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53)의 항소심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최 회장이 항소심 첫 공판에서 “펀드조성 자체를 몰랐다”던 1심 진술을 “펀드조성에는 관여했지만, 자금 유출은 몰랐다”고 번복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측 변호인단은 8일 오후 2시부터 서울고법 형사4부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원심 공판 과정에서 펀드조성 관여를 부인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시인한다”면서도 “조성된 펀드에서 자금이 인출된 사실은 몰랐고, 범인은 따로 있을 개연성이 높다”는 입장을 밝혔다.
▲ 1심에서 4년 실형을 선고받은 최태원 회장이 항소심을 통해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이는 지난 1월에 열린 1심에서 “(자신은) 이 일(펀드 조성)에 전혀 관여되지 않았고, 이 일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했던 최 회장의 진술을 번복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항소심 재판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변호인단은 최 회장이 진술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 “펀드 출자금 조성에 관여한 것이 자금 인솔자라는 판단을 불러올 수 있어 선택의 여지가 좁았다”고 해명했다. 최 회장 역시 이날 항소에 대한 의견개진을 통해 “1심에서 사실대로 말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한다”며 “그럼에도 불구, 이 사건의 진실은 펀드자금 유출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았고, 자금유출이 발생했다는 사실도 몰랐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 측의 이같은 입장 변화는 1심 실형 판결을 뒤집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최 회장은 1심에서 펀드 조성 자체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검찰 측 손을 들어줬고 결국 4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상황이다.
1심 이후 최 회장 측은 1심 변호인단의 주축이었던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들을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들로 대체 선임하는 등 반론을 펴기 위한 새 진용을 구축했었다. 새 변호인단은 이미 1심 재판부가 혐의를 인정한 부분을 계속해서 주장해 봐야 승산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펀드조성 관여 자체는 인정하되, 자금 유출에 대해서는 최 회장도 피해자라는 사실을 부각시켜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