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의 낙마와 그 과정 이후를 보면서 새누리당 내에서도 당선인 안티세력이 생기고 있다.
“박 당선인이 이제 ‘뒤바뀐’ 갑을(甲乙) 관계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당선 전과 그 이후가 바뀌는 것은 경호 수위만이 아니다. 정부가 일하려면 이제 사사건건 여의도의 동의, 나아가 ‘허락’까지 받아야 하는데 아직도 ‘내 뜻을 따르라’는 식의 ‘호령 정치’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제 박 당선인의 ‘소유’가 아니다. 동지 집단이고 파트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이명박 정부가 그랬듯 여의도의 ‘비협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의 말이 다소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가 지금도 당직을 맡고 있고, 박 당선인의 대선 국면에서 아주 적극적으로 도운 인물 중 하나라는 데 있다. 당내 그런 의원그룹에서 박 당선인에 대해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말을 귀띔해준 것이다.
최근 의원회관 내부에서는 “A, B, C 중 누구?”라는 말이 회자한다. 이 세 명은 새누리당 전·현직 의원들로 모두 친박근혜계의 측근그룹에 있는 사람들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이들 중 한 명이 박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꼭 부탁할 사람들이 있습니다”라며 대선국면에서 고생했던 사람들을 챙겨야 한다는 취지를 밝혔는데 박 당선인이 “이러시려고 그렇게 하셨던(정권 재창출을 위해 일했던) 거예요? 이러려고 우리가 한 건 아니잖아요”라고 잘랐다는 것이다. 논공행상하지 말고, 공치사는 꺼내지도 말라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여러 곳에서 “사람 챙기기는 이제 글렀다”는 낭패감이 번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 박 당선인이 전국 지역별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을 만나 ‘식사 정치’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좋지 않은 말들이 나오고 있다. 보좌관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렇다.
“적어도 일주일 정도는 앞서서 알려주어야 하는 것이 도의가 아니냐. 오찬, 만찬 하루 전 연락이 와서는 당선인이 만나고 싶어 한다고 알려오는 통에 약속을 급변경하는 등 불편한 일들이 많았다. 일정을 취소하면서 생기는 이런 비생산적인 일들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나? 의원들을 ‘주머니 공깃돌 만지듯’ 대하면 안 된다.”
박 당선인의 ‘번개팅(?) 식사’를 곱지 않게 보는 측에서는 벼락치기로 만나는 통에 정작 묻고 싶고 듣고 싶은 말들을 들을 수 없다는 불만이 가득하다. 정부조직 개편에서부터, 지역 공약, 공과 사를 막론한 부탁 중 우선순위 등을 정할 겨를도 없다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박 당선인의 ‘훈시’만 듣고 오기 때문에 ‘영양가가 없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의정보고회 등 지역민과의 약속을 깨고 급히 상경하는 의원들의 불만이 크다. 지역민을 챙기자니 박 당선인 눈 밖에 날 것 같고, 박 당선인을 만나자니 지역에서 따가운 시선을 보낸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켜야지 너무 오만하다”는 험한 말까지 나오는 등 당 안팎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식사 정치’에 불참자가 생기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전하는 일종의 ‘소극적 반항’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대구에서는 이한구 유승민 의원이, 경북에서는 김태환 정희수 김광림 의원이, 경남에서는 김재경 김태호 신성범 여상규 의원 등이 불참했다. 선약 등의 이유였는데 일단 이들에게는 박 당선인과 만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들이 임명될 당시만 해도 새누리당 내에서는 “좀 더 지켜보자” “기다려보자”는 긍정적인 관망이 많았다면,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의 낙마와 그 과정 이후를 보면서 “믿고 맡기자는 분위기에서 이러다 잘못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기류로 많이 바뀌고 있다고 한다.
선거 때 열심히 도왔던 측은 어찌 됐든 ‘챙겨주실 것’으로 봤는데, 박 당선인 머릿속에만 있는 인사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인선이 이뤄지면서 “우리들의 역할은 당선되면서 끝난 것이냐? 역할에 대한 상이나 감투는 없느냐”는 불만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이 김용준 낙마 이후 현행 청문회 제도와 언론의 검증보도를 탓하며 “신상에 대해선 비공개로 검증하고, 청문회 등에서는 능력만 보자”며 국회와 언론 탓을 한 것을 두고서는 집권 여당 내에서도 ‘안티세력’이 생기고 있다. 친이명박계나 중립 진영에 있던 의원들뿐만 아니라 친박계 내에서도 박 당선인의 ‘나 홀로 인사’ 잘못을 탓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영국의 크리스 휸 자유민주당 의원이 10년 전인 2003년, 속도위반으로 날아온 벌점을 아내에게 떠넘긴 의혹을 받고 지난해 에너지 장관을 던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같은 이유로 의원직까지 내놓았다”며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의 청문회를 본받자고 박 당선인이 이야기하지만 이런 내용까지는 모르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지난 6일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박 당선인이 오찬 시간에 맞춰 왔다. 축사를 했는데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거나, 눈을 감고 있거나, 심지어 돌아서 앉아 있는 참석자도 있었다. 대놓고 불만을 말하기에는 아직 정부가 출범하기 전이어서 ‘자세’ 정도로만 뉘앙스를 풍긴 것이란 해석이 있다.
