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2분기 실적발표가 줄을 잇지만 하반기 경기침체 우려 때문에 시장의 시선은 끌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이런 침체 속에서도 기업들의 2분기 실적발표와 향후 시장 상황 등을 꼼꼼하게 고려해 각 종목들의 목표주가를 조정 중이다. 이 가운데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한 업체들을 노리는 것도 한 전략이다.
증권정보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까지 2분기 실적발표를 한 기업은 모두 543개 업체. 이중 증권사 세 곳 이상이 목표주가를 고시하는 업체는 150개다. 이 150개 업체 가운데서도 증권사들이 향후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한 업체는 대한제강 효성 YTN 현대모비스 현대백화점 기아차 태웅 등 33개 업체다.
평균 목표주가가 가장 많이 올라간 기업은 대한제강이다. 대한제강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359억 원으로, 지난해 99억 원보다 무려 261%나 상승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목표주가도 10만 원에서 13만 1500원으로 31.5%나 치솟았다. 올해 2분기 실적이 동년 대비 68% 오른 효성의 목표주가도 8만 5000원에서 10만 1167원으로 19.02% 올랐다. YTN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4% 상승한 것과 시장에서 돌고 있는 모 언론사와의 인수합병(M&A)설의 영향으로 4900원이던 목표주가가 5820원으로 18.78% 올랐다.
현대·기아차그룹주인 기아차와 현대모비스의 목표주가도 껑충 뛰었다. 기아차는 2분기 영업이익이 1169억 원으로 작년 동기(369억 원)보다 세 배 넘게 뛰는 깜짝 실적을 내놓았다. 또 하반기에 포르테 쏘울 등 신차 출시가 예정되면서 목표주가가 1만 4500원에서 1만 5706원으로 8.32%나 올랐다. 현대모비스 역시 지난달 29일 매출액 2조 5980억 원, 영업이익 3491억 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하면서 목표주가가 상승했다. 실적 발표 전 10만 6450원이던 현대모비스의 목표주가는 발표 후 11만 5261원으로 8.28% 올랐다. 역시 범 현대가에 속하는 현대백화점의 목표주가도 10만 4500원에서 11만 3632원으로 8.74% 올라 눈길을 끌고 있다.
세아베스틸은 2분기 영업이익 802억 원으로 전년 동기(182억 원)에 비해 무려 341%나 상승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목표주가가 발표 전 2만 9050원에서 3만 1850원으로 9.64% 올랐다.
코스닥시장의 알짜주로 불리는 KH바텍은 11일 실적 발표와 동시에 목표주가가 상승했다. KH바텍은 2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넘어 전년 동기 35억 원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70억 원을 기록했다. 이 덕에 목표주가가 2만 3900원에서 2만 6071원으로 9.08% 뛰었다.
LG화학 역시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이며 목표주가가 올랐다. LG화학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세 배가량 오른 3조 7380억 원을 기록했다. 목표주가 역시 12만 4500원에서 13만 2342원으로 6.30% 상승했다.
불경기에 강한 ‘나쁜 주식’(증권가에서 담배 도박 술 등과 관련된 주식을 일컫는 말)으로 꼽히는 KT&G의 목표주가도 상향 조정됐다. 서민들이 어려운 살림살이를 담배로 풀어내는 덕에 KT&G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0.11% 증가했다. 게다가 지난 5월 16일 코스피지수가 1888.88로 고점을 찍고 1500선까지 추락하는 동안 KT&G의 주가는 오히려 상승하는 등 경기 ‘방어주’ 역할까지 하면서 주목받았다. KT&G의 목표주가는 10만 1630원으로 실적 발표 전보다 3.18% 올랐다.
한국가스공사는 2분기 영업이익이 2334억 원으로 전년대비 흑자로 돌아선 점과 나이지리아 대형 가스전사업 참여, 정부의 가스가격 보조 지원설 등 호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목표주가가 역시 1.69% 상승했다. 이외에도 제일모직의 목표주가가 5만 6000원에서 6만 5333원으로 16.67% 오른 것을 비롯해 태웅(8.14%) 신한지주(4.19%) CJ홈쇼핑(3.63%) 농심(2.70%) 소디프신소재(2.62%) 하나금융지주(2.58%) 웅진씽크빅(2.18%) LG패션(2.15%) 현진소재(2.04%) 케이씨텍(2.01%) 등의 목표주가가 2% 이상 상승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동시에 사 모으고 있는 종목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관과 외국인들에게 동시에 러브콜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고 기업 자체의 펀더멘털도 안정적이라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7월 한 달 동안 외국인과 기관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 모은 종목은 삼성중공업 한화 웅진코웨이 LG화학 한국가스공사 현대증권 등이다. 이들 종목들은 7월 하락장 속에서도 주가가 상승할 정도로 약세장에서 강세를 보였다. 특히 코오롱과 한화의 경우 주가가 10% 이상 뛸 정도로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한화는 국제상사중재위로부터 대한생명 매각 관련 승소판결을 받아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이번 승소로 한화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자금 확보 길까지 열려 있는 상태다.
최근 새로운 경기 방어주로 떠오른 웅진코웨이의 경우 430만 명에 달하는 렌탈·멤버십 가입자가 가져온 안정적 현금 유동성과 해외사업 활성화 등으로 기관과 외국인의 눈길을 끌고 있다. 앞서 살펴봤지만 증권사들의 목표주가가 뛴 종목들도 기관과 외인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LG화학과 한국가스공사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달러화가 다시 강세로 돌아선 점을 감안해 우리나라 대표적인 수출주인 IT와 자동차에 기대를 거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주가가 12일 현재 59만 5000원으로 하락폭이 크다. LG전자 역시 12만 2500원으로 저평가가 되어 있다. 또한 현대차와 기아차 역시 각각 7만 3300원과 1만 3150원으로 상당히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IT와 자동차 등 수출주가 큰 폭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은 이들 업체의 수출채산성 호조 기대를 높여 주가 반등을 가져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하락장과 약세장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기관투자가들이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 기아차 등 IT와 자동차 주식들을 긁어모으고 있고 외국인들도 IT주를 매수하고 있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를 반영해 외국인들은 매도기조 와중에서도 IT업종에 대해서만큼은 호의적인 눈길”이라며 업종별 대응시 참고할 것을 주문했다.
이의순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