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반포동 R 아파트 단지. 조윤선 후보자는 반포주공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곳에 전세를 얻어 살고 있다. 최준필 기자
<일요신문>은 박근혜 정부 초대내각의 장관들 주택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서민들을 위한 정부임을 자처하는 그들은 과연 어떤 곳에서 살고 있을까. 장관 후보자들 대부분은 부동산 투기 과열 지구인 강남이나 분당 등지에 거주하고 있거나 예전에 거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는 곳이 부촌이라고 해서 서민들의 실상을 모른다는 단순 논리는 적용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왜 ‘청백리’ 장관을 볼 수 없는지” 의구심도 드는 게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 초대 장관 후보자들의 ‘럭셔리하우스’들을 찾아가봤다.
장관 후보자들의 거주지는 한마디로 ‘강남스타일’, 그리고 ‘천당 아래 분당’으로 요약된다. 15명의 장관 후보자(인사청문회 미요청 상태인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 장관 제외) 가운데 11명(73%)이 서초구, 강남구, 분당에 거주하거나 해당 지역에 아파트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 재개발 단지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후보자들이 많았는데 인근 부동산업자의 표현에 따르면, “부동산 만성 침체기를 맞은 강남에서 유일하게 높은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지역”이다.
김병관 후보자는 2000년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아파트를 구입했다. 이곳은 2005년 재개발이 결정되며 매매가가 급등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2000년 4월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아파트(84.53㎡, 25.57평형)를 자신의 명의로 구입했다. 당시 이 아파트 시세는 4억 8000만~5억 원선. 김 후보자는 2003년 재산공개 당시 해당 아파트 전세금을 1억 9000만 원으로 신고했다. 10년 뒤 2013년 매매가는 12억 원. 신반포아파트는 2005년 재개발이 전격 결정됐고 작년 11월부터 텅텅 비어있는 상태다. 김 후보자는 서초동 아파트 투기 의혹에 관해 “거주목적으로 구입했다”고 해명했지만 아파트를 구입한 이후 줄곧 세를 놓았고 재건축 이전의 가격만 고려해도 최고 6억 원 이상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병관 후보자가 실제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155.37㎡, 47평형)는 동작구 노량진동에 위치한 W 아파트다. W 아파트는 2002년 김 후보자 부인의 명의로 구입했다가 2011년 4월 장남과 차남의 명의로 2분의 1씩 증여됐다. 김 후보자는 ‘부담부 증여’ 방식으로 집을 물려준 뒤 다시 아들에게 3억 5000만 원의 전세보증금을 내고 살고 있는 셈이다. 이 아파트 공시가격은 4억 7500만 원선이지만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는 “현재 시세 매매가는 5억 3000만 원 정도에 형성돼 있다”고 귀띔했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역시 재개발 후보지인 반포주공아파트(138.84㎡, 42평형)를 보유하고 있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 이 아파트는 허름한 외관과 달리 주차장에 외제차가 즐비한 것이 특징이었다. 조윤선 후보자는 이 아파트를 1998년 12월에 매입해 2006년 9월까지 거주했고 2006년 이후로는 전세를 놓은 상태다. 현재 이 아파트의 시세는 20억~22억 원에 달한다.
왼쪽부터 황교안 후보자의 잠원동 아파트, 방하남 후보자의 반포동 빌라, 정홍원 총리 후보자의 반포동 아파트 .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조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재개발 후보지인 반포주공아파트(140.33㎡, 42평형)를 자신의 명의로 보유하고 있었다. 현 후보자는 1989년 12월 이 아파트를 3억 원에 매입했다. 현재 시세는 23억 원을 호가한다. 현 후보자는 이곳에 거주하지 않고 부인 명의의 또 다른 아파트인 P 아파트(182.23㎡, 55평형)에 살고 있는데 분당의 아파트 중에서도 최고급으로 꼽힌다.
3인의 ‘반포파’ 외에도 장관 후보자 대부분이 강남권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서초구 잠원동 S 아파트(141.53㎡, 42평형), 이동필 농림축산부 장관 후보자는 서초구 방배동 빌라(103.02㎡, 31평형),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145.83㎡, 44평형),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서초구 반포동 S빌라(114㎡, 약 34평)에 거주하고 있었다.
