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안팎에 따르면 변두섭 이사의 로비 명단에 전·현직 국회의원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장이 예고된다. 사진은 서초동 예당 빌딩.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지난 2005년 9월경 변두섭 이사는 금융감독원(금감원)의 조사를 받았다. 영화제작사인 스펙트럼디브이디(현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주가조작 및 불공정거래 등에 관여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금감원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계좌추적과 압수수색 등을 통해 변 이사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결론을 내렸다.
최근 검찰이 당시의 수사 파일을 다시 꺼내든 것으로 알려졌다. ‘변 이사가 2005년 금감원 조사를 무마시키기 위해 광범위한 로비를 펼쳤다’는 첩보가 입수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검찰은 당시 축적한 자료들과 금감원 조사자료 등을 바탕으로 변 이사에 대해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검찰 안팎에 따르면 변 이사는 당시 금감원이 조사에 착수하자 2005년 10월경 자신이 보유한 예당 주식을 담보로 강남의 한 증권사 지점에서 약 60억 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 사용된 명의는 열두 명의 예당 직원들이며 변 이사는 고액권 수표로 받은 돈을 평소 알고 지내던 은행 간부를 통해 현금과 소액 수표로 교환했다. 검찰은 자금을 세탁해준 이 은행 간부가 그 대가를 받은 정황도 포착했다고 한다.
검찰의 가장 큰 관심은 이렇게 만들어진 돈의 사용처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전직 고위 간부들이 맨 먼저 거론되고 있다. 금감원 조사1국은 지난 2005년 7월 증권거래소로부터 스펙트럼디브이디에 관한 자료를 이첩 받아 조사를 시작했다. 당시 증권선물거래소는 스펙트럼디브이디를 이상급등 종목으로 지정하고 주가조작 의혹에 관해서도 자체 조사를 실시했었다고 한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주가가 폭등해 조사를 했고 자료를 금감원에 넘겼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조사 결과 금감원은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스펙트럼디브이디를 인수하는 과정에 변 이사 자금이 동원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스펙트럼디브이디의 주가 조작에 자금주인 변 이사가 관련 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변 이사의 로비가 시작된 것도 이때쯤이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변 이사가 금융당국을 상대로 ‘주가 조작 혐의를 축소 또는 무마시켜 달라’며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변 이사가 금융당국뿐 아니라 정부부처 고위 간부에게도 로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아직 정확히 로비 대상과 금액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부부처 고위 간부에게) 돈을 준 것만은 틀림없다”고 밝혔다.
현재 검찰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변 이사로부터 돈을 받은 인사들 중에 정치인이 포함돼 있느냐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당시 같은 상임위에 소속돼 있던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여기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 포함돼 있어 수사 결과에 따라 화살이 전 정권을 향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 듯하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번에 변 이사가 다시 내사 대상에 오른 이유도 ‘노 측근 의원’에 대한 사정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즉 이 의원 계좌 등을 추적하면서 수상한 자금이 발견됐는데 이것이 변 이사로부터 흘러나왔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예당이 지난해 6월 설립한 예당에너지(예당 지분율 47.10%)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및 유전을 개발하는 예당에너지는 회사 설립 직후 러시아의 한 유전 생산업체를 인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이후 예당에너지는 ‘시추를 통해 2억 배럴이 넘는 석유가 매장돼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검찰은 예당을 내사하는 과정에서 유전 개발 전문가를 불러 예당에너지가 추진하고 있는 러시아의 유전 지역에 대해 확인 작업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결과 매장량이 상당 부분 부풀려졌을 수도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조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검찰 내사설에 대해 예당 측은 “검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없다. 예당 에너지가 개발 중인 유전도 매장량 인증서를 금감원에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