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핵심이 된 윤 전 회장과 권 씨. 이들은 지난 2011년 9월 R 클럽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2012년 초 서초 I 오피스텔에서 ‘월세’ 동거를 시작했다. 최근 일부 언론이 윤 전 회장이 재정상태가 어려워 월세 생활을 했다고 말한 곳이 바로 이들의 보금자리였던 것으로 보인다. 윤 전 회장은 동거생활 반 년 만에 광장동에 위치한 권 씨의 집에서 본격적인 동거에 들어갔다.
그런데 동거 시작 1년 후 무슨 사정인지 확인할 수 없으나 권 씨의 윤 전 회장에 대한 태도가 돌변하게 된다. 아마도 양측이 감정싸움을 벌인 것이 악화된 것으로 짐작된다. 본지가 입수한 권 씨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12년 9월 28일자) 권 씨는 “윤 회장, 이제 드디어 제대로 걸렸네. 와이프까지. 빼도 밖도 못하게. 그런 죄가 몇 년짜린지 박 아무개 변호사와 얘기하세요”라는 문자를 윤 전 회장에게 보냈다. 이런 권 씨의 문자 메시지에 대해 윤 전 회장은 “권 씨는 나와 결혼하기 바랐는데 내가 가정을 지키고 있자 화가 난 것 같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본지는 이런 내용에 대한 권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휴대폰이 꺼진 상태였다.
권 씨가 윤 전 회장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한편 고소 당시 윤 전 회장과 약 7억 원 상당의 채무관계에 놓여있던 권 씨는 자신이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노력했으나 재정상태가 어려운 윤 전 회장은 이를 보전해주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윤 전 회장은 100억 원대로 추정되는 자신의 별장 지분의 55%를 권 씨에게 내어주는 등 성의를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윤 전 회장의 주장대로 사랑을 잃은 권 씨에게는 그런 금전적 보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권 씨는 윤 전 회장이 차용증을 써주는 대가로 받아간 자신 명의의 벤츠 승용차를 되찾아 올 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바로 이 과정에서 성접대 동영상이 발견되면 사건은 남녀 간 치정관계에서 초대형 성접대 로비의혹 사건으로 비화하게 된다. 권 씨가 지인을 통해 고용한 ‘해결사’ 2명에게 2000만 원의 수고비를 주고 자신의 차를 되찾아오는 과정에서 문제의 동영상 CD가 발견된 것이다.
해당 영상에는 고위직 인사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젊은 여성과 독특한 자세로 성관계하는 장면이 1분 40여초가량 촬영돼 있었다. 권 씨는 몇 년간 빛을 보지 못했던 이 동영상을 윤 전 회장과의 사건 수사 과정에서 폭로해버렸다. 그 결과 이번 사건은 윤 전 회장의 성접대 동영상 사건으로 확대되기에 이른 것이다.
‘마당발’ 윤 전 회장의 정재계를 아우르는 화려한 인맥과 고급별장, 섹스파티 등 자극적인 소재가 겹쳐지면서 이번 사건은 순식간에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이는 결국 현직 법무부 차관의 자진 사퇴로까지 이어졌다. 치정문제에서 출발한 사랑싸움이 청와대 민정라인의 부실 인사검증 사태까지 부른,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 보면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의 황당한 사건이라고 할 수도 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
성접대 동영상 속 또다른 여성 최 씨 속사정 최 “압력에 못이겨 성접대” 윤 “송금한 돈만도 5천만…” 최 씨는 최근 경찰청 조사에서 “윤 전 회장에 압력에 못 이겨 성접대를 한 바 있다”는 내용의 진술을 함으로써 윤 전 회장의 로비행태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계기를 제공해주는 동시에 윤 전 회장을 추락시키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이 됐다. 이번 사건은 권 씨와 이 여성의 진술을 통해 메가톤급 ‘소재’들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그 상대인 윤 전 회장은 <일요신문>을 통해 한 차례 자신의 입장을 밝혔을 뿐 철저하게 잠행을 하고 있다. 앞서의 두 여인이 경찰과 언론에 말한 내용의 사실 여부는 앞으로 가려질 것이다. 하지만 윤 전 회장 측이 두 여성을 보는 시각은 지금까지 그들이 피해자로 여겨진 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윤 전 회장에 따르면 최 씨는 한때 윤 전 회장이 장기간 재정적 후원을 해줬던 인물인 것으로 전해진다. 소위 ‘스폰’의 관계를 6년 이상 유지해왔다고 한다. 이혼녀이기도 한 최 씨가 윤 전 회장을 어떻게 만났는지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최 씨는 그동안 윤 전 회장을 통해 감사원 전직 고위 관계자와 중소기업체 회장 2명 등을 소개 받아 은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한다. 