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후보의 복귀를 두고 여러 가지 암시가 나오고 있다.
현재로선 안철수 전 후보가 정치 재개를 위해 취할 수 있는 경로는 4가지 정도다.
첫째는 민주당에 입당하는 방식이다. 문희상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안 전 후보를 향해 “‘악마의 유혹’에 빠져 신당을 만드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이는 민주당이 가장 원하는 경로다. 야권 분열을 막는 동시에 안철수라는 새로운 ‘얼굴’을 영입함으로써 당 쇄신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안 전 후보가 선택할 가능성이 가장 낮은 경로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조차 “제가 안 전 후보라도 민주당으로 들어오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경로는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순수 무소속’ 상태를 당분간 유지하면서 새로운 모색에 나서는 방식이다. 민주당에 들어가지도, 딴살림을 차리지도 않으면서 다가올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진입하는 길이다. 가장 소극적인 경로이긴 하지만 민주당 입당이나 독자 세력화 등 ‘큰 결단’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 번째 경로는 민주당과 별개로 독자 신당을 창당하는 방식이다. 최근 안 전 후보의 측근들이 잇따라 신당 추진으로 해석할 만한 말들을 쏟아내면서 가장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안철수 캠프 정치혁신포럼에서 활동했던 정연정 배재대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 말미에 이미 안 전 후보를 도왔던 사람들 내부에서 신당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가 나왔었다”며 “안 전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도 몇몇 관계자가 이런 얘기를 충분히 했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안 전 후보를 만났던 금태섭 변호사도 “어떤 형식으로든 조직이 필요하다”며 말을 보탰다. 금 변호사는 “지난번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역시 또 정당의 중요성을 실감했기 때문에 캠프에 계시던 많은 분들이 신당창당 등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후보도 금 변호사를 만난 자리에서 “여러 가지로 준비가 부족했고, 지지자분들께 죄송하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준비 부족’이라는 표현에는 물론 조직적 차원의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반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역시 샌프란시스코에서 안 전 후보를 만나고 돌아온 송호창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의미심장한 사진과 글을 띄웠다. 송 의원은 “지난달 스탠퍼드대학에서 안 전 후보와 함께 찰칵. 깊이 뿌리내린 나무는 언덕 위 강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며 밑동이 넓고 가지가 무성한 고목의 사진을 올렸다. ‘깊이 뿌리내린 나무’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등의 표현은 안 전 후보가 튼실하게 정치 재개를 준비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비자를 갱신해야 하고 부인 김미경 교수의 개강이 임박한 점 등으로 미뤄 안 전 후보가 2월말쯤에는 귀국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의 귀국이 곧 신당 창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신당 창당을 위해선 모멘텀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신당 창당 시기에 대해서는 “4월과 10월 재·보선에 맞춰가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내년 6월로 예정된 동시지방선거가 신당 출현의 적기임을 시사했다. 일각에선 안 전 후보가 올 하반기 신당을 띄우고 신당 간판으로 10월 재·보선을 치른 뒤 첫 전국 선거인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신당 창당과 순수 무소속의 중간 형태도 안 전 후보의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 안 전 후보가 무소속 상태로 남되 정책연구소를 통해 정치 세력화의 기반을 준비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지난 1992년 정계 은퇴 후 1995년 전격적인 정계 복귀 사이에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택했던 경로다. 당시 DJ는 아태재단을 기반으로 일사천리로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할 수 있었다.
박공헌 언론인
안철수 소멸된 태풍론 결국 입당 운명? ‘소멸된 태풍론’은 이 의원이 지난 2월 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제기했다. 1997년 대선 돌풍의 주역으로서 ‘안철수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또 이런 게 5년 뒤 대선에서도 재연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지 질문을 받은 이 의원은 “가능성 제로(0)”라고 잘라 말했다. 이 의원은 “안 전 후보는 소멸된 태풍의 핵일 뿐”이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안철수 현상’의 본질은 제도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아져 제도권 밖에서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태풍과 같다. 그 민심의 태풍의 핵이 안철수였다. 안철수 때문에 태풍이 일어난 게 아니다. 태풍이 소멸되면 태풍의 핵도 사라진다. 5년 뒤 태풍이 일어날지도 장담할 수 없지만, 태풍이 일어난다 해도 그때 또 안철수가 태풍의 핵이 될 가능성은 없다. 이미 안철수는 제도권 정치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새롭게 출발하는 한 사람으로서 안철수 개인의 정치적 비전과 포부, 내용을 갖고 한 걸음씩 한 걸음씩 길게 보고 가야지 ‘내가 마음만 먹으면 지난번 같은 태풍을 만들 수 있다’는 식으로 착각하는 것은 안철수 본인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민주당 인사들도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대선 1년 전의 대세론이 먹혔던 사례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정도밖에 없는 것처럼 한번 돌풍의 주역이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난 경우도 없다고 보면 된다”며 “5년이면 강산만 절반이 변하는 게 아니라 시대정신, 즉 정치환경과 국민의 요구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이 의원의 주장에 수긍하면서 “당장은 ‘안철수 신당’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안 전 후보가 정치적으로 재기하려면 결국 민주당과 함께 하는 길밖에 달리 선택의 여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공헌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