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의원은 자신이 당 대표가 된다면 민주당을 분권 정당으로 바꾼다고 강조했다.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당 대표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고민을 많이 했다. 내 나름대로 공부도 했고 토론도 했다. 지난 두 달 동안 우리 민주통합당이 과연 뭘 잘못했는지에 대해 많은 토론을 진행했다. 당의 가치관이 잘못됐는지, 아니면 지도부 문제인지, 그것도 아니면 전략 전술의 문제인지 여러모로 생각해봤다. 결국 당의 계파와 지도부의 리더십 문제였다. 내가 나서야겠다고 결론 내렸다.
―당 계파와 지도부 리더십 문제?
▲그렇다. 당 계파 문제와 지도부 문제는 한 몸이다. 이 모든 게 불안한 민주당의 지도부에서 비롯된 것이다. 원래 당 지도부는 장기적으로 수권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그것을 위한 인재를 양성을 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늘 6개월마다 지도부를 갈아치웠다. 2004년 이후 21번이나 지도부가 갈렸다. 만날 당에서는 전당대회만 하고 있는 거다. 주류와 비주류 계파가 지도부에 들어가면, 서로 당직, 공천권 나누고 이러다 계속 패배하고. 그렇게 계파에 중앙당 자체가 휩쓸리고 그랬던 거다. 내가 이거 바꾸겠다는 거다.
―민주당의 허약한 지도부를 어떻게 바꾸겠다는 건가.
▲결국 이런 모든 문제가 당내 강한 리더십이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난 기존의 순수 집단지도체제 반대한다. 어찌됐건 이번 선거에서는 단일성 지도체제가 들어선다. 이게 맞다. 당 대표가 책임정치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순수 집단지도체제에서의 최고위원들은 만날 각자 계파로 나뉘어 싸우지 않았나. 내 생각은 이거다. 당 대표 1인에게 강한 당권을 위임하되, 이를 견제할 수 있는 ‘대의기구(현재의 당 중앙위원회, 당무위원회)’와 ‘윤리위’를 독립시키는 거다. 내 공약이 바로 이러한 당 내 삼권분립 실현이다.
―당내 계파 청산도 가능하다고 보는가.
▲당 지도부 리더십과 계파 청산 문제는 한 맥이다. 당내 삼권분립!
―그 이전에 당 지도부 선출에 대한 ‘룰’을 먼저 정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번에도 전당대회 룰을 두고 당내에서 심한 갈등이 있었다.
▲그렇다. 뭐 어찌됐건, 룰 자체는 확정됐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더 드릴 말씀이 없다. 다만 앞으로는 다음 전당대회를 치르기 1년 전에 모든 사항을 결정했으면 한다. 지금은 대회 직전에 선수로 뛸 사람들이 전당대회준비위에 들어가서 선수들이 뛸 룰을 직접 결정하지 않나. 앞으로는 현 지도부와 관계없이 1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룰을 결정하는 시스템이 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좀 더 현실적으로 들어가자. 현재 차기 당권과 가장 가까운 주자는 비주류 측의 김한길 의원이다.
―김한길 의원의 과거 분당 행적을 두고 하는 말인가.
▲뭐 그렇다. 거기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당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신뢰의 리더십이다. 정책의 테크닉보다는 신뢰와 실천이 중요하다.
―강기정 의원을 비롯해, 함께 출마 선언을 한 이용섭 의원, 그리고 출마를 고려 중인 추미애 의원까지 ‘반 김한길 노선’이 구축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반 김한길 노선’, ‘범주류’. 이런 말 모두 김한길 의원을 비롯한 비주류 진영에서 가상의 대립각을 조성하기 위해 만든 말이다. 도대체 누가 주류고 누가 비주류인가. 김한길 의원이야말로 지난 대선 때, 최고위원 아니었나. 그 분이야말로 주류 아닌가. 그때 최고위원도 아니었던 나 같은 사람을 범주류로 넣어놓고, 자기는 비주류다? 당권을 잡기위해 자꾸 그런 말이나 만들고. 대선 패배 책임은 김한길 의원이 져야 하는 거 아닌가? 이야말로 구태고 패권이다.
2009년 1월 용산 재개발 현장 화재사고 지역을 방문한 강기정 의원. 박은숙 기자
▲이번 전당대회는 혁신 전당대회다. 당의 가치와 노선, 담론을 제시하고 논쟁하고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난 자치 분권화된 민주당, 1인 대표를 견제하는 삼권분립 지도부, 공천제도에 대한 고민 등 여러 가지를 제시했다. 다른 출마자들도 이런 문제에 대해 제시하고 그것에 대해 함께 토론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 토론 과정에서 생각이 비슷하고 방향이 맞다면, 같이 연대하고 더 나은 사람에게 힘을 몰아줄 수는 있는 거다. 내가 몰아 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나에게 힘을 몰아줄 수도 있고. 오히려 당내에서 총대 메고 더 많은 후보들이 나와 토론했으면 좋겠다. 단순히 김한길 대 반 김한길, 주류 대 비주류 같은 구도는 옳지 않다.
―차기 지도부 입장에서 안철수 세력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내 탈당설까지 제기되고 있는데.
▲난 안철수 신당 창당 가능성이 무척 낮다고 본다. 안철수 현상이 세력화로 발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안철수 현상의 원인은 ‘안철수’ 자체라기보다는 결국 정치에 대한 불신이다. 지금 안철수 세력화의 관건은 결국 우리 민주당이다. 우리가 얼마만큼 혁신할 것인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안철수에 표를 던지는 것은 결국 정치에 대한 불신에서 오는 현상 아닌가. 무엇보다 우리 민주당이 바뀌고 역사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한때 문재인 의원이 직접 당 대표 경선에 나선다는 얘기도 있었다. 본인이 생각하는 문 의원의 당내 역할은.
강기정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모습. 일요신문 DB
―박근혜 정부 출범 한 달째다. 현 정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너무 혼자 있는 것을 즐긴다. 자고로 정치 지도자는 늘 귀를 열어야 한다. 늘 사람과 만나야 한다. 생생한 현장에서 사람을 통해 얘기를 들어야 하다. 그런 교류가 가장 중요하다. 이런 리더십은 불통이다. 바꿔야 한다. 이 때문에 인사 난맥상도 보이고 있는 거다. 지금까지는 F학점이다.
―강기정이 생각하는 당의 개혁에 대해 말해 달라.
▲내가 당 대표가 된다면 앞서 강조한 당 삼권분립과 함께 민주당을 분권정당으로 바꾸도록 하겠다. 내 공약인 각 지역 ‘생활정치센터’로 당의 권한을 내려서 당을 운영하겠다. 지금의 민주당은 4년마다 한 번 있는 선거에 후보를 내는 것 외에 하는 일이 거의 없지 않나. 그리고 각 지역 포럼을 통해 지역 전문가의 참여를 구축하고 직접 어젠다(의제)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 나는 실천해온 사람이다. 이는 곧 신뢰다. 지켜봐 달라.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