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2013년1월 18일 윤중천 전 회장 측은 발신번호표시가 없는 의문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당시는 윤 전 회장이 경찰, 검찰로부터 성폭행 무혐의 처분을 받아 내연녀 권 아무개 씨가 그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을 때였다. 전화를 건 사람은 경찰에서 명망 높은 인물로 알려진 A 전 지방경찰청장이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녹취록을 토대로 보면 A 전 청장은 동영상 문제와 관련해 양측을 중재하려는 노력을 보인다. 일례로 A 전 청장은 윤 전 회장 측에 ‘동영상이 퍼지면 안 된다. 조용히 합의를 하라. 권 씨 측은 내가 강하게 얘기해 둘 테니 빨리 수습하라’며 권유한다. 동시에 그는 자신에게 동영상을 건넨 내연녀 권 씨 측에게도 비슷한 권유를 한다. 녹취록에 따르면 A 전 청장이 윤 전 회장 측에게 “그래서 내가 (동영상을 전달한 권 씨의 친척에게) ‘제 3자를 갖고…남의 약점을 갖고 하면 안 되니까, 그거(동영상)를 유출하면 안 된다. 돈이든 폭력 문제든 당사자 간에 해결해야지’라고 타일렀다”고 말한 대목이 나온다. 이를 종합해 보면 A 전 청장은 동영상 사건이 큰 파문을 일으키기 전에 중간에서 수습하고자 양측을 설득하며 합의를 종용하려는 노력을 했던 정황이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전 청장의 행적에 아리송한 점도 발견된다. 내연녀 권 씨와의 연관성이 바로 그것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A 전 청장은 윤 전 회장 측에게 “거기(내연녀 권 아무개 씨로 추정됨) 친척 중에 내가 아는 사람이 있다”며 자신이 권 씨와 연관성이 있음을 여러 차례 피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당시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A 전 청장은 “권 씨 측이 윤 전 회장 배후에 고위 인사가 있기 때문에 사건이 불리해졌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러니까 우리 회장님(윤 전 회장)하고 가까운 사람, 제 친구 ◯◯◯가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서 (사건을) 기각시켰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상대방(권 씨) 쪽 친척이랑 안다. 그 친척 되는 사람이 나한테 그걸(동영상) 줬다. 이걸 가지고 (윤 전 회장을) 확 보내주길 바라는 거지”라고 덧붙인다.
이후 A 전 청장의 발언은 위험 수위를 넘나들기 시작한다. A 전 청장은 “(권 씨 측에선) 배후를 흔들면 윤 전 회장측이 약해질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러니까 회장님 배후가 사진에 있는 사람하고, 그 다음에 또 서초서에서 이야기한 우리 ‘◯’(또 다른 전직 경찰고위간부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임)…”라고 덧붙인다. 이 같은 발언에 윤 전 회장 측은 “‘◯’는 친분도 없고 알지 못한다. 모든 사건엔 진실이 있는 건데, 요즘 누가 빽을 쓴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황당해 한다.
