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은 대부분 기수 변경, 마필 체중 증감 등 뜻밖의 변수를 그냥 지나치지만, 이것이 경주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 기수 변경=거의 모든 경마일마다 벌어지는 변수다. 지난 17일 일요경마에선 조경호, 신형철, 서도수 기수 등이 이런 저런 사유로 출전이 불가능해 다른 기수로 바뀌었다.
기수 변경은 네 가지로 분석이 가능하다. 첫째는 능력이 비슷한 기수로 바뀌는 것이다. 이 경우는 기수의 스타일만 고려하면 되지만 너무 세밀한 분석은 ‘독’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무시해도 되는 변수’로 분류하는 게 옳다. 조경호 기수가 서승운 기수로 바뀐 경우와 신형철 기수가 문정균 기수로 바뀐 경우가 이런 예다.
둘째는 부진형 기수에서 부진형 기수로 바뀌는 경우. 이 경우도 ‘무시해도 좋은 변수’로 분류한다. 정상적으로 보면 마방에서 그 마필에 대한 기대치를 낮게 보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한 단계 낮춰 평가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셋째는 능력형 기수에서 부진형 기수로 바뀌는 경우다. 이런 경우는 대체로 한 단계 낮춰서 평가해야 하고, 해당 경주마가 농땡이 기질이 있는 경우엔 아예 베팅권에서 제외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경주마의 농땡이 기질은 지난 경주 복기를 해보면 대충 알 수 있다. 기수가 쉴 새 없이 밀고 때리며 독려해야 뛰어주는 말은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
주의할 점은 여기서 말하는 부진형 기수가 기승경험이 적은 신예기수를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경마장에서 속칭 ‘꼬마기수’라고 부르는 신인급 기수들 중에서도 기승능력이 뛰어난 이들이 적지 않다.
네 번째는 능력이 더 나은 기수로 바뀌는 경우다. 마필 자체가 부진마가 아니라면 베팅찬스로 판단하고 정밀검증을 들어가야 한다. 알기 쉽게 실전의 예를 들어보자.
17일 7경주 10번마 ‘스팬딩투미’는 원래 출전표엔 서도수 기수가 타기로 돼있었으나 경주 당일 서승운 기수로 바뀌었다. 서도수 기수는 새삼 두 말이 필요없는 부진형 기수다. 그런데 스팬딩투미는 이 기수가 타고도 그동안 성적이 좋았다. 7경주는 혼전경주였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스팬딩투미의 능력은 인정했지만 서 기수의 기승술로는 어렵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능력에 비해서 ‘덜 팔리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주당일 신예기수 중에선 ‘특급’으로 분류되는 서승운 기수로 바뀌었다. 스팬딩투미로선 날개를 단 셈이었다. 실전에서도 스팬딩투미는 멋진 추입작전으로 종반에 앞서가는 말들을 모두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당일 서도수에서 지하주 기수로 교체된 뒤 우승한 6경주의 13번 초원성이라는 말도 이런 유형에 속한다.
최준필 기자
문제는 성장기에 있는 말도 아니고 정상에서 조금 벗어난 정도로 살이 찌는 경우다. 이런 경우엔 훈련일수와 훈련내용을 반드시 짚어봐야 한다. 휴양 후 경주로 복귀를 대비해 장기간(15일 이상) 새벽훈련을 해왔고 출전이 다가오면서 훈련강도까지 높인 상황이라면 긍정적인 평가를 해야 한다. 반대의 경우는 부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휴양마가 훈련도 부실하고 체중까지 늘었다면 대부분의 경우는 공백기 적응에 의미를 두고 실전경주도 조금은 느슨하게 운영한다. 물론 예외가 없지는 않다. 산악구보 같은 ‘기록으로 남지 않는 훈련’을 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 배당판 동향=이 부분은 말을 꺼내기가 정말 조심스럽다. 당사자가 증거를 대라고 하면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소와는 다른 배당판의 흐름과 과도한 예매를 통해 나타난 ‘수상한 조짐’은 충분히 거론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비정상적으로 배당판을 흔드는 ‘돌출마’다. 종합지(예상지들의 경주예상을 모아놓은 자료)상으로는 복병권의 말이 당일 최고 인기마와 대등하게 팔리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단순히 인기마와 엮는 한 가지 마권만 팔리는 것이 아니라 이 말을 축으로 또 다른 마권이 비슷하게 팔리는 형국이라면 입상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휴양마의 경우도 비슷하게 보면 된다. 질병이 있었거나 휴양 전에 부진했다는 것은 고려의 대상일 뿐 최종판단의 절대적 기준은 될 수 없다. 배당판에서 상식밖의 베팅이 이뤄지고 있다면 위의 변수는 무시해도 좋은 것이다. 배당판에서 돈으로 말하는 ‘소스’보다 정확한 소스는 없다.
반대로 인기마로 팔려야 할 말이 비정상적으로 안 팔리는 경우는 일단 의심을 해야 한다. 최근에도 이런 말이 적지 않았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팔려야 할 말이 현장에선 인기 3위 이하권으로 시작해 중간이나 마감시간에 임박해 겨우 자신의 인기도를 회복하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본다. 이런 말은 거의 대부분 입상에 실패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아직도 한국경마장엔 마주나 마방의 ‘소스’에 의존해 베팅하는 세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매가 평소보다 과도하게 쏠리는 경주는 주시해야 하고, 거기서 ‘특이한 동향’이 포착되면 그냥 지나쳐선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