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후보자의 검증 논란은 그가 일군 재산보다는 국적문제와 전혀 검증되지 않은 사생활 등 국민여론에 민감한 소재 쪽이 더 폭발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후보자의 이력과 관련해 단순한 ‘미국 부자’라는 것 외엔 과장되어 있다는 주장도 점차 확산되면서 청문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실 김 후보자가 처음 언론에 올랐을 때만 해도 그의 ‘능력’을 크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미국에서 거부로 성공한 노하우를 한국 경제 발전에 이용하는 게 뭐가 나쁘냐”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 핵잠수함 근무 경력이나 CIA 연루설도 어찌 보면 미국 쪽에서 정보유출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긍정적 해석도 있다. 물론 진보진영 측에서는 “며칠 만에 국적을 바꾼 사람이 바로 애국심이 생기겠느냐”며 다소 감정적 반대논리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저간의 국민정서는 “글로벌 경제에서 한국도 어느 정도 위치에 올랐으니 국적이나 출신을 가리지 말고 올바른 인재를 영입해 제대로 한번 혁신해보자”는 쪽으로 모아진다.
여기에다 김종훈 후보자의 미래부 입성은 미국 교민사회에도 상당한 자극제가 되고 있다. 250만 재미한인 동포들의 대표기구인 미주한인회총연합회(미주총련)는 김 후보자의 이중국적 시비에 대해 “시대에 역행하는 저급한 인식”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고국의 일부 편향된 시각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그의 장관 내정으로 앞으로 제2, 제3의 김종훈이 출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게 교포사회의 바람이다.
하지만 <일요신문>이 미국 현지 분위기를 긴급 취재한 결과 교포사회도 김종훈 후보자의 한국 정부행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그가 미국에서 그렇게 성공했으면서도 한국 동포를 위해서는 별로 기여한 바가 없다는 의혹과 그의 가려진 사생활과 관련된 뒷이야기다.
미국 동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언론인 A 씨는 김종훈 후보자의 한국행을 듣고 처음에는 굉장히 반겼다고 한다. “드디어 미국 동포들도 한국에서 인정을 받고 고국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그가 주변 취재를 하면서 그것이 잘못됐거나 김 후보자를 과대평가하는 측면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A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보통 교민사회에서 1.5세대가 성공했다고 하면 상당히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주류사회에서 큰 일을 한 것은 굉장한 것이다. 하지만 김종훈 씨 같은 경우 한국 동포사회의 ‘간판’을 무시하는 성향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마치 자신이 동포사회에 들어가면 레벨이 하락되는 것처럼 생각하지 않는가 싶다. 그가 한국정부의 장관이 된다고 해서 동포사회의 큰 단체 위주로 도네이션(기부)한 기록을 찾아 봤다. 이상하게도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보통 한인들이 성공하면 교민사회를 위해 기부를 하고 봉사를 한다. 서부 캘리포니아의 이종문 회장의 경우(잠깐 박스기사 참조) 교민들이 진정으로 존경하는 성공한 이민세대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이 회장보다 훨씬 많은 부를 축적했으면서 동포사회나 고국에 기부한 흔적이 별로 없다. 오히려 IMF 직후 강남 부동산을 사들여 부를 축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지 않느냐. 그가 현재 이중국적자로 애국심 논란이 일고 있는데 적어도 교민사회에서는 그에게서 애국심이나 동포를 위하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사례가 향후 국가이익을 위한 정책집행 과정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김종훈 후보자 소유의 한남동 고급빌라 헤렌 하우스 전경. 김 후보자는 2002년 이 빌라 3층을 부인과 공동 명의로 분양받았다. 전영기 기자
‘미국에서 부를 이룬 사람이 한국에서 장관까지 하려고 한다’는 교민사회의 다소 시기어린 시각일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미국 뉴욕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회계사 B 씨는 이에 대해 “김 후보자가 뉴저지 메릴랜드를 중심으로 주로 활동했기 때문에 동부 교민사회의 상류층에서는 어느 정도 아는 사람들이 있다. 김 후보자의 스펙도 좋고 하니까 주변에서 부추기며 장관 해보라고 했겠지만 그런 일(국가를 위해 봉사)을 할 만한 사람인지 자기 스스로 잘 알 것으로 본다. 스스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한다.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 것도 그를 키워준 미국에서 볼 때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뭔가 다른 목적을 위해 국적을 바꾸는 것이 미국에서는 그리 좋게 보지 않는다. 물론 그가 평소 애국심이 강하고 고국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교민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면 다른 문제다. 장관 내정 며칠 전 갑자기 국적을 바꾸고 장관 되겠다고 한다면 그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가 CIA와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인데 양국 국익이 충돌할 때 과연 순수하게 한국 편을 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미국을 서포트(지원)해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 이런 논란거리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그의 성공신화와 스펙만 믿고 너무 성급하게 장관으로 내정하지 않았는지 걱정스럽다”라고 말했다.
