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청년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한 김상민 의원(맨 오른쪽).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역기반과 연고가 없는 청년비례대표가 입법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386세대가 국회에 입성할 때와 달리 ‘세력’이 없다는 것도 이들의 목소리가 당론으로 채택되기 힘든 맹점으로 꼽힌다. 때문에 각 당의 청년비례대표는 ‘얼굴마담’이라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선출된 지 1년, 각 정당의 ‘정치돌’ 청년비례대표 의정활동 성적을 매겨봤다.
전국 학교비정규직 계약해지 실태조사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광진 의원.
국회의원 의정활동을 모니터하는 법률소비자연맹의 기준에 따라 평가한 본회의 출석률에서는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이 2013년 100%, 2012년 95.65%로 가장 높은 출석률을 기록했다. 정량적인 수치로 의정활동 전반을 평가할 순 없지만 상임위 출석률은 의정활동 평가에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다른 청년비례대표들의 상임위 출석률도 70%를 상회해 출석률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김상민 의원은 “국회 출석은 의원으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을 치르느라 청년문제 해결과 관련한 입법활동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지적에 그는 “18대 대선까지도 청년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수십 번의 정책·공약 토론회를 진행했고 전국의 청년들을 만났다. 지난해 총선과 비교해 대선에서 2030세대의 지지율이 10%가량 오른 것도 이러한 이유”라며 “대통령 직속기구로 청년위원회가 생겼다는 상징적 의미도 결국 가시적인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년비례대표 장하나(왼쪽)·이재영 의원의 의정활동 모습.
김재연 의원이 18대 대선을 앞두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투표시간 연장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했다. 임준선 기자
또한 그는 “입법활동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청년들이 세력화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청년비례대표라고 해서 그들을 대신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현재 대학 안에서 정치적 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젊은 세대를 선거에서 이용만 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청년세대들의 세력화를 도와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고, 그 문제와 대면하고 있는 청년의 편에 서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청년비례대표 1년 동안의 의정활동에 대해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이선미 간사는 “청년비례대표를 대표성으로 평가할 수 없다”며 “출석 발의법안 표결을 던진 것을 정량평가하기도 하지만 정당활동과 청년활동을 오랜 시간 해온 장하나 김재연 의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평가했다.
각 당의 청년비례대표는 각종 선거에서도 각자 적잖은 역할을 해냈다. 김상민 의원은 지난해 총선 때는 새누리당 청년유세단장으로, 대선 때는 청년특위 청년본부장로 활약했다.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청년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김상민 의원은 “새누리당의 젊은피로 이준석, 손수조가 먼저 언급되는 데 섭섭함은 전혀 없다”며 “이들의 강점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것도 선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김광진 의원도 4·11 총선 공동선대위원장, 6·9 전당대회 이해찬 후보 캠프, 12·19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 청년특보실장 등을 역임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 지난 1년이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가시적 성과를 보여줄 수 없었던 것도 인정했다.
김광진 의원은 “청년들이 직접정치에 참여하는 활로를 열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그는 “여성 정치인들은 오랜 시간의 투쟁으로 그 저변을 확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청년비례대표라는 것은 투쟁의 결과로 얻은 것은 아니다. 어쩌면 시작이 좋았다고 볼 수도 있다”며 “여성의 의무공천이 15%인 반면 청년에 관한 의무공천제는 없다. 150억 원의 정당보조금 중 10%는 여성발전기금으로 쓰이지만 청년을 위해 배정되는 공식적 지원은 없다. 청년도 정치적 약자라고 생각한다. 제도적 시스템을 보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재연 의원은 “내가 법을 고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무력화될 것 같다. 거리에서, 캠퍼스에서 청년들이 소신껏 행동할 수 있도록 음으로 양으로 돕고 싶다”고 밝혔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
청년비례는 청년을 대변할 수 있나 ‘슈스케’ 방식 선출…“대표성? 글쎄~” ‘청년비례대표’라는, 청년의 정치권력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경영연구소 김경미 선임연구원은 “총선과 대선의 ‘표심’이 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김경미 연구원은 “2030의 정치권력화에 대한 열망이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며 “SNS가 발달하면서 2030세대의 목소리가 마이크 없이도 드러날 수 있게 됐다. 젊은 세대가 정치 참여의 필요성을 느꼈고 정치권에서도 ‘젊은 피’를 필요로 했다”고 말했다. 김경미 연구원은 청년비례대표의 대표성에는 회의적이었다. 그는 “청년비례대표가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기대를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조직화된 권력은 아니다. 평생을 노동운동을 한 사람은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다”면서 “그런데 민주당의 경우만 해도 선출 방식이 ‘슈퍼스타 K’ 방식이었다. 애초에 조직이 아니라 혼자의 능력으로 국회에 입성한 것이다. 그렇다 보니 청년들의 대표성을 가지는 것에 의문을 보내는 시선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맹점은 청년비례대표의 목소리가 당론으로 채택되거나 정책화로 추진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게 한다. 김광진 의원은 “자생할 수 있는 그룹화를 이루지 못했다. 과거 트위터 발언 사건이나 백선엽 장군 발언도 야당이나 미디어에게 쉽게 공격 대상이 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재연 의원은 “거대양당의 교섭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아무래도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거나 발언권을 얻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경미 연구원은 “통합진보당의 김재연 의원은 통진당 사태와 최근은 자격심사 논란까지 1년 동안 발이 묶여있었다. 법안발의를 하려고 해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청년비례대표만의 역할은 분명히 있다고 강조한다. 김경미 연구원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구 의원들은 결국 지역의 이익을 반영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입법활동인데 비례대표는 지역의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 전국구 단위의 입법활동을 할 수 있다”며 “노동문제, 보건의료, 복지 같은 문제들처럼 청년비례대표 또한 청년문제에 어떤 연고의 이익에도 얽매이지 않고 정책 중심의 입안을 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