여기에서 A 전 청장의 행보가 또 아리송하다. 그가 자신의 사적인 관계를 위해 ‘친정’인 경찰 수사에 방해 될 만한 행동을 보이기 때문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A 전 청장은 “우리 직원(경찰)들이 알면, 검찰에 대한 증오심이 있어서 언론에 그냥 흘린다. 그럼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만다”며 “◯◯◯를 보호해줘야 한다. 대사를 앞두고 있으니까 어떻게든 지켜줘야지. 솔직히 ◯◯◯가 뭔 책임이 있나. 본인은 이 중요한 시기에 여기에 정신이 쏠려서 일이 잡히겠느냐”라고 말한 것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A 전 청장은 전직 경찰 고위간부로서 동영상 사건의 실체를 알고도 그것을 ‘친정’인 경찰에 알려주거나 하는 적극적인 수사협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은폐하려 한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특히 검찰 고위 인사 출신인 ◯◯◯을 보호하기 위해 전직 경찰 고위간부가 문제의 동영상을 관련자들에게 숨기라고 종용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특히 A 전 청장이 윤 전 회장 측과 이런 통화를 하고 있을 때는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백방으로 문제의 동영상을 찾고 있을 때였다. A 전 청장이 그러한 사실을 알았을 지의 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전직 경찰고위간부가 경찰청 주요 부서의 핵심 정보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에서 특수수사과 분위기를 감지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A 전 청장이 경찰 전직 고위간부로서 동영상 사건에 대해 부적절하게 처신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A 전 청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 회장이 누군지도 모르고 통화한 적도 없다”며 “무엇보다도 난 이 사건과 관련이 전혀 없다. 마치 성접대 당사자들이 경찰관계자인 것처럼 몰아가는 언론보도에도 문제가 있다. 리스트에 나오는 사람들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 상당수인데 다들 윤 전 회장을 모른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A 전 청장은 “◯◯◯하고는 아는 사이인 건 맞다”면서도 “검찰의 잘못된 행태, 제도에 대한 반감이 있다고 해서 특정 개인을 상대로 약점을 갖고 해코지하는 거엔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 내 의견이 와전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사건이 불거지고 난 후 피해자 쪽 사람들을 알긴 안다. 싸움은 정상적인 법 허용 내에서 싸우는 거라고 그런 이야기는 해줬다. 그 얘기가 와전된 것 같다. 권 씨 친척인지 아닌지. 권 씨인지 최 씨인지 누군지 말은 못하지만…”이라고 말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
