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영은 성범죄 관련 법정 공방 끝에 무죄를 받았지만 지상파 방송 출연에 어려움을 겪는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방송인 권영찬은 얼마 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박시후는 언론에 상업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다. 또 상대 여성은 신상이 털렸다. 그 후유증은 누가 감당하겠나”라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고영욱과 박시후 사태를 바라보는 그의 일갈이다.
권영찬은 지난 2005년 성폭행 혐의로 붙잡혀 1개월 넘게 구치소 신세를 진 경험이 있다. 연예인 지망생을 유인해 강간했다는 상대방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1심에서 징역 2년6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고영욱에 비하면 가벼운 형이지만 당시로서는 연예인이 관련된 성추문 사건 중 최고 형량이었다.
하지만 권영찬은 항소했고, 그 결과 증거 부족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그 사이 2년의 세월이 흘렀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 한 번만 해봐도 그가 억울한 누명을 쓸 뻔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만 이런 결과가 그의 실추된 명예와 이미지까지 되돌려놓진 못했다.
권영찬의 인터뷰가 박시후를 옹호하는 것으로 단정할 순 없다. 다만 권영찬은 아직 재판이 시작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며, 또한 이 사건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배우 이경영에게도 그대로 적용됐다. 그는 2002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피소됐으나 2년 간 법정 싸움을 벌인 끝에 무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유무죄 여부를 떠나 성추문에 휘말렸다는 이유로 이경영은 지상파 방송사 출연정지 처분을 받았다. 2001년 KBS 드라마 <푸른 안개> 출연한 이후 OBS 드라마 <거위의 꿈>으로 돌아올 때까지 8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하지만 여전히 지상파는 그에게 빗장을 풀지 않고 있다. 2009년 MBC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의 연출을 맡은 황인뢰 PD와의 인연으로 특별출연했지만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출연 분량이 삭제되기도 했다.
왼쪽부터 김태우, 권영찬
한 영화계 인사는 “무죄를 받은 후에는 이경영이 출연 제안을 받아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그만큼 사람이 위축됐다는 의미다. 한동안 그가 특별출연이나 우정출연 형식으로만 영화에 얼굴을 비친 이유다. 대한민국은 연예인에게 지나칠 정도로 가혹할 때가 있다”고 씁쓸해 했다.
일명 ‘댄서 킴’으로 유명했던 개그맨 김기수 역시 끔찍한 경험을 했다. 그는 지난 2010년 4월 음주 상태에서 동성 작곡가 A 씨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피소됐다. 성추문에 이어 그의 성적 정체성에 대한 의혹까지 증폭되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1심 재판부는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그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상대방은 상소했고 결국 대법원까지 가서 김기수의 무죄가 확정됐다. 그 사이 15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당시 김기수는 자신의 SNS에 “무죄 확정. 싸워서 이겼노라. 보고 있느냐? 너희들이 후회하도록 더 멋지게 살 것이다. 진정으로”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겪으며 ‘김기수’라는 이름 석 자에 각인된 좋지 않은 이미지 때문이었을까. 김기수는 사건 종료 직후 법원에 개명 신청을 했고, 지난해 10월 최종 허가를 받아 ‘김태우’로 이름을 바꿔 활동하고 있다.
당시 그는 트위터를 통해 “바람이 차네. 스카프도 모자랄 만큼 마음이 허해서인가? 오늘 드디어 개명허가가 떨어졌다” “김태우. 다시 태어나고 싶다”라는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법정 싸움에서는 이겼지만 ‘국민 정서법’을 뛰어넘기 위해 그는 지루한 싸움을 이어왔던 셈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인기로 먹고 사는 연예인에게 인지도는 생명이다. 특히 이름은 연예인들의 간판과도 같다. 그럼에도 개명을 선택했다는 것은 승소한 후에도 그가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엄청났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고영욱의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고영욱은 청소년의 선망을 받는 연예인으로, 연예인인 지위를 적극적으로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적 특성이 성범죄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대중들의 주목을 받는 연예인 관련 사건인 만큼 재판 결과의 여파도 크다. 소수 연예인들의 잘못이 연예계 전체의 잘못인 것처럼 인식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또한 과거 몇몇 연예인들이 일명 ‘꽃뱀’에 의한 피해를 입었던 것처럼 이를 역이용한 사건이 발생하진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