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광장동 파라다이스카지노워커힐로 손님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기자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도박의 도시’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상상하고 국내 외국인전용 카지노를 두루 살펴봤지만 현실은 동네 오락실만도 못한 황량함만 가득했다. 지난 12일부터 열흘 동안 전국의 외국인전용 카지노를 방문한 결과 수도권에 위치한 일부 영업장을 제외하고는 ‘파리만 날린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특히 인천과 대구, 제주지역의 카지노는 입장하는 외국인 손님을 찾아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파라다이스인천카지노와 호텔인터불고대구카지노의 경우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관광버스조차 보이지 않았다. 호텔인터불고대구카지노를 주로 오간다는 콜 택시기사는 “여기는 인근 공단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주로 찾을 뿐 손님이 없다”고 말했다.
관광천국이라 불리는 제주도도 국제공항 주변 및 중문단지에 총 8개의 카지노를 보유하고 있으나 매출 기준 상위 3곳(파라다이스그랜드카지노, 파라다이스롯데카지노, 라마다프라자카지노)를 제외한 나머지 영업장은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었다. 골든비치카지노에서 만난 한 여행사 가이드는 “한창 일본인이 많이 찾았을 땐 카지노도 북적거렸다. 하지만 카지노끼리 경쟁이 심해지고 관광객도 줄자 규모가 작은 영업장은 아예 장사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의 카지노도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활기찬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른 오전부터 카지노를 찾는 사람들이 쉽게 눈에 띄었으며 어둠이 내리자 관광을 마치고 돌아온 단체손님이 우르르 들어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파라다이스카지노부산 관계자는 “주말 저녁이면 손님들이 대거 몰려온다. 과거에는 일본인들이 주를 이뤘는데 이제는 중국인들이 대세”라고 말했다.
카지노 업계 일각에서는 손님이 없는 카지노나 영업이 잘 되는 곳이라도 더 큰 이익을 내기 위해 내국인을 불법으로 출입시킨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돼 왔다. 하지만 손님이 많기로 소문난 서울과 부산의 카지노에서도 내국인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세븐럭카지노 강북점을 자주 찾는다는 한 중국인 교포는 “예전에는 객장 내에서 한국인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서울지역에 단속이 심해지면서 최근에는 거의 사라진 상태”라며 “한국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다들 합법적으로 해외 영주권을 소지한 사람”이라고 전했다. 카지노 관계자들 역시 “단속을 철저히 하기 때문에 내국인 입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철저한 단속에도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 어렵사리 만난 화교 출신의 현직 카지노 딜러는 “4년 동안 카지노에서 일하면서 위조여권을 이용해 입장하는 한국인들을 꽤 많이 봤다. 입구에서 잡힌 사람들도 있었으니 걸리지 않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며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자신을 한국인이라 밝히는 사람도 있다. 그들이 말하길 불법인 걸 알면서도 외국인전용 카지노에 들어오려는 한국인이 많다고 하더라. 돈으로 영주권을 사서 들어오는 방법이 가장 흔하다는데 자세한 얘기를 물어보면 ‘다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실제 제주 외국인전용 카지노에 초대를 받은 적이 있다는 한 40대 남성은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입수했는지 에이전트에서 전화가 왔다. 서울이나 부산은 단속이 심하니 제주로 놀러 오라더라. 항공과 숙박도 다 해결해준다 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가진 않았으나 이런 연락을 받은 친구들이 몇 명 있었다. 골프를 미끼로 밤에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손님을 끌어 모은 에이전트는 위조여권 브로커와 접촉해 ‘검은머리 외국인 만들기’에 돌입한다고 한다. 한 위조여권 브로커는 “국적과 이름, 원하는 연령, 사진만 정해주면 어떤 국가 여권이든 제작이 가능하다. 국적이나 요구사항에 따라 가격은 다르지만 평균 750만 원 정도다. 여기에 돈을 조금 더 보태면 여권관리청에 줄을 대 더욱 확실한 여권을 만들 수 있다”며 “얼마 전에도 한 카지노 에이전트에서 단체로 중국 여권을 의뢰했다. 이처럼 카지노 출입을 위한 위조여권 제작은 대부분 개인이 아닌 에이전트가 접촉해 온다”고 귀띔했다.
