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타이완 타이중의 인터컨티넨탈 구장에서 열린 WBC 대표팀과 타이완 실업선발팀의 연습경기. 김현수의 안타로 득점한 전준우가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웬일이냐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야구장에 있다면 당연한 거 아닌가. 엄청난 부자로 다시 태어날 행운의 사나이들을 찾으려고 왔다.”
미 메이저리그 모 구단 스카우트와 만난 건 2월 28일 타이완 타이중 인터내셔널구장에서였다. 그는 구장 한켠에서 WBC 한국 대표팀과 타이완 실업연합팀의 평가전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빅리그 구단 아시아 담당 스카우트인 그는 해마다 봄, 여름이면 서울 목동구장을 찾아 아마추어 유망주들을 관찰했다. 아마추어 야구인 가운데 거구인 그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그런 그를 2월 하순 타이완에서 만난 건 뜻밖이었다. 기자도 그를 보자마자 “어쩐 일이냐”는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그는 악수를 청하면서 “엄청난 부자로 다시 태어날 행운의 사나이들을 찾으러 왔다”고 농을 던졌다.
일본 모 구단의 스카우트는 취재진에게 장원삼(왼쪽)과 최정을 관찰하러 왔다고 실토했다.
그는 “집중적으로 관찰하는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몇 명의 선수가 있지만, 공개할 순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자신의 대답이 야박했다고 생각했는지 이내 “한국 선수는 2명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물론 그 선수들이 누군지는 공개를 꺼렸다. “영업전략이 노출돼선 안 된다”는 게 이유였다.
인터내셔널구장에 자릴 잡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이외에도 4, 5명가량 됐다. 이들도 B조 출전국 선수들을 집중 관찰하고 있었다. 한 스카우트는 “대회가 시작하면 더 많은 스카우트가 이곳을 찾을 것”이라며 “1라운드 A조 경기가 열리는 일본 후쿠오카에도 빅리그 스카우트들이 다수 도착했다”고 말했다.
그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대거 WBC에 몰리는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먼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WBC는 각국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무대다. 안타깝게도 미국은 최고의 선수들이 대회 출전을 꺼리지만, 한국과 일본 그리고 타이완, 네덜란드, 호주는 자국리그에서 뛰는 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한다. 두 번째는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나라의 명예가 걸린 WBC에서 선수들은 평소보다 더 집중해 경기에 임한다. 당연히 자국리그에서 뛸 때보다 우수한 경기력을 선보인다. ‘이 선수 능력의 한계치가 어디까지일까’에 관심이 많은 프로 스카우트들로선 무척이나 고무적인 현상이다. 마지막은 별 제약 없이 마음대로 선수들을 관찰하는 기회라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게 WBC는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손을 잡고 치르는 대회다. 메이저리그 이익이 가장 우선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메이저리그는 좋은 선수가 꾸준히 공급돼야 리그가 건강하게 유지된다는 걸 알기에 빅리그 스카우트들이 마음껏 WBC에서 활개치도록 묵인한다.”
그의 고백은 모두 사실이다. WBC조직위는 3회 대회부터 ‘AD카드(출입증)’ 발급을 대폭 줄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1, 2회 대회까지 각 구단 사장용 AD카드가 나왔으나 이번엔 전혀 나오지 않았다”며 “언론사용 AD카드도 상당히 줄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겐 별다른 제약 없이 AD카드가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WBC를 빅리그 영입 후보를 뽑는 ‘국제 오디션’ 정도로 인식하는 메이저리그의 태도에 주요참가국은 할 말을 잃은 상황이다. 재미난 건 WBC를 ‘국제 오디션’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미국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도 비슷하다.
인터내셔널구장에서 일본 프로야구 스카우트를 만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최소 2개 팀 이상에서 파견된 스카우트들이 한국, 타이완, 네덜란드의 연습경기를 지켜봤다. 이들이 타이중을 찾은 건 역시 영입 대상자를 찾기 위해서였다.
1월 15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서울호텔에서 열린 WBC 국가대표팀 출정식.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결국 그는 “장원삼과 내야수 최정을 더 많이 알고 싶어 타이중에 왔다”며 “타이완 대표팀의 젊은 선수들도 주요 관심대상”이라고 털어놨다.
일본 프로구단들은 2, 3년 전부터 메이저리그처럼 자기 팀 스카우트들을 국제대회마다 파견하고 있다. 주로 가능성이 엿보이는 유망주가 나타나면 낮은 몸값으로 계약해 2군에서 키우고서 몇 년 뒤 1군에서 활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WBC처럼 큰 대회에선 1군 즉시전력감을 찾는 게 목적이다.
한국대표팀의 아무개 코치는 “미국, 일본 프로 스카우트들이 관중석에 등장하는 건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장면이다. 국외진출을 바라는 선수들이 그들을 보고, 팀 플레이보다 개인플레이에 치중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며 “그러나 원체 WBC가 메이저리그 중심으로 움직이다보니 어떻게 막을 도리가 없다”고 고개를 떨꿨다.
