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측의 입장은 “범죄 혐의가 제대로 소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참고인 진술의) 신빙성도 담보하기 어렵다”라는 얘기도 하고 있다. 피해 여성 가운데 일부 진술이 오락가락하기 때문에 진실을 담보해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일요신문>도 검찰이 지적한 ‘경찰 수사의 미비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경찰 수사는 피해 여성들의 진술에 결정적으로 의존해왔다. 그런데 최근 그 가운데 일부 진술이 번복되는 부분과, 그들이 이번 사건을 의도적으로 왜곡시키고 있을 가능성이 보여졌기 때문이다. 특히 경찰이 이번 동영상 사건 수사를 크게 확대시킨 결정적 계기가 바로 또 다른 피해여성인 최 아무개 씨의 ‘유명 인사와 직접 성관계를 맺었다’는 증언이었는데, 최근 최 씨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별장에 가서 성접대를 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고 거론되는 유력 인사의 이름도 알지 못한다”고 진술을 뒤바꾼 점이 석연치 않다. 이런 점에서 최 씨의 진술 번복 이유가 이번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
<일요신문>은 성접대 여부 증언을 번복한 최 씨의 역할에 대해 주목하고 그를 잘 아는 주변인들로부터 그에 관한 ‘평’을 들을 수 있었다. 지난 2012년 10월 경 윤 전 회장의 내연녀 권 아무개 씨는 윤 전 회장의 부인에게 윤 전 회장과 내연관계인 사실이 들통 나자, 수습책의 일환으로 ‘간통이 아니라 윤 전 회장에게 성폭행 당했다’며 맞고소를 하게 된다. 고소를 하기 위해 권 씨는 경찰관계자와 친분이 있는 박 아무개 씨(권 씨가 빌려준 외제차를 윤 전 회장으로부터 회수해달라고 최초로 부탁한 장본인)에게 1000만 원을 건네며 ‘윤 회장 뒤의 실세가 막강하니 고소를 해도 무혐의 처리를 받을 것 같아 두렵다’며 도움을 요청했고, 이에 박 씨가 경찰청 지인을 통해 서초서 모 형사에게 연결시켜줬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박 씨가 기자에게 직접 털어놓은 증언 가운데 일부다.
박 씨는 2013년 1월 30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권 씨의 사정이 딱해 도와주는 과정에서 경비 용도로 1000만 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권 씨와 지내보니 앞뒤 말이 맞지 않았고 피해를 정말 입었는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찜찜한 마음에 나중에 다시 (돈을)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이어 박 씨는 “권 씨가 ‘윤 회장이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며 하소연하기에 ‘해결사’ 박 아무개 씨(윤 전 회장의 벤츠 승용차에서 CD를 직접 발견한 사람)를 소개시켜주고 이 사건에서 손을 뗐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권 씨가 사전에 윤 전 회장의 체포 일시를 알았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의 ‘해결사’ 박 씨는 지난 3월 28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권 씨가 나한테 윤 전 회장이 체포될 테니 그날 벤츠를 빼오라고 시켰다. 윤 회장이 언제 긴급 체포될지 일시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며 “윤 회장이 경찰에 잡혀가던 날, 우리 보고 원주에 있는 윤 회장의 차를 빼오라며 위임장을 건넸다”라고 말했다. 권 씨가 윤 전 회장 사건을 두고 경찰과 사전 조율했을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이런 정황은 권 씨가 윤 전 회장의 고위층 성접대 로비 사건의 ‘순수한’ 피해자가 아니라 윤 전 회장을 곤궁으로 몰아가기 위해 의도적으로 벌인 사건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유력인사 성접대 장소로 의혹을 받고 있는 윤중천 전 회장의 별장. 성접대 증언을 한 최 씨가 진술을 번복, 휴대전화마저 해지하고 잠적한 배경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그 뒤 ‘해결사’ 박 씨에 의해 문제의 벤츠 승용차에서 동영상이 발견되고 권 씨는 이것을 경찰에 ‘제보’하는 한편 평소 친분이 있던 또 다른 피해여성 최 씨에게도 그 사실을 알린 것으로 전해진다. 최 씨는 윤 전 회장이 6~7년간 재정적 후원을 해준 것으로 알려진 여성화가(37세)인데 최근 경찰에 성접대 관련 증언을 거부한 바 있다. 몇 년 전 윤 전 회장이 자신의 애인이었던 권 씨에게 최 씨를 소개시켜주면서 두 사람은 서로 안면을 텄다고 한다.
