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계의 거목 김용만이 사상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한국 사회, 특히 한국 연예계에서 가장 금기시되는 항목 가운데 하나가 바로 도박이다. 도박과 연루된 뒤 정상적인 연예계 활동을 벌이고 있는 연예인이 거의 없을 정도이니 김용만 역시 방송 활동을 재개하려면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방송가의 분위기는 다르다. 당장은 김용만이 출연 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하고 한 동안 컴백에 어려움이 힘겹겠지만 일정기간의 자숙기간을 거친 뒤에는 무난히 컴백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1년 이내에 컴백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방송 관계자들도 많다.
가장 큰 이유는 김용만의 리스크매니지먼트다. 김용만은 5년여의 시간 동안 불법 스포츠도박을 했으며 10억여 원의 돈을 도박으로 날렸다. 5년여의 시간 동안 불법 도박을 했다면 이는 ‘상습도박’에 해당될 수 있으며, 10억여 원을 도박으로 탕진했다는 얘긴 ‘거액’을 도박 자금으로 썼다는 얘기가 된다. 다시 말해 현재 김용만이 받고 있는 혐의는 ‘거액의 상습 불법 도박’이다. ‘해외 원정도박’이라는 항목만 하나 빠졌을 뿐이다. 현재 이런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미 혐의를 인정해 유죄 판결이 확정적이라면 김용만은 방송인으로서는 치명타를 입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김용만의 이미지는 여전히 크리 큰 손상을 입지 않았다.
최근 가장 유사한 혐의로 물의를 빚은 이는 신정환이다. 김용만처럼 MC로서 확고한 영역을 다진 것은 아니지만 신정환 역시 방송인으로서 예능계에서 분명한 자기 영역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상습적인 해외 원정 불법 도박이라는 부분은 그의 연예계 활동에 치명타가 됐다. 물의를 빚은 항목마다 일정한 자숙기간이 정해져 있다면 당연히 먼저 물의를 빚어 상당한 자숙기간을 가진 신정환이 먼저 컴백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제 고작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을 뿐인 김용만의 컴백이 신정환보다 더 용이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한 까닭은 무엇일까.
신정환과 김용만의 가장 큰 차이는 리스크 매니지먼트다. 김용만은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혐의를 시인했으며 그 사실이 매스컴에 알려지자 곧바로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필리핀 세부에서 체류 중인 가운데 해외 불법 원정도박 혐의가 불거지자 신정환은 거짓으로 일관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소위 말하는 ‘댕기열 파문’이 대표적인 거짓 대응이다. 게다가 입국을 미룬 채 동남아시아를 전전하다 네팔에서 일정 기간 체류하다 뒤늦게 귀국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신정환은 수사기관은 본격적인 수사의 시작점인 경찰 출두 당시 이미 방송가에선 더 이상 활동이 어려울 만큼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고 있었다. 이로 인해 신정환은 여전히 방송 활동 컴백이 요원하다.
김용만은 빠른 혐의 인정과 자숙기간 돌입으로 혐의 내용을 둘러싼 논란을 최소화했다. 김용만은 혐의 인정으로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의 사실여부에 대한 논란을 최소화했다. 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진 계기를 취미로 시작한 것이라 밝혔으며 이후 그만두려 해도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말로 도박 중독의 무서움을 고백했다. 마치 검찰 수사가 그를 불법 스포츠 도박에서 구원해준듯 한 뉘앙스의 발언으로 사건에 대한 논란을 최소화했다.
만약 김용만이 혐의를 부인했다면 ‘도박을 했다’와 ‘도박을 안했다’가 중심이 됐을 논란을 깔끔한 혐의 인정으로 ‘잠시의 실수로 그런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와 ‘그래도 공인이 도박을 해도 되느냐’의 논란으로 바꿔 놓았다. 혐의 내용을 둘러싼 논란을 거듭해서 혐의에 대한 의혹과 루머를 증폭시키는 부작용을 야기gkf 있지만 김용만은 적절한 리스크 매니지먼트로 이를 피할 수 있었다.
최근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대표적인 부재 사례로 손꼽히는 연예인은 비로 박시후다. 여전히 그의 유무죄는 논란거리이며 재판을 통해 유무죄가 갈릴 것이다. 그렇지만 연예인 입장에선 유무죄보다 중요한 부분이 이미지 훼손의 최소화다.
박시후는 초반 경찰 소환 조사에 연이어 불응한 뒤 관할 경찰서를 바꾸려 시도하며 마치 서울 서부경찰서와 대립하는 듯한 모양세를 연출했다. 경찰 소환 조사 이후에는 변호사를 통해 폭로전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런 박시후 측의 대응을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선 실패한 리스크 매니지먼트로 보고 있다. 사건에 대한 논란을 최소화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거듭된 폭로전이 사건에 대한 논란을 확산시켰다. 게다가 경찰과 대립하는 듯한 모양세를 보이기도 했다. 물론 박시후 측이 억울한 심정에 이런 반응을 보였으며 결국 사건이 박시후의 무죄로 마무리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박시후의 이미지가 너무 많이 훼손됐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방송관계자들 역시 만약 박시후는 무죄를 판결 받고 혐의를 인정한 김용만은 유죄를 받을 지라도 방송 활동 컴백이 유죄를 받은 김용만이 더 빠를 것이라고 설명한다. 방송 활동 컴백은 유무죄 여부보다는 이미지 훼손 여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힘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