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밀’의 베이커리 전문점 ‘비어드파파’.
코오롱그룹 외식 프랜차이즈 계열사 ‘스위트밀’은 지난 2004년 1월 자본금 35억 원으로 설립된 회사다. 애초 스위트밀은 코오롱 계열의 패션업체 FnC코오롱(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의 한 임원이 2004년 사내 벤처 형식으로 만든 회사였지만, 스위트밀 전환사채가 만기가 돼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2005년 10월 코오롱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베이커리 전문점 ‘비어드파파’, 커피전문점 ‘스위트 카페’ 등을 운영했으나 현재는 ‘비어드파파’ 브랜드만 남아 전국 27곳의 매장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주로 경기도 과천의 코오롱그룹 계열사 카페테리아와 백화점, 코오롱 계열사 덕평랜드가 운영하는 경기 이천 소재 ‘덕평자연휴게소’ 등에서 베이커리와 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코오롱인더스트리(57.14%)이고, 2대 주주는 일본 외식업체 무기노호(22.89%)다. 이 회장도 주식 기부 전까지 19.97%(139만 8000주)의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였다.
문제는 이 회사가 그룹 관계사들의 지원을 받는 구조인데도 불구하고 만성 적자에 빠져 있는 데 있다. 공시에 따르면 스위트밀은 설립 후 계속된 실적 부진으로 2008년 9월 유상증자를 실시했음에도 당해 사업연도 말 기준 28억 6900만 원의 자본으로 ‘자본잠식’에 빠져 있었다. 자본잠식은 이후 지속돼 2009년 14억 6000만 원의 자본으로 자본잠식률이 58%였고, 2010년에는 8억 9000만 원의 자본이 남아 자본 잠식률이 75%에 달했다. 이어 지난 2011년에는 더 악화돼 4억 2000만 원의 자본금으로 잠식률이 88%에 달해 자본전액잠식을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 회장이 기부한 주식 139만 8000주는 액면가로 6억 9900만 원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주식이 납입자본금만 갉아 먹는 회사의 주식인 점을 감안하면, 받는 쪽 입장에서는 뭘 받았다고 말하기도 민망한 상황이다. 누적 적자에 허덕이는 회사 주식으로는 배당은 고사하고 매각조차 어렵기 때문에 현재 이 주식만으로는 장학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
이웅열 회장(왼쪽)이 2008년 3월 19일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금탑산업훈장을 수여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재벌들의 베이커리 사업과 관련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꾸준히 일면서 삼성, 롯데, 신세계 등 재벌 오너 일가들이 잇따라 이 사업을 정리할 때도, 코오롱만큼은 사내벤처로 시작했고 매출도 적다는 이유로 이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랬던 코오롱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계기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경제민주화’ 이슈가 더욱 부각되는 것과 더불어, 전 정권 특혜 기업으로 인식돼 온 코오롱의 특수한 상황이 고려됐을 것이란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1월부터 진행 중인 코오롱글로벌의 세무조사가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며 “전 정권에서 대표적으로 수혜를 입은 것으로 인식되는 코오롱으로서는 어떻게든 현 정부에 밉보일 소지를 남겨둬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결국 이 회장 입장으로서는 실익 없는 주식에서 손을 떼면서 기부라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이미지 제고도 노릴 수 있고, 새 정부 코드까지 맞출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이 회장이 주식을 기부한 곳은 코오롱그룹에서 운영하는 비영리 장학재단 ‘꽃과 어린왕자 재단’이라는 점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이 재단의 이사장은 다름 아닌 이 회장의 부인 서창희 씨다. 이에 대해 코오롱 관계자는 “비영리 재단은 정부의 감사를 정기적으로 받게 돼 있어 이사장이 누구냐는 점이 기부의 고려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의 지분 정리와 함께 코오롱은 그룹 차원에서 빵집 사업 철수를 검토키로 했다. 코오롱 관계자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경우 종업원과 협력업체, 가맹점주, 합작사 등 고려할 사항이 많아 바로 발을 빼기가 어렵다”며 “철수 검토를 시작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