태로 경기에 나설지도 궁금하다. 돌이켜보면 올 시즌 KIA는 갖고 있는 실력에다 운까지 따르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 같다.”
이택근 위원은 KIA가 올 시즌 아시아쿼터로 영입한 제리드 데일을 적절한 타이밍에 교체했고, 대체로 합류한 시라카와 케이쇼가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데다 KIA 선수들의 빼어난 회복 탄력성과 대체 외국인 타자로 영입한 아데를린 로드리게스를 내보내고 해럴드 카스트로에게 계속 기회를 준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아데를린 이후 카스트로가 지금과 같은 활약을 하지 못했다면 아데를린에 대한 미련과 후회가 아주 많이 남았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KIA가 디펜딩 챔피언인 LG를 3차전으로 끝내면서 나흘이란 휴식 시간을 가졌다. 선수들이 준PO의 경험을 통해 뛰어난 팀워크를 보여줬고, 준PO의 잇단 승리로 엄청난 자신감을 갖게 된 게 KIA의 큰 장점이다. 삼성은 일찌감치 PO에 선착하면서 정규시즌 마지막에 좋지 않았던 분위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고, 아리엘 후라도와 크리스 페덱도 회복을 통해 정상 컨디션을 찾았을 것이다. 삼성으로선 KIA의 준PO 3연승이 조금 부담스러울 텐데 이번 PO는 양 팀 다 상대가 쉽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흥미진진한 시리즈로 전개될 것 같다.”
정민철 위원도 PO 예상을 ‘백중세’로 정리했다.
“여러 가지 면에서 KIA가 앞서 있는 건 맞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그래도 상위 팀이 유리하다고 본다. 정규시즌 상대 전적이 KIA가 9승 7패로 앞서 있는데 포스트시즌에서는 그 숫자가 주는 의미가 크진 않을 것이다. 삼성이 정규시즌 2위로 시즌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며 재정비할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그 점이 포스트시즌에서는 유리하게 다가올 것 같다.”
정 위원은 양 팀 전력과 성적이 엇비슷하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양 팀의 팀 타율이 비슷하다(삼성 0.273, KIA 0.271). 팀 OPS는 KIA가 0.782이고 삼성 0.776이다. 실책은 삼성이 85개로 SSG와 함께 리그에서 가장 적은 실책을 기록했고, KIA는 98개다. 팀 평균자책점도 삼성 4.31, KIA 4.27이다. 전체적으로 비슷한 전력을 갖고 있는 두 팀이 PO에서 맞붙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경기 흐름을 보면 KIA가 앞서 있는 건 맞지만 그럼에도 포스트시즌은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는 팀이 유리하다.”
삼성과 KIA의 PO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대결은 ‘홈런왕’ 김도영과 ‘타격왕’ 구자욱의 맞대결이다. 김도영은 준PO 3경기에서 3홈런 8타점으로 팀의 3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특히 준PO 3차전에서 선보인 역대 가을야구 최장 비거리 145m의 대형 만루포로 절정의 타격감을 선보였다. 그리고 김도영은 올 시즌 삼성전에서 가장 많은 홈런(9개)을 터트렸다.
반면에 구자욱은 9월 30일 한화전에서 허벅지 힘줄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는데 이후 집중 치료와 재활에 몰두한 덕분에 자체 청백전에서 안타를 기록하며 경기 출전이 가능한 몸 상태를 만들었다. 수비는 어려워도 지명타자로 팀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구자욱은 올 시즌 KIA 상대로 한 개의 홈런밖에 없지만 KIA전 타율이 0.340 10타점을 기록해 강한 편이다.
이택근 위원은 김도영과 구자욱보다는 KIA의 중심 타선인 김도영, 카스트로, 나성범을 삼성 투수들이 얼마나 괴롭힐 수 있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수비를 할 수 없는 구자욱과 김도영을 비교하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디아즈와 김도영의 구도를 봐야 할 것이고, 삼성이 홈런포를 터트리고 있는 김도영을 어떻게 상대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김도영을 상대할 때는 볼넷을 허용해도 과감히 몸쪽 승부를 펼쳐야 한다. 준PO에서의 김도영은 몸에서 멀어지는 공이나 어깨 쪽에서 타고 들어오는 변화구, 하이 패스트볼에 강점을 보였다. 김도영을 잡으려면 몸쪽으로 파고드는 낮게 제구되는 볼이 필요한데 만약 1차전 선발이 후라도라면 김도영이 바깥쪽 공에 집중하지 못하게끔 흔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내가 투수라면 김도영에게 어떤 코스로 공을 던져도 다 칠 것만 같아서 상대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 같다.”
즉 삼성이 아무리 김도영을 대비한다고 해도 김도영을 잡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이택근 위원의 설명이다. 이 위원은 “지금의 김도영은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라면서 “WBC부터 시작해서 KBO리그 아시안게임 등 한 시즌 내내 팀의 해결사 역할을 하는 선수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싶다. 올 시즌 김도영의 임팩트는 역대급”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민철 위원도 김도영 이야기를 꺼냈다.