A 전 청장-윤 전 회장 ‘37분 통화’ 녹취록 공개 A: 경찰이 알기 전, 빨리 불을 꺼라 A: 나도 그 동네(검찰) 있는 놈들 패죽이고 싶은 생각이 강한 사람인데. 윤중천 전 회장(이하 윤): 네. A: 나도 이런 비열한 걸 가지고 누구를 죽이거나 하질 않는다. 왜 제3자를 가지고. 남의 약점을 가지고 하면 안 되니까. 윤: 네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중략] A: 너희들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돈을 받을 게 있으면 받으면 될 것이고. 폭력을 당하고 피해를 입었으면 더 이상 아니면 되지…. 거기(내연녀 권 씨) 친척 중에 제가 아는 사람이 있어요. 윤: 저하고 연관된 쪽이요? A: 그러니까 관련돼가고 하는 사람…. 친척이 하나 아는 사람이 있다고요, 제가요. 윤: 나를 고소한 권◯◯ 쪽에? A: 상대방(권 씨) 쪽 친척이랑 알아요. 그러니까 그 친척 되는 사람이 나한테 그걸 준거야. 이걸 가지고 확 보내주길 바라는 거지. 윤: 나하고 다? A: 거기는 모르지만 일단 그러니까 배후를 흔들면. 본인이 약해질 거 아닙니까. 윤: 나를? A: 그 배후가. 그러니까 (윤) 회장님 배후가. 거기하고 사진에 있는 사람하고. 그 다음에 또 서초에서 이야기한 우리 ‘◯’(전직 경찰고위간부를 지칭). 윤: 아이고. 거기는요, 아무 관계없습니다. A: 아무 관계없는 줄 아는데. ◯회장하고. 이런 사람들이 영향력을 행사해서…. 윤: 아휴, 그런 거 없습니다. A: 그렇게 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저한테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아니다’ 그랬는데. 그래서 그 뒤로 연락을 해드릴까 하다가. 나는 그냥 잊어버리고 말았는데. 윤: 전화를 진작 좀 주시지. 저는 왜냐면 사건을 더 잘 아시겠지만 사건이 진실이 있는 건데. 요즘 누가 빽을 쓴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중략] 윤: (권 씨에게) 빌린 것도 아니고. 같이 투자를 해서 회사를 설립을 해가지고 사실은 같이 이래 썼어요. 그런 근거는 다 있어요. 그리고 나하고 연인 사이였고. 그런데 이 여자가 갑자기 남자가 생긴 거예요. 그것도 나 아는. 그 사람도 공무원이에요. A: 네? 윤: 나 고소한 여자가. 나 아는 공무원이랑 골프를 쳤는데. 오십 넘은 국장급이랑 눈이 맞아서. 갑자기 날 내팽겨 쳐가지고는…(중략). 그러니까 이 여자가. 차관 한 명도 뭐 그래저래. 꽃뱀 같은…(중략). 내가 사업적으로 의기투합돼서 그 여자 돈을 7억 정도 쓰고 (중략) 그래서 그 7억 때문에 한 100억대 되는 여기 별장 ◯◯◯ 영농조합 지분 55프로도 주고. 이러는 과정에 우리 와이프에게 들통이 났어요. 우리 와이프가 간통으로 고소를 하니까 그걸 빠져 나가려고. 내가 강간을 하고 폭행을 하고 그랬다고 이 여자가 그러니까 (중략) 내가 탐험협회 소속으로 4대강 종주도 하고 일본도 갔다 오고. 뗏목 칼 쓰고 뭐 그런 거 있어요. 공기총도 있었고. 그런 거에서 총으로 위협을 했다는 둥. 서초서에서 다 허가 냈던 총이죠. 그래가지고 나를 포승줄 해가지고 갑자기 달려간 거예요. 그러니까 얼마나 황당해. A: 한 번밖에 뵌 적이 없지만은…, 저 양반(윤 회장)이 저런 일에 휘말렸나. 좀 의아스럽기도 했는데. [중략] A: 잘못하면 이게 청문회 앞두고…. 회장님이 수습해야해. 윤: 내가 수습 할 수 있는 길이 어떻게…. A: 빨리 합의를 하시고. 윤: 내가 쥐고 있는 게 아니라, 그 여자가 별장을 먹으려고 날 집어넣고. 내 생각이 아니고 근거가 다 있어요. (중략) 그 여자에게 돈 2억 꿔준 남자가 뒤에서 쑥덕거려서, 이걸 통째로 차지하려고 그 15억도 임의로 설정해서. 지분도 55% 가지고 지금 대표까지 믿고 준 상태에요 내 애인이니까 그 당시에는 믿고 다 해줬는데…(중략). 권모술수 하는 짓을 보면, 와…. A: 어떻게 ◯◯◯(검찰 고위간부를 지칭) 같은 사람을 노출을 시켜요. 나 참. 윤: 내가 바봅니까. 그걸 왜 노출시키겠어요. ◯ 팀장이 전화기에 있는 걸 다 훑어보고 그래서 그런 거지. 내가 그 이야기(◯◯◯과 안면 있는 사이라는 내용)를 해서 도움이 될 건 뭐 있고. 실제 이 사건과 그 두 분(검 경 전현직 고위간부)이 관련된 게 어디 있어요. 나를 도와준 건 아무것도 없어요. A: 내 이름이 전화기에 입력돼 있었나요. 