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병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는 안철수 전 교수가 3월 13일 당고개역 인근 상가를 돌며 지역구민들을 만났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국정 지지율이 40%대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박근혜 정부가 출범 두 달 만에 치르는 첫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당선부터로 따지면 당선 4개월 만에 이뤄지는 첫 ‘직접 평가’다. 유권자가 여론조사가 아니라 직접 투표장으로 향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재보선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결코 작지 않다. 새 정부에 희망을 보낼지, 그간의 실망감을 표심으로 보여줄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 재보선이 세 곳에서만 치러져 애초 눈길을 끌지 못할 듯했지만 출전하는 인물군이 ‘대선급’으로 올라가며 높은 관심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무소속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서울 노원병에서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전 코레일 사장)와 맞붙고, 여기에 원래 이 지역구 의원이었던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의 부인 김지선 씨가 같은 당 후보로, 통합진보당에는 정태홍 후보가 나섰다. 4파전이다.
부산 영도에는 ‘원조 친 박근혜계’였다가 ‘탈박’, 다시 ‘복박’해 정권 재창출의 일등공신이 된 김무성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주자로 나섰고, 민주통합당에서는 김비오 민주통합당 영도구 지역위원장, 통합진보당에서는 민병렬 현 통합진보당 최고위원 간의 일전이다. 3파전. 충남 부여·청양은 새누리당 이완구, 민주당 황인석, 통합진보당 천성인 후보 간 대결이 예상된다. 또한, 3파전이다.
국회 의원회관과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 재보선 ‘스코어’를 두고 내기가 한창이다. 무승부가 없는 탓에 결과는 새누리당 승이냐, 민주당 등 야당의 승이냐로 갈린다. 새누리당 대 야권이 ‘3 대 0, 2 대 1, 1 대 2, 0 대 3’이 이론상 나올 수 있는 스코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이번 재보선 결과가 중요한 것은 결과에 따라 새누리당에선 지도부 교체론에 불을 지필 수 있고, 민주당으로선 5월 4일 열릴 전당대회에서부터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며 “스코어도 그렇지만 상대 후보를 몇 %포인트 차이로 이기느냐도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가장 베팅이 많은 스코어다. 부산과 충남에서 새누리당이 이기고, 서울 노원병을 지역구로 안철수 후보가 원내로 진입한다는 결과다. ‘예견된 일’이다. 이렇게 되면 여야 간 힘의 균형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야권에선 안철수 1곳 승리고, 이어 안철수의 등장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정세 판단에 능한 한 인사는 “안철수가 곧 ‘여의도 메시아’로 등장할 경우는 그가 야권 후보 중 홀로 선거에서 이길 경우”라며 “이렇게 되면 안 후보는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수십 명의 기자에게 둘러싸여 한마디씩 현 국정을 비판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300명 국회의원 중 한 명 의원이지만 ‘299<1’이 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여권으로선 ‘거물급 견제세력’의 등장에 시달리게 되고, 새누리당 세가 약한 수도권 지역구 의원이나 차기 지역구를 노리는 비례대표 군에서는 안철수 쪽으로 다가가는 움직임이 나올 수도 있다. 여권으로선 안 후보와 허 후보 간의 차이가 작을수록 이익이다. 대권 주자인 안 후보로선 득표율이 얼마인지가 힘을 실을 수도 뺄 수도 있는 까닭에서다.
현재까지 여론조사 추이를 볼 땐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새누리당으로선 분란의 서막이 될 수 있다. 그간 잠복해 있던 당 내부 문제에서부터 청와대, 특히 박근혜 대통령에게 화살이 돌아갈 가능성이 커진다.
김무성 전 원내대표
여권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권위의 상실이다. 안철수라는 거물급 견제세력의 출현으로 야당의 자신감이 커지면 사사건건 국정 운영이 국회에서 발목 잡힐 공산이 크다. ‘1 대 2’라는 스코어는 사실상 ‘0 대 3’과 마찬가지다.
