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여성들과의 국제결혼 이혼율이 높아지고 사기 결혼 사건이 증가하면서 결혼정보업체들 사이에선 같은 동포인 새터민 여성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업체에 가입한 남성들도 탈북여성들을 많이 찾고 있다. 그러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조선족이 새터민으로 둔갑하고 새터민 여성들도 중계업자에 속아 피해를 보는 등 여러 가지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새터민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결혼정보업체의 실태를 들여다봤다.
새터민들이 많이 모여 사는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새터민 여성들을 모집한다는 결혼정보업체의 전단지와 현수막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상가 건물엔 ‘남남북녀 결혼 전문’이라는 문구의 간판을 내건 업체가 보였다.
동남아 여성들의 사기 국제결혼이 증가하고 이혼율이 30%가 넘으면서 결혼정보업체를 찾는 남성들이 새터민 여성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
A 씨는 “우리와 정서와 생활방식이 다른 외국여자보다는 같은 민족인 새터민을 만나면 결혼에 실패할 가능성이 적을 것 같다”고 새터민 결혼정보업체를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2010년 탈북했다는 여성 B 씨도 “남한에 넘어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인 하나원에서 사회적응교육을 받을 때도 아무 남자나 만나서 결혼하면 안 된다고 충고를 받는다. 남한 물정을 몰라 신용불량자나 사기꾼을 만나 고생하는 것보다 남성의 신원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터민 여성을 찾는 남성의 수에 비해 여성이 부족한 결혼정보업체에서는 반강제적으로 여성에게 회원가입을 시키고 심지어는 조선족을 새터민으로 둔갑시키기도 한다.
작년에 새터민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여성을 소개 받은 C 씨는 “처음 만났는데 말투가 억세고 이상했다. 그래도 북한 말투가 원래 그런가보다 싶어 넘어갔다. 그런데 생활방식이나 생각이 우리와 너무나 달랐다. 알고 봤더니 새터민이 아니라 조선족 여성이었다. 결혼정보업체에 항의를 했더니 새터민 여성이 부족해 조선족을 속여 내보냈다고 사과하더라”며 황당해 했다.
새터민 결혼정보업체의 한 관계자는 “새터민 여성을 찾는 남성들은 늘어났는데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권력 안정을 위해 국경 수비를 강화해 탈북여성의 숫자가 많이 준 것이 사실”이라며 “조선족이나 중국 여성을 새터민으로 위장시키는 업체가 몇 군데 있다고 듣긴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여성 회원을 모집할 때 하나원 몇 기 출신인지 등 신원확인을 확실히 하기 때문에 속이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새터민 여성 D 씨는 “작년에 한 결혼정보업체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직원은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해 남자를 만나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내가 가입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의사를 전했지만 매일같이 전화가 왔었다”고 토로했다.
새터민 지원센터의 한 관계자는 “새터민 여성들을 모집하는 결혼정보업체의 전단지가 암암리에 뿌려지고 있다”며 “새터민 여성들이 업체를 통해 좋은 짝을 만난다면 다행이지만 중개업자들의 말에 속아 또 다른 피해를 입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설명했다.
탈북여성 E 씨는 “3년 전 한 새터민 결혼정보회사의 소개로 남성들과 만난 적이 있다. 그런데 결혼적령기를 넘긴 40대가 넘은 남성부터 무직자, 일용직 종사자 등이 나왔다. 심지어 정부로부터 지급받은 임대주택에 얹혀살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 말고도 비슷한 경험을 한 여성들이 많이 있었다. 그 후론 그 업체 전단지만 보면 새터민들은 거부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결혼정보회사와 남성들이 탈북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를 약자라고 생각하고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새터민 여성들은 굶지 않고 잘 살기 위해 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한국으로 넘어왔다. 우리도 경제적 능력과 생활 안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고 밝혔다.
새터민 결혼정보업체의 한 관계자도 “새터민과의 결혼을 국제결혼과 똑같이 생각해서는 안 된다. 주선의 형식도 한국여성을 만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탈북녀들 과거 확인 불가? 탈북 후 중국생활 ‘알 길 없어’ 새터민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탈북여성을 소개받은 A 씨는 얼마 전 친구에게 이상한 말을 들었다. 새터민 여성들 중에는 북한에서 이미 결혼을 했지만 남한에 오면서 미혼으로 행세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새터민 결혼정보업체의 관계자들은 “새터민 여성들이 남한으로 넘어오면 국정원에서 3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조사를 받는다. 그 과정에서 어디에서 살았는지, 결혼을 했는지, 아이는 낳았는지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하나원에서 받는 남한의 새로운 호적에도 결혼과 아이의 유무가 기록이 다 남아 속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새터민 여성들이 탈북해 남한으로 오기 전 중국에서의 기록은 어디에도 남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북한을 탈출해 중국으로 넘어간 상당수의 여성들이 농촌에 팔려가거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중국 남성과 같이 사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그 남성과 혼인을 했는지, 아이를 낳았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새터민 지원센터의 관계자도 “중국정부에서는 중국 내에서의 탈북 여성들의 기록을 남겨놓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 정부에 알려주지 않는다”며 “탈북자들의 인권과 생명을 위해서도 앞으로 정부에서 시정해야 할 사항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새터민 여성들이 중국으로 탈북 후 그곳에서 겪는 고통과 아픔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새터민 여성을 만날 자격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