윤: 전화기에 입력이 되어 있었을 거예요. 네. A: 나는 하여튼 ◯◯◯ 문제 때문에. 우리 윤 회장께서야 시시비비를 다투면 되겠지만 ◯◯◯를 보호해줘야 하는데 큰일 났다 아닙니까. 중간에 조폭 비슷한 놈들이 가져간 거는 아마 차단이 될 거에요. 윤: 그 사람들은 아니라고 봐요. 내 생각에는 권OO가 이걸 받아가지고는 내가 볼 땐 ◯ 팀장하고 둘이 알지. 걔네가 뭘 알겠어요. 심부름꾼…. [중략] 윤: 남자들이 놀은 거 가지고…. 사연이 있어요. (중략) 그런 것도 무슨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진실이 다 있고. 내가 사회생활하고 나도 살아온 스타일이 있는데. 절대 그런 거 없습니다. 제 자신 자체도 정의롭지 않은 건 치사하고 이런 건 못 보는 스타일인데, 그런 건 꿈에도…. A: (중략) ◯◯◯(검찰 고위간부) 보호해 줘야할 것 아니에요. 윤: 내가…. 권◯◯ 관계도 그래요. 이 사람이 내가 문자도…, 경찰들은 알 거예요. “권◯◯ 왜 그러냐, 나랑 만나자” 그렇게 만나자고 해도 안 만나주고. 날 안 만난 이유를 보니 이거(별장)를 통째로 먹으려니 법으로 그렇게 하고 시나리오를 짠 거예요. A: 저기 이름은 모르는데. 그 집안(권 씨) 친척이 있는데. 한번 만나가지고. 윤: 그 사람 좀 만나게 해주세요. A: 윤 회장하고 만나가지고. 빨리 불을 꺼요. 시간 가면 괜히 나중에 큰일 나요. 우리 회사(경찰)에 소문나면. 윤: 당연하죠. 난 진실이 있으니까. [중략] 윤: 나도 독립운동 스타일이고 정의로 하는 사람인데. 권◯◯ 저 여자는 이렇게 살면 안돼요. 세상을… (중략) 물론 내 어떤 부덕의 소치지. 그런 것에 대해선 죽을 각오도 되어 있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진실은 그게 아니잖아요. 야, 진짜, 시나리오를 써가지고. 이런 경우는요, 일단 그분한테. 청장님이 제 어떤 옷깃을 스친 인연 때문인지 모르지만…(중략). 그 분한테 나를 만나서 대화를 한번 하게 해주세요. A: (중략) 이걸 가지고 온 거는 퍼뜨리려고 가져온 거예요. 무슨 얘기인지 아시죠. 윤: 그걸 하면 안 되죠. 관계도 없는 사람을. A: (중략) 공직자는 나가면 파장이. 빨리 수습하세요. 그 쪽엔 강하게 한번 이야기 할게요. 아시겠죠. (중략) ◯◯◯(검찰고위간부)를 확실히 보호해 줘야하니까, 일단 막아 놓을 테니까. 우리 윤 회장이 그러니까 나는 내용을…. 나는 옳고 그름을 모르는데. 이걸 검찰이 나쁜 놈이다. 검찰이. 혼 좀 내주자고 얘기해 준 거기(권 씨) 그 친척을 알아요. 윤: 그분을 좀 만나게 해 주세요 A: 내가 거기를 설득을 해가지고. 거기는 윤 회장이나 ◯◯◯(검찰고위간부)을 굉장히 나쁘게 보고 있죠. 권은. 윤: ◯◯◯(검찰고위간부)를 나쁘게 볼일이 뭐가 있어요. 나도 그렇고 (중략) ◯◯◯와 통화한 적도 없고요. 전혀 없어요. 그리고 혹시, 이왕 저하고 통화했으니까 말씀드리는데 저 ◯◯◯(경찰 전직 고위간부)님 같은 경우도…, 여기 전화하신 적도 없고. 그러니까 그것도 오해 없도록 해주시고요. 그리고 이번 사건에 대한. 제가 말씀드리는데 (중략) 지금 이런 일이 된 거에 대해서 내가 진짜 자살할 마음이 들 정도로 괴롭고…. [중략] 윤: (중략) ◯◯◯(A 씨)님이 당시에 뵈었을 때도 그렇고 사람이 신의가 있었던 것 같고요. 그 전에 이 사건 전에도 전화 드렸지만…. A: 외국에 있어서 (전화를) 못 받는 바람에. (중략) 유출이 안 되게끔 신신당부를 했어요. 중간에 거기다가 협박했던 애들, 내가 애들 움직이면 그거 손질 못하겠습니까. 일단 막아놓았는데. (중략) 윤 회장과 안다는 것 때문에 굉장히 본인은. 사실 이 중요한 시기에 온통 여기에 정신이 쏠려서. 일이 손에 잡히겠냐고. 회장님 저기 ◯◯◯(검찰 고위간부) 보호해가지고 빨리 수습을 해가지고 매듭을 질 책임이 있는 거예요. 그 친구를 그전부터 아는 사이인데. [중략] 윤: 문자를 먼저 주라고 하세요. 모르는 번호 안 받으니까.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