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상철 부회장, 이석채 회장. 그래픽=송유진 eujin07@ilyo.co.kr
일단 1.8㎓ 대역 주파수 경매의 공은 새 정부로 넘어갔다. 지난 20일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파수경매안’은 상정되지 않았다. 관련 업무도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됐다. 그러나 일정을 잠깐 늦춘 것일 뿐, 엄청난 소용돌이가 잠복해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중 발표될 주파수 경매안에 따라 통신 3사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대비될 것”이라고 말했다.
1.8㎓ 대역의 한 구간을 경매하는데 통신 3사가 서로 으르렁거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 구간을 KT가 가져가느냐 가져가지 못하느냐에 따라 통신시장 판도가 요동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만약 KT가 할당받는다면 LTE에서 KT는 상당히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이에 KT는 해당 주파수 대역을 경쟁 입찰과 그 결과에 따라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공정한 경쟁’을 위해 해당 주파수 구간을 절대 KT에 할당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경쟁사이면서도 이 부분에서는 연합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우리가 가져오면 좋겠지만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 1.8㎓ 대역을 LTE망으로 쓰지 않는 LG유플러스가 할당받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밝혔다. KT가 할당받을 경우 LTE에서 KT는 ‘광대역 네트워크’를 구축, 단숨에 업계 1위로 치고 올라갈 수도 있다. 게다가 수조 원에 달하는 투자비용도 절약할 수 있어 ‘땅 짚고 헤어치기’라는 것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주장이다.
현재 통신 3사의 LTE 주력망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800㎒(메가헤르츠) 대역을, KT가 1.8㎓를 쓰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011년 KT와 ‘1조 원 전쟁’을 벌이며 따냈던 1.8㎓ 대역을 LTE 보조망으로 쓰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800㎒ 대역과 연동해 사용하고 있는 것. LG유플러스는 1.8㎓ 대역을 2G망으로 쓰고 있다.
KT만 1.8㎓를 LTE 주력망으로 쓰고 있는데 이는 법정 공방 끝에 2G 서비스를 중단하고 옮겨간 대역이다. KT가 추가로 1.8㎓ 대역을 할당받는다면 LTE망 대역폭이 그만큼 넓어져 LTE 속도를 2배 이상 빠르게 할 수 있다. 3G까지는 대역폭이 넓어도 최대속도가 제한돼 있었지만 LTE의 기술적 특성상 대역폭과 속도는 정비례한다는 것이 통신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KT가 추가로 1.8㎓ 대역을 할당받을 경우 속도에서 다른 경쟁사들이 따라가기 힘들다”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마케팅에 천문학적인 액수를 쏟아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LG유플러스가 할당받을 경우 현재 2G망으로 쓰고 있는 1.8㎓ 대역을 LTE망으로 옮겨 함께 쓰면 역시 ‘광대역’을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주파수 대역에 따라 기술적인 차이가 있어 LG유플러스가 현재 LTE 주력망으로 쓰고 있는 800㎒ 대역을 버리고 1.8㎓ 대역으로 옮길 경우 또 다시 수조 원의 설비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1.8㎓ 대역을 LTE 주력망으로 쓰고 있는 KT의 경우 1.8㎓ 대역을 추가한다면 별도의 설비투자 없이 광대역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우리가 1.8㎓ 대역을 할당받는다면 보조망으로 사용, 상황에 따라 주파수를 옮겨주는 LTE 멀티캐리어(MC)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석채 KT 회장으로서는 LTE에서 LG유플러스를 밀어내고 SK텔레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1.8㎓ 대역이 꼭 필요하다. 이상철 부회장도 LTE 분야에서는 KT에 밀릴 수 없다. 6개월이나 먼저 시작했음에도 역전당한다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된다. 따라서 ‘주파수 경매안’이 경쟁입찰 방식으로 결정 날 경우 통신업계 라이벌인 두 CEO(최고경영자)의 혈투가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2011년 SK텔레콤과 KT가 벌였던 ‘1조 전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KT LTE경쟁 힘 못쓰는 까닭 ‘괜히 늦게 출발했어ㅠㅠ’ 방송통신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까지 LTE 가입자 수는 SK텔레콤이 753만 216명으로 1위이며 LG유플러스 438만 670명, KT가 390만 474명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KT는 LG유플러스에도 48만 명가량 뒤처져 통신 3사 중 꼴찌다. 최근에는 LG유플러스와 ‘LTE 2위’ 논쟁을 벌여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기도 하다. 정확한 수치는 통신 3사의 영업정지 기간이 모두 끝나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통신공룡’으로 불리는 KT가 LTE에서 좀처럼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적인 면에서는 KT도 차이가 없다’는 것이 적지 않은 통신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그보단 ‘늦게 시작한 탓’이 크다는 것.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2011년 7월 LTE 서비스를 시작한 것에 비해 KT는 2G 서비스 종료가 지연되면서 경쟁사보다 6개월 늦게 시작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첫인상이 중요한 것처럼 통신시장에서는 선점효과가 특히 크다”면서 “‘KT는 LTE에서 부족한 면이 많다’는 인식이 강하게 남은 탓”이라고 말했다. 이석채 KT 회장으로서는 라이벌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에게 밀리는 것이 자존심 상할 일일 듯하다. 이 회장의 자존심을 회복시켜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1.8㎓ 대역을 추가로 할당받는 것. 앞서의 통신업계 관계자는 “LTE에서 빠른 속도를 이겨내는 서비스는 아직까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T가 1.8㎓ 대역을 할당받기 위해 애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