그런데 권 씨로부터 동영상을 접한 최 씨의 반응이 뜻밖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의 ‘해결사’ 박 씨가 권 씨와 자주 다녔기 때문에 최 씨의 반응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해결사’ 박 씨는 최근 기자에게 “최 씨가 휴대폰으로 촬영된 문제의 영상을 보더니 눈이 똥그래지면서 ‘이 사람, OOO이야’라고 하더라. 한 건 잡았다는 표정이었다. 그러고선 자기가 아는 인맥을 총동원해 일을 벌이겠다는 식으로 떠들어 대더라”며 “내 입장에선 괜히 잘못 엮일까봐 겁부터 덜컥 났다. 바보가 아닌 이상 어느 누가 감히 고위급 인사를 상대로 협박 장사를 하겠는가. 수시로 최 씨가 영상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절대 주지 않았다”라고 털어놨다.
‘해결사’ 박 씨의 이런 증언은 <일요신문>을 통해 처음 나온 증언인데 동영상 사건의 실체 규명을 위해 경찰이 꼭 밝혀야할 대목으로 보인다. 최 씨의 ‘진실성’을 의심할 만한 정황은 또 있다. 최 씨는 지난 1월 3일 윤 전 회장과의 통화에서 “내가 너한테 잘해줬는데 사람이 왜 그러냐. 왜 나를 고소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윤 전 회장의 질문에 “나도 사람이라 마음이 편치 않다. 내가 금전적으로 힘든 상황이라 권 씨한테 도움 받을 것을 기대하고…”라고 답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통해 보면 성접대 피해 여성으로만 알려진 최 씨가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동영상 사건을 접하고 의도적으로 자신의 사적인 목적을 위해 그것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핵심인물로 떠오르고 있는 최 씨는 현재 잠적한 상황인데 외국에 나가 있다는 말도 있다. 여러 의혹에 대한 최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3월 22일 휴대폰으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29일 다시 연락을 해보니 ‘없는 번호’로 나오고 있었다. 사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증언을 했던 피해 여성이 휴대전화마저 해지하고 잠적한 배경이 아리송한 대목이다.
<일요신문>은 최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접촉했지만 끝내 그의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한편 권 씨와 윤 전 회장의 치정사건 수사 도중 문제의 동영상이 발견되고 그것이 권 씨에 의해 수사 의뢰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다. 최초 이번 사건을 권 씨에게 부탁받은 앞서의 박 씨에 따르면 올해 1월경 권 씨가 서초서에 ‘동영상 7건이 발견됐다’며 윤 전 회장을 상대로 고소를 넣었다고 한다. 지난 3월 17일경 박 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권 씨가 1월 초에 넣은 고소장에는 경찰청 전직 최고위 간부 OOO의 이름도 등장한다고 들었다”라고 주장했다. 권 씨의 동영상 수사 의뢰 과정에서 검찰 고위인사 성접대 동영상 소문이 급속도로 경찰과 법조계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게 됐다는 것이 박 씨의 주장이다.
앞서 밝힌 대로 이번 사건의 핵심 사안은 건설업자 윤중천 전 회장이 고위층에게 성접대를 하며 로비를 한 의혹을 밝히는 것이다. 동영상의 실체 규명도 고위층 인사가 실제로 로비에 동원됐는지를 밝히는 중요한 단서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동영상 실체 부분에 대한 경찰 수사가 난항을 거듭하면서 사건이 꼬이고 있다. 특히 경찰이 그동안 수사할 때 의존해온 피해 여성 가운데 일부가 증언을 번복하고 잠적하면서 사건의 실체 규명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어찌 보면 윤중천 전 회장과 두 여인 간의 드러나지 않은 관계부터 밝히는 게 급선무인지도 모른다. 경찰이 원점에서부터 다시 수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
원본 동영상 어디로 갔나 출국금지자 안에 해답 있다? 고위층 성접대 동영상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뜻밖의 난관에 부딪혔다. 경찰이 자체적으로 입수한 문제의 동영상은 원본 동영상을 휴대전화로 다시 촬영한 것인데 화질이 나빠 영상 속 남성이 검찰의 고위관계자인지 단정할 수 없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로써 경찰은 원본 동영상 입수에 이번 사건 해결의 사활을 걸게 됐다. 그렇다면 문제의 원본 동영상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일단 그 해답은 경찰의 출국금지 요청 대상자에 들어 있다. 경찰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무더기 출금 요청한 10여 명 중 검찰이 ‘승인’한 인물들이 문제의 동영상을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들 가운데 원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번 사건과 관련한 주요 인물들을 대상으로 그 가능성을 면밀하게 따져봤다. 