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는 김영섭 전 대표 재임 당시인 2024년 말 네트워크 운용 업무를 신설 자회사로 이관하는 인력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당시 특별희망퇴직 신청자는 약 2800명, 신설 자회사 전출 신청자는 1723명으로 전체 규모는 약 4500명에 달했다. KT는 인력구조 개편 과정에서 특별퇴직금 등 일회성 비용으로 약 1조 23억 원을 지출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이듬해부터 상당한 인건비 절감 효과를 예상했다. 대신증권은 2025년 1월 KT의 인력 재배치로 본사 인건비가 연간 약 4000억 원, 연결 기준으로는 약 3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 본사 급여 감소폭은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 KT의 2025년 별도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본사 단기종업원급여는 1조 7204억 원으로 전년도보다 3371억 원 감소했다. 축소폭이 전망치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대규모 희망퇴직과 자회사 전출에도 AI·IT 분야에서 고액 연봉을 받는 경력직 채용이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룹 전체로 보면 급여 지출은 줄지 않았다. KT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연결 기준 단기종업원급여는 4조 2720억 원으로 전년도보다 약 12억 원 증가했다. 본사 급여가 3371억 원 감소하는 동안 자회사 등을 포함한 나머지 연결 범위의 급여는 2조 5516억 원으로 3383억 원 늘었기 때문이다. 자회사 등의 급여 증가분이 본사 감소분을 웃돌면서 구조조정에 따른 급여 절감 효과가 상쇄된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실적과 급여 지출이 엇갈렸다. KT의 연결 기준 매출은 13조 4583억 원, 영업이익은 1조 131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5.7%, 33.6% 감소했다. 반면 그룹 전체 급여 지출은 증가했다. 특히 본사 급여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KT 본사의 단기종업원급여는 9140억 원으로 전년 동기 8535억 원보다 7.1% 증가했다. 자회사 등의 급여는 같은 기간 1조 2277억 원에서 1조 2539억 원으로 2.1% 늘었다. 그룹 전체 급여 증가액 약 868억 원 가운데 약 70%가 본사에서 발생했다.

KT가 구조조정 이후에도 AI·IT 전문인력 채용을 이어간 것은 김영섭 전 대표가 추진한 AICT 기업 전환 전략과 맞물려 있다. 김 전 대표 체제에서 KT는 기존 통신사업을 넘어 AI와 IT를 결합한 사업 확대에 나섰다. 자체 초거대 AI 모델인 '믿음'을 고도화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을 확대하는 등 AI 기술 역량 확보에도 공을 들였다.
이 과정에서 KT는 지난해 3월 개발자 중심의 IT 직군을 신설했다. 기존 일반직인 G직군과 구분되는 별도 직급과 보상체계를 신설해 외부 전문인력 확보에 나섰다. 일반직이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 5단계 직급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IT 직군은 전임·선임·책임 등 3단계로 구성됐다. 최고 직급인 책임급에는 연봉 상한도 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신문 취재에 따르면 10월 기준 KT 사내조직도에 등록된 IT직군 인력은 약 2100명으로 파악됐다. 직급별로는 전임 120여 명, 선임 570여 명, 책임 1400여 명으로 최고 직급인 책임급이 전체의 약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별도 보상체계 도입으로 기존 직원들과의 임금 격차도 발생했다. IT 직군은 일반직보다 기본급과 연봉 상한이 높게 책정돼 있다는 게 내부 설명이다. KT 한 직원은 “비슷한 경력의 직원끼리 비교해도 IT 직군의 연봉이 1000만 원 이상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직급도 통일돼 있지가 않아서 오랫동안 근무한 기존 직원들 사이에서는 상대적 박탈감 내지는 위화감을 느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박윤영 대표 취임 이후 KT의 AI 사업은 자체 기술 개발보다 기존 통신 인프라를 활용한 수익화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김 전 대표 체제에서 자체 AI 모델 개발과 기술 역량 확보를 강조했다면 박 대표는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 등을 기반으로 한 AI 플랫폼 사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공개한 ‘토큰팩토리’는 이러한 사업 방향을 구체화한 서비스다. KT가 개발한 모델뿐 아니라 국내외 기업의 AI 모델을 한곳에서 제공하고 이용량에 따라 요금을 받는 방식이다. 특히 자체 데이터센터에서 AI 모델을 구동해 고객에게 공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핵심 수익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KT는 토큰팩토리에도 ‘믿음’ 모델을 포함하는 등 독자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외부 AI 모델을 활용하는 플랫폼 사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기존에 확보한 개발인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는지가 관심사다. 고액 연봉을 주고 영입한 전문인력의 기술 개발 성과를 실제 서비스와 매출로 연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KT가 외부에서 사업부 책임자를 영입하면서 관련 인력을 팀 단위로 데려온 사례도 있는 것으로 들었다”며 “고액 연봉을 주고 확보한 전문인력들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면 조직 운영 방식이 중요하다. 하나의 작은 회사처럼 연구개발부터 서비스 기획과 상품화, 고객 확보, 성과관리와 피드백까지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KT가 이러한 과정을 원활하게 운영할 조직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T새노조 관계자는 “자체 AI 모델 개발을 강조하며 전문인력을 높은 연봉에 대거 채용했지만 경영진 교체 이후 당초 사업 구상은 사실상 힘을 잃었다”며 “수천 명을 희망퇴직·전출시키는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단행했는데 그룹 전체 인건비는 줄지 않았다. 기존 인력을 사업 방향에 맞게 활용하지 못한다면 고액 인건비 부담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KT는 구조조정의 목적이 단순한 인건비 절감에 있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구조조정 이후 AI와 디지털 혁신 분야의 경력직을 추가로 채용하면서 사실상 인건비가 줄어드는 효과는 크지 않았다”며 “당시 구조조정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AX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인력 재편이었다. KT는 당시 인력 재편을 기반으로 AI를 비롯한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