이 코치는 “과연 WBC가 누구를 위한 대회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가 우승만 바라보는 사이 정작 WBC에서 가장 큰 수확을 거두는 건 미국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대표팀은 부재자투표중 야구계도 ‘복지’가 화두 현역에서 은퇴한 박재홍 선수협회장. 연합뉴스 그렇다면 무슨 투표이기 선수들이 훈련을 끝내고 빠짐없이 모인 것일까. 정답은 바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장 선거 투표’였다. 지난 1월 기존 회장이던 박재홍은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회장 재임 기간을 1년이나 남겨둔 상황이었다. 박재홍은 지난해 전임 사무총장과 그 비호세력의 비리로 만신창이가 된 선수협 회장을 맡아 구악을 일소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재임기간을 채우지 못한 박재홍은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후임 회장이 뽑힐 때까지 회장직을 유지하려 했다. 그러나 ‘현직 선수만 선수협 회장을 맡을 수 있다’는 정관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선수협은 서둘러 신임 회장 선거를 준비했고, 일본 전역에서 전지훈련 중인 9개 구단을 찾아 선수들에게 투표용지를 돌렸다. 선수협 박충식 사무총장은 “타이완에 있는 대표팀 선수들도 선수협에 회비를 내는 회원이기에 당연히 한 표를 행사할 권리가 있다”며 “선수협 사무국장이 대표팀 숙소를 찾아 빠짐없이 투표를 하도록 독려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누굴 회장으로 찍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전날 삼삼오오 모여 누가 차기 선수협 회장으로 좋은지 난상토론을 벌였다고 귀띔했다. 모 선수는 “거창한 공약보단 선수들의 현실적 복지에 신경써주는 선수협 회장이 뽑혔으면 좋겠다”며 “가능한 후배들이 존경하고 따를 수 있는 모범적 선배가 선임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 총장은 “차기 회장이 누가 됐든지 간에 선수협이 지향하는 ‘선수 복지 우선’과 ‘대화와 타협을 우선하는 자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차기 회장이 뽑히는 대로 선수들이 바라는 대로 보다 현실적인 복지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
타이완은 지금 이안 감독에 밀린 WBC 타이완은 오스카를 수상한 이안 감독 열기로 가득하다. 연합뉴스 타이완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타이완은 제3회 WBC 1라운드 경기를 유치하려고 백방으로 뛰었다. 중화직업봉구연맹(CPBL)과 중화직업봉구선수협회가 똘똘 뭉쳐 유치를 추진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10구단 창단을 추진하지 않을 시 WBC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초강수를 두고, 일본프로야구선수노조가 WBC 조직위원회와 분배금 문제로 마찰을 빚으며 역시 대회 보이콧을 선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타이완은 되레 이를 기회 삼아 WBC조직위에 “한국, 일본이 불참할 시 타이완이 주도적으로 WBC를 이끌겠다”며 “1, 2라운드를 모두 우리가 개최하게 해달라”고 읍소했다. 타이완이 이처럼 WBC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건 자국 프로야구 인기가 해가 갈수록 곤두박질치기 때문이었다. 한때 프로리그가 2개나 난립하며 절정의 인기를 과시하던 타이완 프로야구는 이제 단일리그 4개 팀으로 축소 운영되고 있다. 해마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심판이 개입된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고, 유망주는 죄다 미국, 일본으로 진출하며 타이완 야구계는 끝도 모르게 추락했다. CPBL이 각고의 노력으로 인기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여전히 야구 인기는 정체 상태다. 이 때문에 CPBL은 자국야구 활성화와 인기회복을 위해 국제대회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나 타이완은 중국의 압력으로 국제무대에서 고아나 다른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국제대회를 여는 게 무척 어렵다. 그러나 WBC는 미 메이저리그가 주관하는 대회라, 국제대회 유치와 관련해 중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JTBC는 박찬호를 해설위원으로 영입했다. 국가적 행사임에도 WBC를 알리는 그 흔한 현수막도 대회 장소인 인터내셔널구장 주변이 아니면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는 구장 주변 5성급 호텔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WBC가 언제 열리고, 어느 나라가 참가하는지 모를 정도다.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긴 걸까. CPBL 리처드 왕 국제부장은 “타이완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WBC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확산하고 있다”며 “본 대회가 시작하는 3월 2일부터 타이완이 WBC 열기로 뜨거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종편사 JTBC가 WBC를 독점 생중계하며 지상파 3사는 아예 WBC 자체를 다루지 않고 있다. 타이중에서 한국 대표팀을 취재하는 지상파 기자가 한 명도 없을 정도다. KBO 관계자들은 “확실히 1, 2회 때보다 WBC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크게 줄었다”며 “지상파가 관심을 끊은 게 치명타”라고 귀띔했다. 여러 악재 속에서 JTBC가 WBC 중계에 총력전을 기울이는 건 고무적이다. 한국이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 도류구장과 인터내셔널구장엔 “JTBC 사람들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많은 중계 인력이 동원됐다. 한 기자는 “지상파 3사는 자신들이 독점중계를 할 땐 ‘시장 원리에 따른 결정’이라고 주장하고, 다른 방송사가 독점중계에 나서면 카르텔을 형성해 왕따를 시키려 한다”며 “이번 기회에 JTBC가 중계 대박을 기록해 지상파 3사가 반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