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예비후보가 상계동 아파트 단지 등을 방문하며 본격적인 민심잡기에 나섰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지난 18일 오전 9시 안철수 예비후보는 노원구청과 구청 내 노동조합 사무실을 방문했다. 다음 유세 현장은 상계동 아파트 단지였다. 그동안 당고개역이나 수락산역 등 겉핥기식 인사라는 지적을 받아 동선에 각별히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궂은 날씨 탓에 거리에 주민들이 많지 않았지만 안 후보는 인적이 드문 아파트 단지 상가 곳곳을 방문하면서 인사를 건넸다. 수행원들이 미리 동선을 답사했는지 이동도 유연하게 진행됐다. 안 후보의 복장도 회색 등산화와 감색 파카로 한층 편안해졌다. 수행원도 최소화해 멀리서 보면 선거유세를 하고 있는지도 눈에 띄지 않을 정도였다.
안 후보는 길에서 만나는 주민들에게 날씨, 장사, 지역구 이야기 등으로 인사를 나눴다. 길에서 안 후보를 마주한 한 택배기사는 안 후보의 손을 잡고 “올해까지는 구주소와 신주소로 길을 찾는데 신주소로 길 찾기가 너무 힘들다. 배달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신주소로 길 찾기가 너무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안 후보는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안 후보를 마주한 동네 주민들도 “책 잘 봤다. 좋은 결과 있길 바란다”, “실제로 보니 더 잘생겼다”는 응원도 빼놓지 않았다. 유세 도중 만난 한 할머니가 “우리 손녀가 지하철역에서 봤는데 바빠서 사진을 못 찍었다고 하더라”며 얘기하자 “또 만날 거다”며 웃어 보이는 여유로움도 보였다. 그러나 얼마 전 순복음노원교회를 방문했을 당시 한 자원봉사자로부터 ‘젊은 사람 많다고 인사하러 왔어? 부산(영도)에나 나오지 왜 서울에 나와?’라는 날 선 얘기를 들었던 것처럼 명함을 건네는 안 후보를 말없이 빤히 쳐다보는 주민도 있었다.
선거 유세 현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경로당과 어린이집. 수행원들의 수첩과 펜이 가장 바빠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안 후보 또한 경로당과 어린이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안 후보는 어린이집 교사로부터 “노원구에 어린이 집이 몇 개 있는지 혹시 아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안 후보는 “제 지역구는 노원구 중에서도 상계 6, 7동을 빼야 하니까 다시 한 번 세어 봐야겠다”고 답했다. 자신의 지역구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언급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안 후보는 지난 13일 노원구청 앞에서 “노원에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새로운 정치를 출발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그런데 안 후보가 후보등록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한 노원구청이 상계 6, 7동에 위치했던 것. 이 지역구는 ‘노원병’이 아닌 ‘노원을’에 속한 곳이다.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자리를, 정작 다른 지역구를 택해 일각에서는 ‘자기 지역구도 잘 모르면서 보궐선거에 출마한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안 후보 측은 이러한 여론을 꼼꼼하게 모니터하고 있는 것으로 비쳤다. 옆에 있던 수행원도 “몇 개를 외우는 것보다 상황을 청취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좋은 말씀 많이 해달라”고 덧붙였다.
안 예비후보의 상계동 아파트 전경. 아파트 게시판에 유세 관련 글이 붙어있다.
선거 유세 현장을 누비며 수행원에게 “노원구는 공기가 참 좋다”라고 언급했던 안 후보는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는 웃으며 “건강관리는 따로 없다. 지금이 건강관리 하는 거다. 매일 걸으니까. 선거 시작할 때 주변에서 여러 가지 힘든 일들이 있을 거라는 말씀들을 미리 해주셨다. 그래서 그런지 생각보다 괜찮다. 험한 말 하시는 분도 명함 버리시는 분도 없다. 생각보다 따듯하게 받아주신다”고 대답했다.
여유롭게 대답하던 안 후보는 “선거결과와 관계없이 노원주민으로 남을 건가”라는 질문에는 좀 더 단호하게 대답했다. 안 후보는 서울 상계동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전세금의 일부인 3000만 원만 내고 입주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분양 전세 아파트로, 일반 아파트 계약보다 권리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데서 비롯된 일로 밝혀졌지만 처음에는 잔금을 치르는 날짜가 선거가 끝난 이후인 5월 11일 이후인 것으로 전해져 ‘기획 이전’이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이 있었던 것.
안 후보는 “이웃들과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하며 익숙해져가고 있다. 한번 다 찾아뵙기로 했다”며 “상계동 아파트는 살려고 마련한 집이다. 만약 선거만 하려고 집을 마련했으면 아마 사람 많은 곳, 노원역 주변에 작은 아파트를 마련하는 식이 아니었겠나. 지금은 살려고 이곳에 왔다”고 항간의 논란을 일축했다.
다음날인 19일 안 후보가 거주하는 상계동 늘 푸른 아파트에서 만난 한 이웃은 “안 후보가 와서 불편하고 그런 건 없다. 노원구가 알려지니까 좋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웃도 “난 아들이 말해줘서 우리 아파트에 안 후보가 이사 온 걸 알았다”며 “나중에 안 후보가 사는 집 사진이라고 아들이 보여주는데 우리 아파트더라”고 말했다.
순복음노원교회를 다니고 있다는 한 주민도 “안철수 후보가 우리 교회에 왔을 때 한 자원봉사자가 불편한 이야기를 했다는 것도 들었다. 그런데 그게 교회의 입장이겠나. 그날도 사람들이 반가워 해줬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순복음노원교회의 교인이 움직이면 선거 판세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기사도 봤다. 목사님이 ‘우리가 밖에서 보면 단결력이 좋아 보이나 보다.’며 웃으시더라. 이동섭 민주통합당 예비후보가 장로로 오래 있었고 열심히 활동한 교회인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여당 야당의 성향으로 나눌 순 없다. 결국 각자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