특히 감사원 전직 고위관계자와 한 중소기업 회장과는 지금도 아리송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 전 회장의 한 측근은 “최 씨가 기업 회장들을 상대로 스폰을 끼고 그림을 팔거나 접대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단발머리에 참한 얼굴로 언제나 인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본지는 최 씨와 그 가족들에게 수차례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한편 이번 사건에 등장하는 또 다른 인물이 바로 박 아무개 씨인데 그는 한 유명 프로골퍼의 부친인 것으로 알려진다. 박 씨는 두 여인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듣고 윤 전 회장 사건에 대한 경찰의 자문을 도와준 인물이다. 그는 최근 기자에게 “최 씨가 참 착하게 생겼다. 말을 들어보니 열심히 사는 대학원생이 못된 회장의 농간에 휘말려 성폭행을 당한 것 같더라. 안타까운 마음에 도와주려고 했다가 나중에 내가 오히려 이번 사건을 경찰에 연결시켜 준 당사자로 지목당해 큰 고초를 겪었다”며 “최근 최 씨가 마치 나를 공모자로 엮는 듯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시도를 했는데 배신감이 들더라. 최 씨에 대해선 생각도 하기 싫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그는 “최 씨와 권 씨가 경찰청에 다 진술한 것 같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때 내게 말했던 것처럼 고위층 인사 섹스파티에서 성 노리개 역할을 해야만 했다는 식으로 경찰의 성접대 수사에 힘을 실어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 씨의 최근 행보에 대해 윤 전 회장은 “권 씨는 애증 때문에 나한테 그랬다 치더라도 최 씨는 대체 왜 그렇게 날 공격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저와 자기 모친을 거둬두고 살펴줬는데, 계좌로 보내준 돈만해도 5000만 원이 넘는다. 확인해보라”고 억울해 했다. 현재까지는 두 여인이 윤 전 회장의 성접대 로비에 이용당한 정황이 명백해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한쪽의 일방적 요구와 그에 따른 피해로 이어졌는지, 아니면 상호 교감 내지는 합의 아래 이뤄졌는지는 향후 경찰 수사에서 좀 더 면밀하게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 |
동영상 실체는 벤츠 탈취 해결사 “CD 7장은 거짓말…1장뿐” 본지 또한 모처를 통해 문제의 동영상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었다. 약 1분 30여초가 조금 넘는 분량의 그 동영상을 틀면 첫 부분에 한 중년 남성은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고 있고,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마르고 검은 생머리의 여성은 남성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서 있는 상태였다. 그 여성은 상체엔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상태에서 검은색 미니스커트만을 걸치고 힘없이 서 있었다. 반면 5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남성은 안경을 낀 채 회색빛 무채색 줄무늬 트렁크 팬티를 입고 ‘연’이라는 노래를 부른다. 이 남성은 노래를 부르는 가운데 마이크를 잡지 않은 나머지 한 손으로 여성을 뒤에서 껴안아 가슴을 쥐어 잡거나 주무르면서도 노래를 멈추지 않는다. 이후 이 남성은 노래를 부르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신의 하의 속옷을 내린 후 앞에 서 있던 여성의 허리를 구부리게 한 후 성행위를 뒤에서 시도한다. 성행위를 하는 와중에도 이 남성의 노래자랑은 계속된다. 어쩐지 기묘하고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모습이라 야하기보다는 다소 어처구니없는 느낌을 주는 영상이다. 그렇게 성행위를 하는 것으로 동영상은 끝이 난다. 한편 문제의 이 동영상 외에 일각에서는 관련 CD가 7장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것은 실체도 없는 뜬소문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내연녀 권 씨의 부탁을 받아 윤 전 회장의 차를 빼돌리는 작업을 했던 일명 해결사 2명은 차 안의 CD 보관함에서 문제의 CD를 발견했다. 영상을 돌려본 그들은 순간 나쁜 마음을 먹게 됐다고 한다. 그들은 권 씨에게 “윤 전 회장의 CD 7장이 발견됐는데 그 중에 당신과 윤 전 회장의 섹스동영상 CD도 있다”며 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해결사 중의 한 명은 이에 대해 “당시 CD 7장을 발견했다고 했던 말은 순간 욕심이 나서 했던 거짓말이다. 실제로는 한 장이었다”라고 기자에게 밝혔다. 박 씨 측도 CD 7장의 존재 여부에 대해 “꼬마들이(해결사를 지칭) 권 씨를 협박하면서 나온 말인 것 같다. 실제로는 1장인데 언론이 검증도 없이 받아쓴 거다. 실제로 CD 7장은 없고 한 장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전 회장이 권 씨와 관계를 할 때 수시로 동영상을 촬영했던 전력이 있는 점으로 미뤄 고위층 성접대 동영상이 더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