“김도영이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친 여러 이유들 중에는 카스트로의 존재가 한몫한다. 카스트로가 잘 하기 때문에 김도영을 거르기가 어렵다. 김도영, 카스트로로 이어지는 타선 자체가 난공불락으로 느껴질 것이다. 삼성도 잘 파악하고 있겠지만 내가 투수라면 김도영 상대로 몸쪽 높은 곳을 공략할 것 같다. 예전부터 투수들이 강타자를 상대할 때 사용하던 방법인데 가운데 유인구보다 타자의 시선에 가까운 곳을 집요하게 공략하면 타자도 약간 성가시게 느낄 수 있다.”
정 위원은 삼성 타선 중 구자욱과 함께 디아즈와 최형우의 활약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
“삼성은 김지찬 김성윤이라는 리그 최고의 테이블세터를 갖고 있다. 이 선수들이 베이스에 나가면 다 도루할 수 있는 선수들이라 이 선수들의 출루가 중요할 것 같다.”
장성호 위원은 양 팀의 타선을 비교했을 때 KIA가 더 유리해 보인다고 말했다.
“KIA가 나흘을 쉬고 PO를 치른다. 김도영, 카스트로, 나성범으로 이어지는 타선이 구자욱, 디아즈, 최형우보다는 더 앞서 있다. 무엇보다 구자욱이 수비를 할 수 없고, 최형우가 좌익수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삼성으로선 마이너스 요인일 것이다. 테이블세터도 박정우, 박재현이 준PO를 치르며 좋은 경험을 쌓았고, 경기 감각은 물론 자신감까지 보탠 터라 삼성의 테이블세터에 밀리지 않는다고 본다. 전체적으로 KIA가 유리하다.”
그렇다면 이번 PO의 변수는 어떤 게 될까. 이택근 위원은 PO 1, 2차전이 삼성의 홈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걸 꼽았다.
“포스트시즌에서는 1, 2차전 승기를 잡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타자 친화적인 구장인 라이온즈파크에서의 경기가 어느 팀에 더 유리할지 궁금하다. 타자 친화적인 구장에서는 데이터가 큰 의미가 없다. PO에서는 선발 투수 다음에 올라오는 두 번째 투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양 팀 다 불펜에 어려움을 안고 있는데 선발 투수들이 얼마나 긴 이닝을 소화하는지, 그리고 이후 등판하는 투수가 경기를 어떻게 끌고 가는지가 PO의 변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장성호 위원은 삼성의 원투 펀치인 후라도와 페덱이 홈 경기에서 최소한 1승은 챙겨야 광주에서 치르는 3차전에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덱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르게 됐고, 후라도는 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10월 11일 KT전에서 4이닝 만에 강판되며 패전을 떠안았다. 그 점을 어느 정도 회복했는지가 변수로 작용할 것 같다. 후라도와 페덱, 네일과 올러가 나오는 PO 1, 2차전의 승부는 막상막하의 대결이다. 오히려 승부는 3 4차전이 될 것이다. 시라카와 양현종, 원태인과 최원태의 맞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만약 그 구도라면 KIA의 마운드가 더 안정감 있게 보인다.”
장 위원은 올 시즌을 앞두고 KIA에서 삼성으로 자리를 옮긴 최형우의 활약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최형우가 올 시즌 KIA전 상대로 타율이 가장 안 좋았다. SSG로는 0.390인데 KIA전은 0.190이다. KIA를 잘 아는 베테랑 타자인데 KIA전 성적이 좋지 않다면 반대로 KIA 투수들이 최형우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즉 최형우의 약점을 잘 알고 있다는 의미다. 이 점이 삼성에 유리하게 작용하진 않을 것 같은데 PO에서 최형우가 어떤 반전을 보일지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장성호 위원은 PO 승부를 3승 1패로 KIA 우세를, 정민철 위원은 3승 2패로 삼성 우세를 점쳤다. 이택근 위원은 승부 예측 관련 따로 답을 하지 않았다.
이범호 vs 박진만…2년 만의 리턴 매치에도 눈길
준PO에서 마치 ‘작두’에 올라타기라도 한 것처럼 작전을 낼 때마다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던 KIA 이범호 감독의 승부수는 PO에서도 계속될 수 있을까. 이범호 감독과 삼성 박진만 감독은 2년 만에 다시 가을 무대에서 맞붙는다.
이택근 위원은 이범호, 박진만 감독이 중요한 상황에서는 적절한 작전으로 경기를 이끌어 가는 감독들이라고 말했다.
“두 감독들 모두 처음에는 작전을 잘 구사하지 않는다. 그러다 흐름을 탔다 싶으면 공격 전환 사인을 낸다. 이범호 감독이 준PO에서 보여줬 듯이 박진만 감독도 어떤 타이밍에서 강공 전환을 위해 과감히 승부수를 띄울 것이다. 이 감독은 리그에서 선수들 하고 가장 교감을 잘 하는 감독이다. ‘형님 리더십’이라고도 말하는데 그 점이 단기전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박진만 감독은 냉철한 시각으로 자신의 신념을 밀고 가는 유형이다. 어떤 스타일이 포스트시즌에서 더 유리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두 감독의 리더십이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면이 있기 때문이다.”
장성호 위원은 준PO에서 보인 KIA의 상승세를 지켜보며 박진만 감독이 적잖은 부담을 안고 PO에 임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정민철 위원은 양 팀 감독의 팀 운영을 창과 방패의 대결로 설명했다. 이 감독이 선이 굵은 야구를 지향한다면 박 감독은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디테일한 야구를 펼치는데 두 감독 모두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은 터라 절대 일방적인 승부로 PO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