이 회계사의 생각은 며칠 전 미국 동부의 한인 사회 오피니언리더 그룹의 한 모임에서 나온 대체적 의견이라고 한다. 이런 교민사회 일각의 우려도 청문회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되고 검증이 되어야 한다는 게 미국 현지의 분위기다. 앞서의 인사는 “오히려 한국에서 너무 일사천리로 김종훈 후보자를 모셔가는 것 같다. 국가적으로 그렇게 중대한 요직에 가는 사람에 대한 검증을 너무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닌지 솔직히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알려지지 않은 미국 내 사생활도 한국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검증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앞서의 언론인 A 씨는 김 후보자가 교민사회를 위해 기부를 거의 하지 않은 것에 의문을 가지면서 그의 주변 사생활도 은밀하게 취재 중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아직 증거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이라 조심스럽다”고 하면서도 “메릴랜드 사는데 돈이 워낙 많으니까 가끔 제트비행기를 타고 뉴저지의 한인 타운 팔리사이드파크(Paliside Park)의 고급 유흥가를 드나든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한국 출신 거부들이 뉴욕 맨해튼을 주로 가는데 그곳이 파킹도 불편하고 하니까 인근의 한인타운 팔리사이드파크 유흥가로 원정 오는 교포 부자들도 많다고 한다. 그곳에 유명한 한국 유흥음식점 몇 개가 있는데 그 중 ‘T’라는 곳에 한국 출신 거부들이 자주 갔다는 얘기가 있다. 예쁜 아가씨들이 많고 한국 유학생을 빙자한 아가씨도 많다”라고 하면서 “미국 한인사회는 그 바닥이 좁아서 누가 어느 곳에 자주 출입한다더라 하는 소문은 금방 퍼진다. 특히 몇 년 전 미국 FBI가 그 한인타운 고급 유흥가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그때 거의 다 문을 닫았다. 당시 단속에서 걸린 몇 개 업체가 있는데 재판과정에서 한국 출신 거부의 이름이 오르내렸다는 얘기도 있다. 현재 그 문서를 입수하고 사실 확인 중에 있다”라고 밝혔다.
사실 김 후보자의 미국 현지 사생활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리고 정책집행 능력과 확고한 국가관만 있다면 부자의 고급주택이나 사생활 정도는 어느 정도 눈 감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지 교민사회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가 고급유흥가를 드나들며 거액의 팁을 뿌리며 즐겼다”는 소문이 퍼지는 등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민주통합당의 한 의원은 이에 대해 “돈 많은 사람이 유흥을 즐겼다는 자체가 청문회 검증대상은 아니지만 교민사회에서 위화감을 조성하며 좋지 않은 소문이 퍼지는 것은 공직자의 자질과 관련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스펙으로 보면 김종훈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의 최고 브레인이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미국 내 생활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뒤따라야만 그 스펙도 비로소 빛을 발한다. 그것이 ‘이방인’을 맞는 국민들의 현명한 시각이지 않을까.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잠깐 - ‘진정한 아메리칸 드림’ 벤처신화 이종문 회장 이종문 암벡스벤처그룹 회장은 아메리칸드림 1세대로 손꼽히는 진정한 벤처기업인이다. 중앙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밴더빌트대 도서관학과에서 석사를 마친 후 국내 제약회사 임원으로 지내다가 1970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이 회장은 실리콘밸리에서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 시스템사’를 설립해 55세 벤처신화를 이끈 주인공이다. 김종훈 후보자가 롤 모델로 내세울 만한 그는 한국관 폐쇄위기에 처했던 샌프란시스코 아시아예술박물관에 1600만 달러를 기부한 것을 비롯, 스탠퍼드대학에 200만 달러를, 고려대에 100만 달러를 기증했다. 2004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는 200만 달러 기부해 ‘이종문 도서관’과 ‘기업가정신연구센터’를 세우기도 했다. 2005년에는 전 재산을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던 그는 미국 교포사회가 인정하는 진정한 아메리칸드림의 주인공이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