강남에만 아파트나 주택을 2채씩 보유한 후보자들도 있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강남구 일원동 연립주택과 배우자 명의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고,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서초구 우면동 D 아파트 두 채(29평형, 31평형)를 소유하고 있다. 부부가 우면동 택지개발지구에 아파트 한 채씩을 나란히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
현오석 ‘메뚜기 재테크’ 화제 81년부터 10년간 7차례 주소 옮겨 현오석 후보자는 재개발 후보지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요청안을 확인한 결과, 현 후보자의 부동산 재테크 기술이 실제 범상치 않았다. 1981년부터 10년 동안 강남과 강북을 오가며 7차례에 걸쳐 주소를 옮기며 부동산 규모를 늘려나갔다. 그중 한번은 현 후보자 가족이 미국 유학 중일 때(82년 10월~84년 4월) 이뤄지기도 했다. 1981년까지 서울 은평구에 살았던 현 후보자는 그 해 12월 강남 압구정동으로 처음 이사한 이후, 83년 강남구 방배동, 84년 영등포구 당산3동, 85년 영등포구 당산4동, 87년 서초구 방배동, 89년 영등포구 당산4동, 1990년에 서초구 반포동으로, 10년 사 이 7번에 걸쳐 이사를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1년 6개월에 한 번꼴로 주소를 옮긴 셈이다. 현재 부인 소유의 분당 P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현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은 총 40억 5300여 만 원. 이 가운데 35억 원가량이 두 아파트의 매매가였다. 그런데 현 후보자가 KDI 원장 신분이었던 지난 2011년 신고한 재산은 33억 3186만 원으로 1년 만에 7억 원이상 급증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 처리될지 관심을 모은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
장관 후보자 주택 실거래가는? 평균 8억 8000만원 각 부처 장관 후보자들은 인사청문회요청안에 따라 일제히 재산신고사항을 공개했다. 장관 후보자들이 공개한 재산 가운데 본인 소유의 부동산 평균 가액은 7억 4000만 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거래되는 매매가와 전세가로 계산했더니 8억 8000만 원으로 후보자들이 신고한 가액과 1억 원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가장 비싼 부동산을 보유한 이는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재개발 후보지에 있는 반포주공아파트를 23억원에 신고했다. 현재 이 아파트 시세는 18억 8000만~23억 원 사이다. 장관후보자들이 신고한 부동산 가액과 실제 거래되는 가액이 차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공시지가는 세금산정에 목표가 있다. 그런데 시세 매매가는 들어서는 학군, 교통, 상권 등 환경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현재 매매가가 20억 원 정도 하는 아파트는 하루사이에도 8000만 원이 오르락내리락 한다”고 말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 |
장관후보자 및 배우자 주택보유현황 윤병세(외교부) [아파트] 서울특별시 양천구 목동 6억 9000만 원 [아파트 전세권] 서울특별시 성동구 독서당로 4억 2000만 원 유정복(안전행정부) [아파트] 경기도 김포시 운양동 5억 5000만 원 [아파트 전세권]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2억 2000만 원 서남수(교육부) [아파트] 경기도 과천시 별양로 5억 5000만 원 황교안(법무부) [아파트] 서울특별시 서초구 잠원동 9억 2000만 원+배우자 [아파트]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3억 9000만 원 [아파트 전세권] 충남 아산시 배방음 세교리 5300만 원 유진룡(문화체육관광부) [주택] 서울특별시 광진구 자양동 6억 9000만 원 김병관(국방부) [아파트]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동 12억 6000만 원 [아파트 전세권] 서울특별시 동작구 노량진동 3억 5000만 원 윤상직(지식경제부) [아파트] 서울특별시 서초구 우면동 4억 5000만 원+배우자 [아파트] 서울특별시 서초구 우면동 4억 2000만 원 류길재(통일부) [아파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3억 9000만 원 조윤선(여성가족부) [아파트 전세]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2동 16억 5000만 원+배우자 [아파트]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동 15억 3000만 원 서승환(국토교통부) [아파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5억 4000만 원 [아파트] 서울특별시 광진구 광장동 2억 3000만 원 진영(보건복지부) [오피스텔]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로 1억 6000만 원+배우자 [아파트] 서울특별시 강남구 대치동 15억 4000만 원 [전세권] 서울특별시 용산구 용문동 8000만 원 [전세권]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로 7억 3000만 원 현오석(기획재정부) [아파트]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동 23억+배우자 [아파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1억 6000만원 이동필(농림축산부) [빌라] 서울특별시 서초구 방배동 3억 1000만 원 [아파트] 서울특별시 노원구 월계동 3억 3000만 원 윤성규(환경부) [연립주택] 서울특별시 강남구 일원동 4억 5000만 원+배우자 [아파트] 서울특별시 강남구 일원동 6억 8000만 원 방하남(고용노동부) [빌라]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동 3억 8700만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