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고유가 등의 악재로 주식 시장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 사진은 어지러운 증시판의 모습. 연합뉴스 | ||
증권선물거래소가 5월 19일부터 한 달 동안 개인과 기관, 외국인 등 투자자별로 순매수, 순매도 상위 20개 종목의 등락률을 비교한 결과를 보면 개미들은 통한의 눈물을 흘릴 정도다. 개인이 하락장 한 달 동안 사들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의 경우 주가 평균 등락률은 -14.27%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등락률(-8.19%)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치를 보였다.
특히 개인이 순매수한 20개 종목 가운데 단 한 종목도 주가가 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20개 종목 모두 10%가 넘는 하락률을 보였다. 특히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LG전자의 경우 5월 19일 15만 8500원이던 주가가 한 달 만에 12만 8000원으로 19.24%나 하락했다. 개인이 순매수한 종목들 중 STX팬오션과 미래에셋증권, 현대미포조선 등의 주가 등락률도 각각 -23.16%, -19.25%, -17.58%로 개미들에게 큰 손해를 입혔다. 반면 개인들이 팔아치운 순매도 상위 20개 종목은 평균 등락률이 -2.19%에 불과했다. 게다가 개인이 가장 많이 판 GS의 경우 주가가 3만 9650원에서 4만 1350원으로 4.29%나 올라 개미들을 경악시켰다. 한마디로 개인이 사면 폭락하고 팔면 오른 셈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기관이 순매수한 20개 종목의 평균 주가 등락률은 하락장 속에서도 -1.90%로 양호한 수익을 보였다. 이 가운데 삼성 SDI(11.25%)와 LIG손해보험(6.84%), 아모레퍼시픽(6.73%) 등 8개 종목은 약세장에서도 주가가 상승하는 등 기염을 토했다. 외국인도 순매수에서 큰 손해를 입지 않았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의 등락률은 -7.68%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등락률보다 양호했다.
또 기관과 외국인은 절묘하게 주식을 팔아치워 하락장에서 입을 수 있는 주가 하락의 피해를 빠져나갔다. 기관의 순매도 상위 20개 종목은 주가 평균 등락률이 -13.02%였고 외국인의 경우 -7.23%였다. 기관의 경우 고유가에 대체에너지 대표주로 떠오르며 주가가 급등했던 동양제철화학을 가장 많이 팔아 수익을 현실화하는 데 성공했다. 외국인도 최고점을 갈아치웠던 삼성전자와 LG전자 주를 적기에 매도함으로써 이익을 남겼다.
이처럼 개인이 손해를 입는 것은 정보를 접하는 속도가 늦기 때문이다. 기관과 외국인은 한발 앞서 시장을 내다보고 움직이는데 개인들 중 대다수가 현재 주식시장 움직임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하락장을 보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하반기 주식시장을 전망하고 이에 따른 투자계획을 짜야 한다. 그럼 하반기 주식시장은 어떻게 될까.
현재 증시의 가장 큰 악재는 고유가다. 그런데 전문가들 사이에서 하반기에 유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6월 23일 미국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 청문회장에 나온 마이클 마스터스 마스터스캐피털매니지먼트 애널리스트는 “투기만 제도적으로 규제하면 유가는 현 수준의 절반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드워드 크라펠스 에너지 시큐리티 애널리시스 애널리스트도 “펀드 매니저들이 재빨리 선물시장 포지션을 현금화한다면 유가를 진정시키는 데 한 달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삼성경제연구소가 “베이징올림픽 이후 중국 수요가 감소하고 달러가 강세를 보여 투기자본이 빠져나가면 유가가 떨어질 수 있다”며 유가 하락설에 손을 들어줬다.
실제로 국제유가가 강세를 보인 것은 수급보다는 미국의 경제침체와 이로 인한 금리 인하, 달러화 약세로 인해 투기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미국이 하반기에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달러화도 강세로 돌아서고 있어 국제유가 상승 고리가 끊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유가 급등세가 지속될 경우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혼란이 확산되고 이는 전 세계 경제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생겨나면서 산유국들도 원유 증산에 들어갔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각국의 발 빠른 대응도 주목된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은 금리를 동결하고 있고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칠레 등 개발도상국들은 물가불안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다. 이처럼 주식시장을 끌어내렸던 악재들을 각국 정부가 해소해 나가고 있는 상황인 만큼 하반기 주식시장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다만 국내 기업들은 원자재 생산보다는 소비재 생산 비중이 큰 만큼 원가 전이 여부에 따라 각 섹터별 이익전망에서 명암이 갈릴 수 있어 투자에 구별을 둬야 한다. 특히 올 2분기 소비자 심리지수가 8년 3개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국내 경기 성장률 전망이 4%대로 떨어지는 등 내수가 둔화움직임을 보이는 데 반해 수출 경기는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의 수요 증가로 상대적으로 견실해 보인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경기 흐름과 원가 전가력이 좋은 자동차와 해운소재(철강 화학), 조선·기계 등 대형 수출주에 주목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주당순이익(EPS) 전망이 다른 섹터들에 비해 좋은 데다 7월에 발표되는 2분기 실적에서 성과가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달러화 강세 기조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이들 기업들은 환율 상승에 따른 이익도 덤으로 올릴 수 있다. 대표적인 수출업종인 IT업종의 경우 6월 큰 폭으로 하락한 데다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가 겹치는 등 약점을 지니고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단 지나치게 급락했다는 점에서 반등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글로벌 악재들이 해소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한 만큼 펀드 투자자의 경우 해외 펀드보다는 예측이 가능한 국내 펀드에 투자하는 편이 좋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요즘 각광받았던 원자재나 브라질, 러시아 펀드의 경우 원유와 원자재 가격에 변동이 있을 경우 수익률이 크게 후퇴할 수 있고 이머징 펀드는 외부 변수에 따른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외 펀드에 투자하고자 한다면 과거처럼 이머징 중심보다는 변동성이 낮은 선진국과 이머징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 펀드는 주가가 급락하면서 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등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인한 저가 매입 자금과 하반기 기업 전망이 양호해 기대심리가 높아진 덕이다. 다만 해외 증시에 비해 낮기는 하지만 국내 증시도 주가 변동성이 적지 않은 만큼 펀드 투자시 성장주보다는 자산 가치가 우량하고 배당성향이 좋은 펀드에 투자하는 방어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의순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