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더비에서 맨체스터 시티(맨시티)가 또 웃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의 승점 차이를 적절히 유지해 32라운드 맨체스터 더비를 기점으로 역전 우승을 노리고자 했던 애초 의도와 달리 이미 두 팀의 승점 차이는 12점으로 너무 많이 벌어졌다. 따라서 이번 맨체스터 더비는 리그 우승을 두고 벌이는 한 판 승부는 아니었다. 대신 지역 라이벌 입장에서 자존심을 두고 벌이는 한 판 승부였다. 결국 여기서 승리한 맨시티는 최소한 자존심은 지키는 한 시즌이 될 수 있게 됐다. 반면 맨유는 상처뿐인 리그 우승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SBS ESPN 중계화면 캡쳐
9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2~201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2라운드 맨체스터 더비에서 홈팀 맨유가 맨시티에게 1대 2로 패했다. 이로써 맨시티는 승점 65가 됐지만 맨유는 77점으로 여전히 12점이나 앞서 있다. 두 팀 모두 7경기만을 남겨두고 있음을 감안할 때 맨시티가 역전 우승을 노리기에는 너무 큰 승점 차다.
세계적인 더비인 만큼 두 팀은 팽팽한 접전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전반 내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 두 팀은 득점을 올리지 못한 채 전반전을 마쳤다. 그렇지만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승부의 추가 기울기 시작했다. 시작은 가레스 배리가 라이언 긱스의 공을 빼앗은 것이었다. 배리는 공을 사미르 나스리에게 연결했고 나스리는 제임스 밀너에게 멋진 패스를 찔러줬고 이를 받은 밀너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후반 13분 맨시티가 두 번째 골을 집어 넣었지만 이번엔 맨유 골대가 아닌 맨시티 골대였다. 맨시티의 수비수 빈센트 콤파니가 자책골을 기록해 1대 1로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온 것.
맨시티의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은 후반 25분 선제 골을 어시스트한 나스리를 빼고 이날 경기의 진정한 주인공을 투입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아구에로다. 만치니 감독의 의도대로 아구에로는 경기 투입 8분여 만에 홀로 맨유 수비수 4명을 따돌리며 결정적인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승부를 결정짓는 결승골이 터진 것.
자책골 포함해서 모두 세 골을 넣으며 맨시티가 맨체스터 더비를 2대 1 승리로 가져가는 동안 맨유는 단 한 골도 직접 넣지 못한 채 침묵했다. 여전히 리그 우승은 맨유의 몫이 될 가능성이 컸지만 아쉬움이 남는 한판 승부였다.
지난 시즌 맨유 홈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더비에서 맨유는 1대 6 대패를 당한 바 있다. 이날 경기 결과는 결국 맨시티의 리그 우승으로 연결됐다. 맨유는 이번 경기에서 지난 시즌 대패를 설욕하고 사실상 리그 우승을 확정 지으려 했다. 만약 이번 더비에서 맨유가 승리했다면 양팀의 승점 차는 18점으로 벌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맨유는 리그 우승을 할지라도 상처뿐인 우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챔피언스리그에선 레알 마드리드에 패했으며 FA컵에선 첼시에 패했다. 결국 리그에선 우승할 가능성이 높지만 맨체스터 더비에서 맨시티에 지면서 자존심이 구겨진 우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