박 당선인 주변부가 실수나 잘못에 대해 ‘무책임 정치’로 일관하는 데 대해서도 적잖은 불편함이 자리하고 있다. 김용준 낙마 사태가 그 한 예다.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며 낙향하는 인사들이 없다는 것이다. 초대 국무총리 인선 실패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국민적 혼란을 일으키고 큰 실망을 안겨준 만큼 ‘누가 천거하고 어떻게 검증했는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친박계에는 ‘정두언 같은’ 정치인이 없느냐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절반의 지지율에 갇힌 박 당선인이 장고 끝에 내놓은 인물에 대해 국민이 감동하지 않으면 이를 ‘도화선’으로 내분이 일 것이란 말도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개헌론’ 바람이 이는 것도 개헌이라는 ‘이슈 블랙홀’을 만들어 ‘박근혜 흔들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럴 경우 헌정 사상 가장 이른 ‘권력 누수’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새누리당에 현재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리더’가 부재한 만큼 친박계에서 주자가 나올 땐 ‘권력 세습을 좌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분당 바람도 일어날 수 있다고 걱정하는 인사들도 있다.
선우완 언론인
인수위 파견 보좌관들 조기 철수 내막 ‘포상’은커녕 불명예 제대 “어, 진짜 논공행상은 없다는 건가?”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최근 여의도에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파견됐던 현역 국회의원 보좌관들 10여 명이 대거 국회로 불명예스러운 귀환(?)을 했다’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러 가지 말들을 낳고 있다. 대선 정국 때, 지역구 초선이나 비례대표 의원실에 자리만 두고 박근혜 캠프에서 실무적인 일을 담당했던 보좌진들이 박 당선인의 한마디에 모두 인수위를 떠났다는 것. 이들 대부분에 대해 ‘청와대행’이 점쳐졌었는데 박 당선인이 현직 보좌관들이 인수위에서 일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 뒤 불쾌감을 표했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것을 원했다는 전언이다. 청와대에서 다른 꿈을 펼칠 것이라던 이들 말년 병장들이 ‘불명예제대’하자 요즘 정치권에서 회자하는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란 해석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에서는 귀대한 이들이 불평불만을 이야기하면서 ‘해도 너무 한다’는 입장을 에둘러 표시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자기 사람을 인수위에 심어놓고 안심했던 의원들 사이에서도 보좌관 철수를 두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해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대탕평을 통해서 국민대통합을 이루겠다’고 밝힌 박 당선인으로서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한 것이지만, 당 안팎에서 너무 내부의 적을 키우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당선된 마당이어서 박 당선인도 모르는 일들이 대선 정국에서 일어났다면 구설과 잡음 때문에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당선인과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전후 인사 과정을 보면서 박 당선인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내놓고 있다. 정치 경험이 적었던 이 대통령으로서는 정권교체를 이뤄줬던 측근들에 대해 자리나 역할을 줘 ‘단편적인 보은’에 나섰다면, 의정 활동 기간이 길었던 박 당선인에게는 본인도 모르는 많은 일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고, 나름 역할을 했던 이들도 어느 정도의 보은을 기대했다는 점에서 어떻게 진행될지 좀 더 두고 봐야겠다는 뜻을 표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에서는 박 당선인의 ‘늑장 인선’을 두고 스스로 너무 인재풀을 좁힌 것 아니냐고 걱정하고 있다. 국민이 박 당선인에게 원하는 것은 야성이 강한 인물까지도 포용하는 일종의 ‘파격’인데 그런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륜보다는 미래와 희망의 상징성이 있는 인물, 안정보다는 변화를 이끌 인물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 자칫 박근혜의 용인술이 과거 인물이나 지역 편중에 쏠리다 보면 야권 등 외부의 공격보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부터 동요가 일 수 있다는 우려가 물 위로 떠오르고 있다. 선우완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