‘선거의 여왕’이었던 박 대통령이 없는 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독식하면 새누리당이 자생력을 얻게 된다. 국회 주도권을 쥐면서 자신감 상승 모드다. 새 정부의 그간 잘못을 한꺼번에 씻고, 새출발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친 이명박계나 소장파, 주류니 비주류니 하는 모든 당내 갈등이 새누리당 이름 하나로 흡수된다. 특히 안철수라는 야권의 대선 주자를 꺾음으로써 새누리당 수도권 의원들의 자신감이 커지고, 박 대통령으로선 가장 큰 견제세력이 사라지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
민주당은 서울 노원병 무공천 책임론에 휩싸여 자중지란을 연출할 가능성이 크다. 한 정치평론가는 “그래도 민주당보다 새누리당이 낫다고 국민이 평가하는 순간,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정부가 국정 드라이브를 최대치까지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모든 언론 매체가 ‘오로지 새누리’만 외치면서 어젠다(의제)의 중심에 서고 민주당은 정계개편 논란에 시달릴 것”이라고 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스코어다. 만에 하나 이렇게 된다면 새누리당에선 친 박근혜계가 당을 장악하지 못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질 공산도 크다. 중간 세력이 득세하게 된다. 반면 민주당은 모든 국회 주도권을 틀어쥐면서 곧바로 지방선거 준비에 돌입하게 된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실시되는 ‘사전투표제’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4·24 재보선에서 처음으로 도입되는 제도로 투표권을 가진 사람이라면 통합선거인명부가 적용돼 전국 11개 선거구 읍·면·동 79곳의 부재자투표소 어디에서든 본인 확인 절차만 거치면 투표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사실상 선거를 3일간 치르는 셈이다. 역대 재보선마다 투표율이 낮고, 특히 청년층과 직장인의 투표 참여가 적었다는 점에서 어떤 효과가 있을지 주목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대선 때는 좀 달랐지만 투표율이 낮을수록 여당에 유리하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라며 “부산 영도에서 투표율이 높아져 김무성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이기게 되면 차기 당 대표 주자군으로 주목받기 어렵게 되고, 본인도 염치가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새누리당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할 것”이라고 점쳤다.
선우완 언론인
‘이명박근혜’ 평행이론 비밀 ‘인사’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환송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 ‘아마추어리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권 교체 주역들을 대거 인수위로 끌어들인 뒤 출범 후 요직에 기용, ‘강부자(강남 부자)’,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내각 논란을 일으켰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박(새로운 친박)’ 인사를 인수위로 불러 ‘아카데미즘 인수위’를 꾸린 데 이어 ‘성시경(성균관대·고시 출신·경기고)’, ‘사미자(사랑의 교회·미래를 경영하는 연구모임)’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 때 아닌 대국민 담화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 4일 청와대에서 첫 대국민 담화에 나서 국회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늦은 것에 대해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유감의 뜻을 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5월 22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와 관련해 첫 대국민 담화를 발표, 네 번이나 머리를 숙였다. 보통 대국민 담화를 집권 초 국정 비전이나 미래 청사진 등을 국민에게 알려 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담화로 다음날 개편안 협상을 진행하려 했던 여야가 삐걱거리며 시기상조라는 비판을 받았고, 이 전 대통령은 이미 촛불 파동이 촛불 정국으로까지 번진 뒤 행한 때 늦은 담화라는 지적을 받았다. 둘 다 ‘실기’라는 측면이 같다는 것. # 취임 한 달 지지도 추락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박 대통령 취임 한 달에 즈음한 3월 18~21일 박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조사에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긍정 평가한 응답자는 44%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역대 최저다. 이 전 대통령도 집권 한 달 즈음 52% 지지율을 기록했다. 박 대통령보다 8%포인트 높지만 당시로선 역대 최저였다. # ‘측근의 난’ 2008년 4월 18대 총선을 앞두고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정두언 의원이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당시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55인 서명 파동’을 일으켰고, 같은 해 6월, 정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영준 당시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을 겨냥해 ‘권력 사유화’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3월 30일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원조 친박’으로 분류되는 유승민, 김재원, 한선교 의원 등이 청와대 수석들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김 의원은 특히 “비서는 자기 책임이 아니어도 ‘내가 잘못했다’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박근혜 정부 인사들을 질타했다. 앞서 언급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촛불 사태’로 국정 동력을 상당부분 상실했다. 박근혜 정부가 ‘평행이론’을 따라간다면 곧 ‘박근혜판 촛불 사태’가 터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정치권에는 이에 대해 미국산 소고기 월령 문제, 한미 FTA ISD 조항, 개성공단 문제 등을 꼽고 있다. [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