윤 전 회장 별장 내부 모습. 침대와 고급 소파 등이 놓여 있다. 현재 경찰이 확보했다고 밝힌 성접대 동영상은 원본을 휴대폰으로 재촬영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영상은 최근 국과수로부터 “해상도가 낮아 얼굴 대조 작업에서 (김학의 전 차관과의) 동일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받았다. 이에 따라 원본 동영상이 없으면 이번 고위층 성접대 로비의혹 사건은 영원히 풀지 못할 미제수사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과연 원본은 누구의 손에 있는 것일까. 아니면 원본 자체가 이미 폐기되고 없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먼저 동영상 소지의 가능성이 있는 인물들을 하나씩 검토해보기로 한다.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윤중천 전 회장, 내연녀 권 아무개 씨, 또 다른 피해여성 최 아무개 씨, 권 씨에게 사건 해결을 최초로 부탁받은 박 아무개 씨, 박 씨에게 윤 전 회장의 벤츠 승용차를 회수하도록 부탁받은 그리고 문제의 동영상을 가장 먼저 접한 것으로 알려진 또 다른 박 아무개 씨(앞서의 박 아무개 씨와 구분하기 위해 본문에서는 ‘해결사’라고 칭함) 등이 그 대상에 먼저 오를 수 있다. 경찰이 동영상을 추적하면서 가장 먼저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박 아무개 씨부터 시작해보자. 박 씨는 권 씨가 윤 전 회장을 고소하는 과정에서 경찰청 지인을 통해 서초서 관계자를 최초로 이어준 인물이다. 또한 윤 전 회장의 벤츠 승용차 회수 부탁도 처음으로 받았다. 하지만 박 씨는 사건이 커질 것을 우려해 ‘해결사’ 박 씨를 권 씨에게 소개시켜준 뒤 자신은 빠졌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박 씨는 ‘해결사’ 박 씨 등이 벤츠 승용차를 회수한 것과 동영상을 발견한 사실 등은 몰랐다고 한다. 권 씨가 직접 ‘해결사’ 박 씨에게 승용차 회수를 부탁했기 때문이다. 앞서의 박 씨는 지난 1월 20일 기자에게 최초로 성접대 동영상의 존재 여부를 털어놨다. 그는 “일전에 ‘해결사’ 박 씨 일행이 윤 전 회장의 ‘벤츠를 빼오는 과정에서 CD를 발견했다’며 나한테 조언을 구하러 찾아왔다. 권 씨와 (또 다른 피해여성) 최 씨가 ‘고위공직자 OOO가 나오는 영상’이라며 ‘해결사’ 박 씨 일행에게 알려줬다고 한다. ‘해결사’ 박 씨는 각 신문사에 연락해서 돈 입금되는 곳에 팔려고 고민 중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지난 3월 17일 기자와의 사석에서 “영상은 1개인데 권 씨가 고위 공직자가 연루된 성접대 동영상이 7~8개가 있다고 경찰에 떠벌리고 다녔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최초로 권 씨에게 사건 도움을 부탁받은 박 씨는 동영상 발견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고 동영상을 가지고 있을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강변한다. 그렇다면 윤 전 회장의 벤츠 승용차를 빼오는 과정에서 동영상을 처음 발견한 것으로 전해지는 ‘해결사’ 박 씨의 경우는 어떨까. 기자는 문제의 ‘해결사’ 박 씨를 직접 만나봤다. 일부 언론에서는 내연녀 권 씨가 윤 전 회장을 고소한 후 그의 벤츠를 ‘해결사’ 박 씨를 통해 빼오는 과정에서 성접대 동영상이 발견됐고, 해결사 박 씨가 그것을 토대로 권 씨를 협박해 2000만 원을 받아낸 의혹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해결사 박 씨 측이 확보한 동영상을 들이밀며 사건과 연루된 고위층 인사 등을 상대로 20억 원 상당의 돈을 요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런 의혹을 ‘해결사’ 박 씨는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다. ‘해결사’ 박 씨에 따르면 그들 일행은 지난 2012년 12월 15일 원주경찰서 관계자 입회하에 윤 전 회장의 벤츠 자동차를 서울로 가져온다. 그는 이에 대해 “벤츠를 빼오는 날, 합법적으로 경찰이 입회하고 있었다. 이때 CD 7장과 마약이 나왔다고 보도됐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당일 권 씨에게 벤츠를 전달했더니 권 씨가 처분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때까진 권 씨가 윤 회장으로부터 억대의 사기와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동정심이 들어 순순히 도와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2012년 12월 23일경 ‘해결사’ 박 씨가 권 씨의 부탁을 받아 윤 전 회장의 벤츠를 제3자에게 처분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동영상을 발견했다고 한다. 세 커트로 나눠진 1분 58초 분량의 영상이었다고 한다. 