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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철 LG유플러스(LGU+) 대표이사 부회장. |
이상철 LG유플러스(LGU+) 대표이사 부회장이 취임 3주년을 맞았다. 지난 2010년 1월 LG텔레콤, LG파워콤, LG데이콤을 통합한 LG유플러스(당시 통합LG텔레콤)의 대표이사로 부임한 이 부회장은 ‘만년꼴찌’의 낙인이 찍혀 있던 LG유플러스를 지난 3년간 통신업계 ‘태풍의 눈’으로 부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분야에서는 KT를 따돌리고 SK텔레콤과 겨룰 정도가 됐다. 그러나 ‘깜짝쇼·무리수’가 잦고 통신업계 과당경쟁을 유발시킨다는 비판도 받는다. 업계 엘리트로서 이 부회장은 핵심과 맥은 잘 짚지만 정작 본인 성적은 신통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LTE 무제한 요금제에 난색을 표하던 통신사들이 최근 일제히 무제한 요금제를 들고 나오자 통신시장에 또 한 번 파란이 일고 있다. 포문을 연 것은 LG유플러스. 영업정지 기간이었던 LG유플러스가 ‘무한자유’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자 KT와 SK텔레콤도 허둥지둥 LTE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 요금제는 곳곳에서 비난을 받았다. ‘통신요금을 공공연하게 올린 셈’이라는 문제제기는 둘째 치고 하루에 정해진 양의 데이터를 넘으면 3G 속도로 확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는 ‘LTE 무제한’이 아니면서도 마치 그것인 양 과장했다는 야유를 받았다.
3개월간 프로모션으로 진행한다는 점도 빈축을 샀다. 일단 진행해보고 잘 되면 계속 하고 안 되면 중단한다는 속셈이다. 쉽게 말해 ‘하는 거 봐서…’라는 심보가 깔려 있는 것. 한 통신사 대리점 직원은 “데이터 소모량이 많은 게임을 하루 종일 하지 않는 이상 한 달에 10GB(기가바이트)가 넘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웬만한 사람은 13GB 이상 쓸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무제한’을 앞세워 통신요금을 10만 원 이상으로 인상했다는 비판을 받았다(박스 기사 참조).
이상철 부회장은 “LTE 무제한 요금제는 수개월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영업 재개 이후 영업 정지 기간 동안 빼앗긴 고객을 되찾아오고 더불어 경쟁사 고객까지 흡수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월 7일부터 30일까지 24일의 영업정지 기간 동안 14만 명 이상이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가 통신사 간의 출혈경쟁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우리는 사전에 방송통신위원회와 충분한 교감과 협의가 있었다”며 “그런 것 없이 단순히 따라만 한 경쟁사들은 방통위의 제재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혹시나 요금제에 가입자들이 몰리면 망 상태를 봐야 하기 때문에 프로모션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라며 “서비스를 선도하는 우리를 경쟁사들이 폄하하고 헛소문을 퍼뜨려 억울하다”고 밝혔다.
2010년 1월 LG유플러스 대표이사로 부임한 이상철 부회장은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KT·KTF 사장과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업계의 현안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탁월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초고속인터넷의 활성화와 ‘010’ 번호 채택 등 이 부회장은 우리나라 정보통신 발전에 큰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LG유플러스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에도 이 부회장은 통신업계에 ‘탈통신’이라는 화두를 던지는가 하면, ‘온 국민은 요(yo)’와 같은 파격적인 요금제를 선보이기도 했다. ‘깡통폰’이나 ‘저가 스마트폰’ 활성화 등 스마트폰의 미래에 대한 예측도 족집게처럼 집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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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유플러스의 LTE 무제한 요금제 출시로 또 다시 과당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
하지만 정작 성적이 신통치 않다. 이 부회장은 LG유플러스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4년 내에 매출 10조 원, 영업이익 1조 원”을 자신했다. 그러나 이를 달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비록 지난해 LG유플러스가 매출 10조 9046억 원을 기록했지만 여기에는 단말기 매출이 포함돼 있다. 경쟁사들처럼 “순수 통신서비스만 따지자면 8조 원가량 된다”는 것이 LG유플러스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268억 원에 당기순손실 596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1조 원 달성은 지금으로선 먼 이야기다.
LG유플러스가 어마어마한 액수의 마케팅 비용을 퍼부으면서도 좀처럼 큰 폭의 성장을 하지 못하는 이유로 통신업계에서는 여전히 품질을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케팅 강화와 고객 서비스도 좋지만 중요한 것은 통품(통화품질)”이라며 “심지어 LG유플러스가 LTE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파수 대역이 ‘왕따주파수’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라고 지적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기지국과 장비 등은 우리가 제일 낫다고 자부한다”며 “품질이 떨어지면 LTE 기반의 무료음성통화서비스(VoLP)를 아예 제공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부회장은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또 한 번 신임을 묻는다. 관료(정보통신부 장관)나 학자(광운대 총장) 입장에서가 아니라 민간기업 CEO(최고경영자)로서 이 부회장이 지난 3년간 정보통신업계에 던진 화두는 꽤 주목받았다. 그러나 성적이 나쁘면 설득력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취임 후 4년을 내다본 이 부회장은 이제 성적으로 말할 때가 아닐까.
LTE 무제한 요금제 불편한 진실
월 15만원…날개 단 통신비
통신 3사가 출시한 LTE 무제한 요금제는 소비자들에게 환영은커녕 비난을 야기했다. 우선 가장 싼 요금이 9만 5000원(95)으로서 비싸다는 지적이 일었다. 무제한 요금제의 가장 비싼 요금은 13만 원이다. 단말기 할부금과 부가서비스를 합하면 한 달에 15만 원 이상이 휴대전화 한 대 ‘이용료’가 되는 셈이다.
무제한을 빌미로 소비자들에게 비싼 요금을 부과하겠다는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통신사들이 ‘무제한 요금제’에 대한 자기반성이 심심찮게 들리는 상황에서 통신사들 스스로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함으로써 우스운 꼴을 자청했다. 통신사들은 LTE에 대해서는 무제한 요금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LTE 무제한 요금제가 성공할지도 의문이지만 만약 성공한다 해도 또 다시 품질개선과 마케팅에 엄청난 비용을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LG유플러스의 무제한 요금제 출시로 또 다시 과당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KT와 SK텔레콤이 부랴부랴 LG유플러스와 비슷한 요금제를 출시한 것이 좋은 예다. 특히 지금은 통신사들이 번갈아가며 영업정지를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신사들 입장에서 보면 경쟁사 가입자를 빼오는 데 좋은 시기다.
실제로 지난 7일부터 30일까지 24일간 제일 먼저 영업정지당한 LG유플러스에서는 무려 14만 명이 넘는 고객이 다른 통신사로 옮겼갔다. ‘LTE 무제한 요금제’에 대한 이상철 부회장의 선수가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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