급하게 여권이 필요할 때는 조선족들의 여권을 빌리기도 한단다. 이 방법은 제주도에서 흔히 쓰인다고 하는데 카지노 인근의 분식집에서 일하는 한 조선족 여성은 “단순히 여권만 빌려주면 몇 십만 원씩 주니 처음엔 뭐에 쓰는지도 모르고 준 적이 있다. 알고 보니 한국인을 외국인전용 카지노에 들여보내기 위해 사용되고 있었다. 내 여권으로 고객카드를 만들고 그 뒤로는 이걸로 마음대로 출입을 하더라. 보통 여자 여권보다는 한국인과 비슷한 외모의 조선족 남자 여권을 많이 찾는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편법으로 내국인을 입장시킨다고 지목받은 카지노업체들은 하나같이 이러한 사실을 부인했다. 한 카지노업체 관계자는 “절대 그런 일(내국인 출입)은 있을 수 없다. 위조여권을 이용하는 등 계획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을 100% 잡아내기란 쉽지 않겠지만 우리가 먼저 나서 내국인에게 접촉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제주·부산=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그곳은 외국인 노동자들 놀이터 소액일 땐 ‘해방구’ 다 털리면 ‘생지옥’ “평일이라도 저녁만 되면 외국인 노동자들 천지다.” 지난 18일 저녁 7시경 외국인전용 카지노 세븐럭카지노 강북점 입구에서 만난 한 중국인 교포는 이용객 현황을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답했다. 여러 국적의 이용객들이 모여 있지만 특히 베트남, 조선족, 몽골 등 동남아 외국인 근로자가 절대적이라고 한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이들에게 카지노는 하나의 해방구인 것이다. 실제로 해가 떨어지자 카지노로 삼삼오오 모이는 외국인 노동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점퍼와 청바지 차림에 때 묻은 운동화를 신고 오는 이들이면 십중팔구 외국인 노동자였다. 카지노로 통하는 호텔 로비에서 마주친 A 씨(중국)도 벌써 20년 동안 한국에서 일해 언어소통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하지만 종종 카지노 출입을 거절당할 때가 있는데 기자와 만난 날도 그랬다. A 씨는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는 편이다. 오늘은 술을 좀 마셨다고 들여보내주지 않더라. 로비에서 술 좀 깨고 다시 (입장을) 시도할 것”이라며 씩씩거렸다. 막노동판에서 일을 하다가 나이가 많아(60대) 이제는 일을 하지 못한다는 A 씨에게 카지노는 ‘애증’의 대상이었다. A 씨는 “즐기러 카지노에 가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를 은근히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예전에는 제공되는 식사에도 등급이 있었다”며 “한국에서 번 돈을 거의 여기다 썼다. 많이 딴 날은 10만 원, 심하게 잃은 날은 100만 원도 잃어봤다. 그래도 나는 중독자라고 생각 안 한다. 도박중독에 빠진 외국인 노동자는 안에서 싸우기도 하고 답도 없다”라며 소파에 몸을 뉘었다. 입구에서 만난 또 다른 외국인 노동자 B 씨는 기자에게 좀 더 충격적인 실상을 들려주었다. B 씨는 “7년 동안 성실하게 재산을 모은 외국인 노동자 부부가 있었는데 카지노에 빠지고 송두리째 날려 먹더라”며 “결국 그 부부는 카지노에서 약을 먹고 자살했다는 소문이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연례행사로 카지노 입구에 앰뷸런스가 온다. 십중팔구 카지노 안에서 돈 잃고 졸도하는 사람을 실어가기 위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자정이 되자 로비의 소파 여기저기서 널브러져 잠을 청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소파에 자리를 잡은 한 외국인 노동자는 “돈도 잃고 머리도 좀 식힐 겸 잠깐 휴식하는 거다. 새벽 시간이 되면 진짜 자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경호원이 쫓아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며 연신 주위를 둘러봤다. 외국인전용 카지노는 대부분 24시간 운영되는 곳이 많으나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보통 새벽 2시 전에는 귀가하는 편이라고 한다. 베팅하는 돈이 많지 않기에 금방 털리고 일어나는 것. 카지노 인근에서 10년째 일한다는 한 택시기사는 “보통 지하철이 끊기기 전에 단체로 뛰어가곤 하는데 차가 끊기면 주변 찜질방에 들어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다”라고 전했다. 택시기사와 얘기하던 중 한 중국인이 ‘독산동’을 외치며 다른 택시에 올라탔다. 택시기사는 “저 사람도 외국인 노동자다. 독산동, 구로공단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지 않느냐”며 “그나마 택시를 탈 정도면 양호한 것”이라고 말했다. 썰물처럼 외국인 노동자들이 빠져나가고 기자 역시 자리를 뜨려는 찰나 한 중국인 교포가 “저기가 바로 조선족이 자살한 곳이다. 저 별 모양의 간판 인근이다”며 턱짓으로 특정 장소를 가리켰다. 지난 2011년 11월 조선족 노동자 권 아무개 씨가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하자 세븐럭카지노 강북점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한 장소였다. 당시 권 씨는 전신에 불을 붙인 채 옥상에서 뛰어내렸고 그의 시신에서는 카지노 출입증이 나와 충격을 줬다. 이 중국인 교포는 또 다시 카지노로 발길을 돌렸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
성매매 알선 ‘뽕삐끼’들 일본인 낚아 미아리로 Go~ 뽕삐끼가 일본인에게 접근하는 이유는 고액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의 영업방식을 살펴보니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도 일본인만 쏙쏙 골라 말을 걸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뽕삐끼를 무시하고 지나쳤으나 일부는 솔깃한 표정으로 오랜 시간 설명을 듣는 사람도 있었다. 몇몇 일본인은 ‘합의’가 이뤄졌는지 뽕삐끼가 마련한 차량에 올라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손님을 태운 차량은 미아리 등 성매매 밀집지역으로 이동한다. 금액은 20만 원 안팎으로 조정이 되는데 이중 절반 이상이 뽕삐끼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