평소 권 씨로부터 ‘윤 회장에게 성폭행당했다’는 말을 들어온 ‘해결사’ 박 씨는 마지막으로 권 씨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CD의 내용을 13초간 휴대폰으로 촬영해 그것을 권 씨에게 카톡으로 전송하며 “혹시 누나가 이런 일을 당했느냐. 이 영상이 누나가 윤 전 회장과 법적다툼을 하는데 도움이 되겠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특히 ‘해결사’ 박 씨는 일부 언론에서 자신이 영상으로 권 씨를 협박해 돈을 챙겼다는 의혹에 대해 “상당히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는 “영상 발견 당시 일반 야동이라고 생각했고, 혹시 몰라 권 씨에게 알려준 것일 뿐이다. 나는 무식해서 고위층 OOO의 얼굴도 모른다. 2000만 원은 벤츠를 빼오는 과정에서 또 다른 해결사 한 아무개 씨가 윤 전 회장 측 사람의 차에 치여 큰 부상을 당했기에 권 씨로부터 병원비 명목으로 받은 돈”이라며 “병원비를 받을 당시 대화 내용이 전부 녹취돼 있다”라고 해명했다. “신문사에 동영상을 팔려고 했다는 게 사실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해결사’ 박 씨는 “고위공직자가 연루됐다는데 나중에 잡혀갈 일 있는가. 신문사 관계자를 만나보려고 한 건 사실이지만 곤경에 빠진 우리를 좀 구해달라고 도움 요청을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잘못될까 두려워 CD를 파기하고 숨어 지냈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도망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다. 영상에 나온 인물이 OOO인지도 사실 난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동영상을 직접 발견한 것으로 알려진 ‘해결사’ 박 씨는 그것을 이미 파기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에게도 역시 문제의 원본 동영상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권 씨와 또 다른 피해여성 최 씨는 어떨까. 원본 동영상이 발견된 시점은 지난해 12월 23일경이다. 그리고 이때 권 씨에게만 13초 분량의 재촬영 영상이 전송됐다. ‘해결사’ 박 씨로부터 영상 일부분을 전송받은 권 씨는 상의 차 평소 친분 있던 최 씨에게도 이 사실을 알린다. 이 과정에서 권 씨와 친분이 있던 최 씨에게도 13초 분량의 영상이 전해졌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두 여성 모두 원본을 재촬영한 동영상을 보았거나 가지고 있을 개연성이 있는 대목이다. 동영상 원본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가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윤 전 회장의 조카 윤 아무개 씨다. 그는 사건 초기 언론이 윤 전 회장을 찾는 과정에서 나타난 인물인데 한 언론이 ‘윤 전 회장 조카가 원본 동영상을 가지고 있는 의혹이 있다’라고 보도해 알려지게 됐다. 이 과정에서 윤 씨가 기자들에게 원본 영상을 보여주고 거액의 돈을 요구했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윤 씨는 지난 3월 18일 지인과의 사석에서 “그런 말 한 적 없다. 허위보도 때문에 경찰청 들어가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윤 씨는 “기자가 자꾸 동영상 이야길 하기에 ‘난 잘 모른다’고 했다. 정말 모르겠는데 어떡하느냐. 이 사건에 대해서 아는 게 없는데”라고 반박했다. 결국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은 윤 전 회장의 차 안에서 CD 1장이 발견됐고 그 안에 남녀가 성관계하는 모습이 촬영돼 있다는 것, 그리고 원본 동영상을 본 사람은 ‘해결사’ 박 씨와 그와 동행한 것으로 알려진 한 씨 정도인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권 씨로부터 사건 해결을 처음에 부탁받은 박 씨는 “문제의 동영상 인물 OOO이 누군지도 모르겠고 재촬영된 파일도 이미 파기했다”라고 주장하는 상태다. 그렇다면 원본을 본 유일한 인물인 ‘해결사’ 박 씨의 증언이 향후 수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결사’ 박 씨도 고위층 인사가 연루된 동영상인지는 몰랐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해결사’ 박 씨가 촬영해서 권 씨에게 건네준 13초 분량의 재촬영 휴대폰 영상만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이것을 현재 경찰이 입수해 국과수에 의뢰했다가 ‘판정 불가’ 결과를 받아 놓은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윤 전 회장이 그 대상자 리스트에 남아 있다. 하지만 그는 이에 대해 “동영상이 무슨 얘긴지 모르겠다. 자꾸 나한테 CD를 내놓으라고 하는데, 권 씨 등의 꽃뱀들이 내 소유의 별장을 먹기 위해서 음모를 꾸민 것이다. 여자의 거짓말에 공권력이 놀아났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지난 12월 23일경 발견된 최초의 원본 동영상은 어디로 간 것일까. 경찰이 풀어야 할 숙제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