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토토 시장규모는 합법 토토의 3배에 이르는 7조원대로 추정된다. 국내 4대 프로스포츠가 모두 승부조작에 휩싸일 정도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사설 토토 사이트.
인터넷으로 스포츠경기 중계를 보기 위해 방송을 켜면 채팅창에 주기적으로 올라오는 메시지다. 각 사이트 별로 광고글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지만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는 교묘한 방법으로 주소를 노출시키며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불법 스포츠토토의 시장규모는 7조 6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고, 폭력조직들까지도 온라인 불법 스포츠토토 사업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일요신문>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불법 스포츠도박의 실태를 들여다봤다.
개그맨 출신 MC 김용만 씨가 지난 19일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에서 도박을 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서 조사를 받았다. 김 씨가 지난 2008년부터 5년간 2~3곳의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에서 베팅한 금액은 무려 10억여 원에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 김 씨는 관련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면서 “취미로 매니저와 함께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끊을 수 없게 됐다”고 진술했다.
지난 11일에는 강동희 원주 동부 감독이 프로농구 승부조작 혐의로 의정부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강 감독은 2011년 2~3월 브로커 2명으로부터 4700만 원을 받고 4차례에 걸쳐 승부조작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써 2011년 K리그 축구, 2012년 V리그 배구, 2012년 프로야구에 이어 올해 프로농구까지 ‘4대 프로스포츠’ 모두 승부조작에 휩싸이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스포츠도박, 승부조작과 관련된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가 다시 그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프로스포츠의 승부조작 사건 이후 사법당국의 대대적인 단속이 있었지만 불법 스포츠토토 시장은 오히려 비대하게 커지고 있다. 지난해 체육진흥투표권의 스포츠토토 매출액은 2조 6000억 원. 반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불법 스포츠토토 시장규모는 7조 6000억 원에 달한다. 합법적으로 발행되는 스포츠토토 규모의 약 3배에 이르는 수치다.
또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지난해 신고된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는 3만 2000여 곳에 이른다. 최충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경감은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는 서버를 중국 태국 등 해외에 두고 있다. 사이트 주소와 계좌도 수시로 바꾸고 대포폰이나 대포통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아 정확한 시장 규모를 짐작하기 어렵다”며 “신고 건수보다 불법 스포츠토토 시장은 최소 10배는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운영했던 A 씨는 “유명한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의 경우는 회원이 2000명이 넘는데, 그럼 4일이면 3억 원 정도 주머니에 돈이 들어 온다”며 “혼자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5~6개씩 돌려 100억 원을 넘게 번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 인터넷 개인방송 사이트에서 스포츠경기 중계를 하는 방장 중 상당수가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와 연계돼 있다는 말도 있다”며 “그들은 방송을 보러 들어온 네티즌들에게 채팅창과 쪽지를 통해 주소를 알려주며 안전한 사설 사이트라고 추천을 하고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 측으로부터 돈을 받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직접 사설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방장도 있다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터넷 개인방송 사이트의 한 관계자는 “자체 모니터링 부서가 채팅창 내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 홍보 글을 24시간 감시하고 있고, 회원들도 홍보 글로 도배를 하는 유저에 대해 신고를 하고 있다. 또한 귓속말, 쪽지도 검사를 하고 있다. 이렇게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홍보하는 계정은 영구 정지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카톡 등 메신저의 아이디를 올려놓는 경우엔 그것만 가지고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소개하는 증거라고 보기 힘들어 단속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합법적인 스포츠토토가 아닌 사설 스포츠토토를 찾는 것일까. 사설 스포츠토토를 하고 있는 이 아무개 씨는 “솔직히 체육진흥투표권의 스포츠토토와 사설 스포츠토토의 배당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소수점 살짝 더 좋은 정도다. 대신 합법 스포츠토토가 1회 당 상한 금액이 10만 원인 반면, 사설 스포츠토토는 상한가가 없는 곳도 있어 베팅액수가 차이난다”고 설명했다.
포털사이트 스포츠 중계 댓글(왼쪽)이나 인터넷 개인방송 등을 통해 사설 토토 사이트가 전파된다. 오른쪽은 ‘먹튀’ 사설 토토에 피해를 당한 이용자의 글.
실제로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에는 승무패뿐만 아니라 별의별 방식의 베팅이 존재했다. 축구의 경우 선취점, 전반전 리드팀을 맞히는 베팅부터 양팀 코너킥 합이 일정수를 넘는지 넘지 못하는지를 보는 오버언더가 있다. 야구는 선발투수의 1회 볼넷 여부와 홈런 개수 오버언더, 첫 안타 팀 맞히기 등 다양했다. 배구도 1세트 승리 팀, 첫 득점, 첫 서브득점, 첫 범실 등 셀 수 없을 정도의 게임방식이 존재했다.
앞서의 A 씨는 “초구 스트라이크, 첫 코너킥, 점프볼 소유권 등 빠른 시간 내에 승패가 결정 나는 베팅을 늘림으로써 도박 회전률을 빠르게 하고, 베팅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베팅을 하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팅은 스포츠에 한정되지 않았다. 로또 당첨번호 6개의 총합이 일정수를 넘느냐 넘지 않느냐에 베팅을 하는 하이로우, 증시 마감 지수가 홀수냐 짝수냐를 두고 돈을 거는 홀짝 등 다양한 게임이 존재했다. 앞서의 전직 운영자 A 씨는 “경우의 수가 나오는 건 모두 도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베팅을 세분화시키면서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 운영자들과 폭력조직이 선수들을 포섭해 승부조작을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번 강동희 감독의 승부조작 사건뿐 아니라 그동안 프로스포츠 승부조작 사건 뒤에는 언제나 폭력조직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해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 때도 LG트윈스의 박현준, 김성현이 브로커에게 돈을 받고 1회 고의로 볼넷을 내줬던 것으로 밝혀졌다.
승부조작이 아니더라도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 중에는 돈을 먹고 튀는, 일명 ‘먹튀’ 사이트가 생겨나 이용자들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인터넷 스포츠토토 분석 카페에 들어가면 회원들에게 돈만 받고 사이트를 바로 폐쇄하는, 혹은 일부 이용자가 고액의 배당에 당첨되면 아이디를 삭제하는 등의 방식이 포함된 기상천외한 먹튀 사이트 리스트들이 올라와 있다.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이용했던 김 아무개 씨는 “처음 3만 원을 입금하고 게임을 즐기던 중 60배 배당을 맞혔다. 환급을 요청하고 잠시 후 로그인을 하려고 봤더니 아이디가 없다고 나왔다. 운영자 측에 메일을 보내봤지만 답장도 없었다. 사설 사이트를 이용한 것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신고도 못하고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 사설업체 전문가는 “전체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 중 약 70% 이상이 먹튀 사이트라고 보면 된다”며 “하지만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먹튀를 하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다. 회원 100명이 있으면 90명은 돈을 잃기 때문이다. 모든 도박은 운영자가 돈을 딸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덧붙였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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